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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도약 원년 HMM의 '유비무환' [thebell note]

유수진 기자공개 2020-04-20 08:46:56

이 기사는 2020년 04월 17일 07:4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선박 명명식은 단순히 '배에 이름을 붙여주는 행사'가 아니다. 약 2년여 간의 건조절차에 마침표를 찍는 의식이자 무사 항해를 기원하는 자리다. 건조기간 내내 '숫자'로 불리던 선박은 대모가 도끼로 밧줄을 끊고 샴페인을 터뜨려 축복을 빌어주는 순간 비로소 정식 '이름'을 갖는다.

이렇게 중요한 행사지만 HMM(옛 현대상선)은 이달 말 세계 최초로 들여오는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의 명명식 일정을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코로나19 탓이다. 전세계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며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행사를 자제하고 있는 분위기를 고려한 결과다.

갑작스레 몰아닥친 코로나19로 국내외 수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HMM은 유독 아쉬움이 커 보인다. 2020년을 '특별한 해'로 만들기 위해 기울여 온 많은 노력들이 행여 물거품이 될까 우려하고 있다.

HMM은 올해를 재도약의 원년이자 5년째 이어오고 있는 적자행진을 멈출 수 있는 기회로 삼으려 한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줄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이 마침내 순차적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그동안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비용절감에 나서왔다. 인도시기에 맞춰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에도 합류했다. 외부환경 변화에 따른 영향을 줄이고 가격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지난달에는 사명도 바꿨다. 1983년부터 37년간 써온 간판에서 '현대'를 떼어내고 오롯이 홀로 섰다. '상선'이라는 제약도 벗어던지고 추후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선대 확장에 따른 물량 확대에 적절히 대응하고자 컨테이너 박스 6만3480대도 일찌감치 확보해뒀다.

이렇게 철저히 대비했으나 당연히 코로나19가 원망스러울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준비 덕분에 위기 속에서도 피해를 최소화하고 계획대로 순항할 수 있는 기반이 생겼다. 배재훈 사장은 1분기에 시나리오별 플랜을 마련해 적시 대응한 결과 목표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상황이 지금보다 악화되지 않는다면 예정대로 3분기에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얼라이언스 가입 효과도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중국 등에서 물량이 줄었으나 남은 공간을 회원사 멤버들과 공유하며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달 말 부산에서 출항해 유럽으로 가는 '첫 배'에도 파트너 물량이 함께 실린다. HMM의 물량은 20% 정도로 빌려주는 선복량이 더 많다.

배 사장은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달에도 어김없이 자사주를 매입해 눈길을 끌었다. 취임 1년 만에 열 두번이나 주식을 사들였다. HMM측은 책임경영의 일환이며 앞으로도 계속 매입할 예정이라고 했다. 배 사장의 행보는 반드시 흑자전환할 거라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보였다. 철저한 준비가 밑바탕이 된 이유 있는 자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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