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자산운용의 '베스트웨스턴 제주', 임대료 연체 작년 7월 매입, 코로나19 악재 탓…유보금으로 펀드 운영
이명관 기자공개 2020-04-21 09:21:14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0일 13: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IBK자산운용이 작년 매입해 운용 중인 '베스트웨스턴 제주 호텔(이하 베스트웨스턴 제주)' 펀드의 경영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현재 호텔 운영법인이 임대료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경영난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국제보건기구(WHO)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상황이다 보니 올해 호텔 경영상황이 한층 나빠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자칫 기한이익상실(EOD·Events of Default)에 따라 채권단의 자금 회수 압박이 이어질 수 있는 형국이다.
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베스트웨스턴 제주가 수개월째 임대료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호텔 운영법인은 비지에이치코리아다. 비지에이치코리아는 글로벌 호텔업체인 베스트웨스턴의 가맹 계약을 맺고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호텔은 베스트웨스턴 제주를 비롯해 베스트웨스턴 군산, 제주 휘슬락호텔, 베스트웨스턴 해운대, 에이든 바이 베스트웨스턴 등 6곳이다.
이 같은 경영난은 코로나19 탓이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제주도 호텔 업계는 나쁘지 않았다. 정치적인 문제로 잠시 주춤했던 중국인 관광객 수요가 회복되면서 전반적인 경영실적이 개선되는 추세였다. 그런데 올해 초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다시 침체기에 빠졌다.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내국인 수요마저 말랐다. 제대로 된 영업활동이 이뤄지지 않았고, 경영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몇몇 호텔은 현재 매각을 추진 중이다.
IBK자산운용은 호텔 매입 반년 만에 대형 악재와 마주했다. 당장 임대 보증금이 있기 때문에 투자자에게 배당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이 장기화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현재 추세라면 월 임대료를 감안할 때 8개월 남짓 버틸 수 있다. 임대보증금은 20억원, 월 임대료는 2억3000만원 선이다. 보증금이 모두 바닥나면 이후엔 호텔 운영을 맡고 있는 비지에이치코리아의 재무 여력을 살펴야 한다.
베스트웨스턴 제주 매입 당시 계약 조건에 포함된 MRG(최소운영수입보장) 조항에 따라 비지에치코리아가 일정 수준의 임대료를 보전해줘야 한다. 보장임대료는 연간 기준 28억원이다. 남아있는 책임임차 기간은 5년여다. 하지만 비지에이치코리아의 재무여력을 고려하면 임대료를 보장해주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비지에이치코리아는 최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매출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수익성은 나빠지고 있다. 작년 346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1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순영업활동 현금흐름(NCF)도 1억6000만원에 그쳤다. 이 정도 수준으로는 고정비를 감당하기 어렵다. 실제 잉여현금흐름(FCF)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비지에이치코리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 모른다"며 "업장 축소 등 비용 절감 노력을 하고 있으나, 임대료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채권단의 자금 회수 압박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곧바로 EOD를 선언하지는 않겠지만, 임대료를 납부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경우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며 "IBK자산운용 입장에선 예기치 못한 대외변수 탓에 펀드 운용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IBK자산운용이 베스트웨스턴 제주를 인수한 시기는 작년 7월이다. 매매가격은 650억원 선이다. IBK자산운용은 인수 대금의 70%에 해당하는 450억원을 대출로 충당했다. 대주단은 IBK캐피탈과 KB손해보험, 신한캐피탈 등이다.
이와 관련 IBK자산운용 관계자는 "제주 베스트웨스턴 호텔을 인수할 때부터 일정 수준의 유보금을 넣어둔 상태"라며 "펀드 운용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시장 상황이 어려운 만큼 임대료는 이연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베스트웨스턴 호텔은 제주시 도령로 27에 자리하고 있다. 대지면적 1928㎡, 건축면적 1213㎡, 연면적 2만7484㎡ 규모로 건립됐다. 이 호텔은 지하 5층~지상 17층, 총 363실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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