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바이오에피스 '재고 미실현손익' 중요성 커져 작년 내부거래 1800억, 미실현재고 따라 바이오로직스 순익 출렁
서은내 기자공개 2020-04-24 08:11:39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3일 08: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실적에서 '재고 미실현손익'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재고 미실현손익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판매한 제품 중 팔리지 않은 부분에 관한 지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간 내부거래 특성을 감안할 때 미실현손익 변화를 살펴보면 보다 실질적인 이익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같은 미실현손익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순이익 하락의 요인이 되고 있다.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관련된 분기별 '내부거래 미실현' 규모가 2018년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재고 미실현에 따른 손실이 증가하며 지분법손실을 기록하고 이는 다시 1분기 순이익을 낮추는 요소로 작용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626억원, 391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작년 동기(-385억원)에 비해서는 흑자전환했지만, 작년 4분기(2106억원)에 비해서는 1715억원 줄어든 수치다.
회사 측은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순이익 감소에 대해 삼성바이오에피스 관련 재고 미실현손익 증가, 법인세 영향을 주된 요인으로 언급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미실현손익은 작년 2분기 실적발표 때에도 언급된 용어"라며 "당시에는 미실현손익이 줄어 순이익 증가에 영향을 미쳤고 올해 1분기에는 미실현손익이 증가해 순익 감소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재고 미실현손익이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에피스에 판매한 제품 중 실제로 바이오에피스에서 외부로 팔리지는 않은 제품의 매출총이익을 보여주는 지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해 바이오에피스에 판매하면 매출로 기록되고 그에 따른 이익도 늘어난다. 하지만 그 중 실질적으로 바이오에피스가 판매하지 않고 재고로 가지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다시 바이오로직스의 순이익에서 빼는 조정 회계처리를 거치게 된다.
미실현손익은 조정 절차이기때문에 별도로 재무제표에 명시되는 항목은 아니다. 다만 지분법손익에 영향을 미치며 재무제표 주석의 '내부거래 미실현'이란 항목에 수치가 반영된다. 미실현재고자산이 줄어들면 이익으로, 미실현재고가 늘면 손실로 셈해 지분법손익에 반영된다. 분기마다 이같은 지분법손익이 영업이익 이후 단계에서 반영돼 순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식이다.
특수관계자와 재고자산 거래를 하는 경우 항상 이같은 재고 미실현손익이 생기며 지분법 조정이 필요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분 50%를 보유 중인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공동기업으로 회계처리하고 있다. 연결재무제표가 아닌 별도재무제표를 처리하면서 공동기업인 에피스에 대해 미실현손익 조정의 지분법 회계처리를 해야 한다.
증권가에서는 미실현에 따른 손실이 전분기 대비 1분기에 190억원 가량 증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회사는 정확한 1분기 재고 미실현손익 규모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1분기 꽤 의미있는 수준의 순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지분법이익으로 반영됐어야 함에도 1분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총 170억원의 지분법손실을 기록했다. 관계기업인 아키젠의 순손실에 따른 지분법손익 감소 가능성을 고려한다해도 미실현이익 증가 영향이 컸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2018년부터 2019년까지 바이오에피스와의 내부거래 미실현 규모를 모아보면 2018년 1분기 206억원이었으며 매분기마다 추가로 미실현이익 분이 누적되며 2018년 말 407억원, 2019년 말 663억원으로 확대돼왔다. 증권가 데이터를 기준으로 2020년 1분기 중 추가된 미실현이익이 전분기 수치보다 190억원 늘어났다고 가정하면 1분기말 기준 내부거래 미실현 규모는 1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에피스 간 사업 구조를 감안할 때 단순한 매출이나 영업이익 실적지표 외에 재고 미실현손익의 변화가 회사 수익의 실질을 보여줄 수 있어 앞으로 더 중요한 문제가 될 것"라고 말했다.
바이오의약품 생산법인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매년 약 2000억원 규모의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2018년 거래액은 2260억원, 2018년은 1851억원이다. 바이오의약품은 판매되기 전에 일정 양의 안전재고를 보유해야 하는 부담을 항상 안게 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로직스로부터 매입한 제품 중 일부를 재고로 보유하는 것은 바이오에피스의 정책이나 사업 상황과 관련된 것이다. 바이오에피스에서 해당 재고를 판매하면 다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실현손익을 이익으로 되돌려 잡을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제약사업은 성격상 제품의 본격적인 판매를 앞두고 일정한 정도의 재고를 가져가는 것이 정상적인 경영활동으로 인식된다"며 "미실현손익은 이런 특성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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