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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 바이오젠과 콜옵션 맺은 속사정 글로벌 제약사들 합작 거부로 1대1 합작법인 어려워…에피스 종속회사 분류는 당연한 수순

서은내 기자공개 2018-11-02 11:00:00

이 기사는 2018년 11월 02일 07:3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간 분식 회계 논란의 근원을 찾아보면 합작사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와 그에 따른 회계 조치 변경에서 기인한다. 평범한 합작 제휴라면 콜옵션 대신 지분율대로 합작법인을 세우기 마련이다. 이 경우 복잡한 회계 처리는 불필요하다. 대다수 글로벌 제약사들 간 합작법인설립은 5대5 지분 제휴로 시작되기 마련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과 콜옵션을 낀 독특한 구조로 합작하게 된 배경은 뭘까. 결론적으로 바이오업계에 신생기업인 삼성과 리스크를 지지 않으려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셈법이 맞물린 결과다. 삼성 측이 주도로 회계 처리를 변경한 것은 아니란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과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시밀러 개발업체를 합작 설립하기 위해 상위 10여개의 글로벌 제약사들에 일일이 문을 두드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협력할 만한 회사를 찾기 위해 글로벌 제약사를 상대로 제안을 했지만 바이오업계에서 레퍼런스가 전무했던 삼성에 어느 누구도 응하려 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설립 당시 초기 멤버 13명으로 설립됐다. 현재는 시가총액이 26조원을 웃도는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그 당시만 해도 삼성으로 부터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외에 기술에 대한 신뢰를 보이기 어려웠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매출액이 거의 제로였으며 2014년 처음 290억원의 매출액을 냈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과 임원진들은 회사 설립 초기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글로벌 제약사들 10여곳의 문을 두드렸지만 문전박대를 당해야했다. 글로벌 삼성의 위상에도 불구하고 바이오 업계에선 한낮 중소기업으로 보여질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삼성바이오의 손을 잡아준 유일한 곳이 바이오젠이었다. 이후 삼성은 에피스 사업에 자금을 투입했고 바이오젠은 바이오시밀러 기술력과 설비에 대한 노하우를 제공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사업 초기 유일하게 손잡은 곳이 바이오젠 하나였으며 그만큼 바이오젠 입장에서 합작에 따른 리스크가 큰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바이오젠 입장에서 삼성을 파트너로 선정하는 것은 미래가 불투명한 일일 수 밖에 없었다. 삼성이 바이오 시밀러 개발에 성공할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콜옵션은 그런 배경에서 이뤄진 최소한의 장치였다.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해 초기부터 자금을 동등하게 투입해 지배력을 갖기 보다 콜옵션 장치를 두고 위험 부담을 덜어내려 했던 것이라 볼 수 있다. 사업이 성공하면 초기 조건 대로 지분을 인수하고 실패할 경우 콜옵션 비용만 손해를 보면 되는 상황이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분류할지 혹은 종속회사로 분류할지의 기로에서 초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배력'의 실질을 따져볼때 에피스에 대한 부담과 리스크를 훨씬 더 많이 지고 있었다. 초기 삼성바이오로직스 입장에선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로 회계처리한 것이 당연한 수순이었다는 논리가 어색하지 않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감사보고서 작성 시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해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계정을 새로 분류한 바 있다. 2014년 감사보고서 까지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에피스를 종속회사로 분류하고 있었으므로 연결재무제표와 별도재무제표 두 가지를 공시하고 별도재무제표에서 에피스 투자자산을 원가법으로 처리해왔으나 2015년부터 종속회사가 없어진 셈이므로 별도재무제표만 공시하기 시작했고 시가로 재평가해 표시하기 시작했다. IFRS 기준 상 자회사에 대해 계정 재분류가 이뤄지면 그 투자자산을 아예 새롭게 취득한 것으로 인식하므로 시가로 재평가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에피스를 종속회사로 분류한 것에 대해 "IFRS 회계기준에 따라 적정하게 회계처리했으며 그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비슷한 회계처리의 선례를 구하고 있지만 적절한 사례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이나 일본 사례를 구할 수는 없다. 한국이 채택해 도입한 'K-IFRS'는 유럽에서 채택하고 있는 회계기준이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일본에선 회계기준으로 'GAAP' 기준을 택하고 있으므로 IFRS에 근거한 종속회사 및 관계회사 투자자산 회계처리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IFRS를 사용 중인 유럽 사례 또한 구하기 어렵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합작 설립시 대개 처음부터 지분을 5대 5의 비율로 명확히 나눠갖기 때문이다. 당시 바이오에피스 설립이 이례적인 케이스였다. 현재는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게 됨에 따라 바이오에피스 지분을 바이오젠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거의 5대 5로 나눠갖게 됐지만 초기에는 바이오로직스가 85%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바이오업계가 새롭게 태동하는 상황이다보니 회계처리 면에서도 처음 이뤄지는 것들이 많은 상황"이라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기별 상황이나 회계절차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이같은 바이오 업계 특성을 제대로 파악해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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