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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워치]LG화학 차동석, 미증유의 위기 '해결사' 될까SK이노 배터리 소송전+인도 가스사고 리스크 총괄 책임 …선제적 자금조달 '합격점'

박상희 기자공개 2020-05-18 08:29:59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3일 15: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화학 CFO(최고재무책임자)는 다른 기업과 비교해 권한도 크지만 그만큼 책임이 막중한 자리다. 유종의 미를 거두느냐, 용두사미로 마무리를 짓느냐는 CFO 개인의 몫이다. 역대 전임은 10년 이상 장수 CFO로 이름을 날리거나 계열사 CEO(최고경영책임자)로 영전하는 등 성공 신화를 써왔다.

지난해 9월 LG화학 4번째(2001년 분사 이후 기준) CFO가 된 차동석 부사장의 어깨가 무겁지 않을리 없다. 공교롭게도 LG화학을 둘러싼 대내외 경영 환경은 녹록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여파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예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인도 공장에서 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소송 결과도 안갯속이다. 계속되는 미증유의 위기를 차 부사장이 어떻게 헤쳐나갈지 주목된다.

◇법무실 총괄, COO 역할도 수행…인도 가스 누출 사고, 민·형사 재판 이어질듯

LG화학은 13일 노국래 석유화학사업본부장을 단장으로 8명으로 구성된 인도 현장 지원단을 파견했다. 사고원인 조사 및 현장의 재발방지 지원이 최우선적으로 필요해 현장 지원단은 생산 및 환경안전 등 기술전문가 중심으로 이뤄졌다.

LG화학 관계자는 "이번 인도 현장 지원단엔 CFO나 산하 임직원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본격적인 소송 등이 시작되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차 부사장이 사건을 총괄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 인도법인(LG폴리머스인디아)은 사고 이후 경영진이 입건되고 인도 환경재판소로부터 공탁 명령을 받는 등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인도에서 기업의 환경규정 준수 여부를 감시하는 특별법원인 인도환경재판소는 LG폴리머스인디아에 손해배상에 대비해 5억루피(약 81억원)를 공탁하라고 명령했다. LG화학 안팎에선 인도 현지 주민과 환경단체의 소송이 제기될 경우 상당 기간 민·형사 재판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G화학 사내 리스크관리 체계에서 차 부사장은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다. 2018년 LG화학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LG화학은 법인 차원의 가이드라인과 리스크 대응 방안에 대한 최고 담당위원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규정하고 있다. 현재 LG화학은 COO를 없애고 CFO가 COO의 업무까지 겸임하도록 하고 있다. 리스크관리 체계를 차 부사장이 책임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CFO 산하 조직 체계에서도 드러난다. 차 부사장은 한웅재 법무실장(전무), 남경현 법무역량강화TFT장(상무), 윤현석 IR담당(상무), 이동열 금융담당(상무), 이명석 경영기획담당(상무), 장승권 경리담당(상무), 한민기 업무혁신총괄(상무) 등 7명의 임원을 두고 있다. 다수 조직 책임자가 상무급인데 반해 법무실장 직급만 전무다.

차 부사장은 이미 중요한 법무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말 불거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쟁'이 대표적이다. 배터리 소송이 시작될 당시 차 부사장은 LG화학에 없었지만 지난해 9월 CFO로 부임하면서 해당 소송을 총 지휘하는 위치에 있다.

지난달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화학과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 결정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조기 패소 결정으로 승기를 잡은듯 보였던 LG화학은 ITC의 최종 판결이 올 10월로 예정됨에 따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LG화학은 이밖에도 국내외에서 SK이노베이션과 동시다발적으로 소송을 진행 중에 있다.

LG화학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소형 2차 전지 가격 담합과 관련해 캐나다, 이스라엘의 직간접 소비자들이 제소한 2건의 집단소송에 회사가 피소된 상태다. 소형 2차 전지 가격 담합과 관련된 소송 이외에 회사와 종속기업이 제소한 건이 각각 23건과 17건이다. 관련 금액은 각각 219억원과 33억원 규모다. 피소된 건은 각각 136건과 36건으로 관련금액은 회사와 일부 종속기업이 각각 81억원과 198억원이다.

여기에 인도 가스 유출 사고까지 소송전으로 이어질 경우 글로벌 소송 리스크가 커질수밖에 없다. 리스크 관리를 책임지는 차 부사장의 부담도 커지는 셈이다.

◇조 단위 회사채 발행 기조 이어가…코로나19 사태 속 선제적 자금조달

차 부사장은 CFO와 COO 등 사내에서 다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핵심 업무는 재무와 관련된 것일수 밖에 없다. LG화학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와 자본총계만 34조원이 넘는다.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 차 부사장은 선제적인 자금 조달에 나서면서 현금 유동성 관리 차원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LG화학은 코로나19 사태 불길이 금융 및 자본시장으로 본격적으로 전이되기 이전인 2월 90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에 성공했다. 이는 올해 만기 도래 예정인 회사채 1200억원과 7711억원 규모의 차입금을 상환하기에 충분한 금액이다.

LG화학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에 걸쳐 각각 8000억원, 1조원, 1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공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는 차입구조를 개선해 유동성차입금 비중을 낮추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조 단위에 육박하는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은 전임 정호영 CFO(현 LG디스플레이 사장)의 행보를 잇는 것이기도 하다. LG화학은 2016년 이전까지 금융기관에서 주로 돈을 빌려 왔다. 그 결과 2016년 총차입금 중 유동성차입금 비중이 76.5%에 달했다. 정호영 CFO 부임 이후 LG화학은 회사채 발행 시장을 적극 활용하면서 유동성차입금 비중을 2019년 3분기말 기준으로 19.5%까지 크게 낮췄다.

차 부사장은 부임 6개월 만에 대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서면서 전임 CFO와 마찬가지로 유동성차입금 비중을 낮추는 정책을 이어갔다. 특히 차 부사장의 결정이 눈에 띄는 것은 코로나19 확산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선제적으로 자금 조달에 나섰다는 점이다.

LG화학의 경우 올해 회사채 만기 압박이나 차입금 상환 부담이 크지 않았지만 차 부사장은 과감하게 대규모 회사채 발행을 감행했다. 최근 회사채 시장이 급속도로 침체에 빠지면서 투자 심리가 얼어붙고 수요가 위축된 점을 상기하면 LG화학의 선제적인 자금조달이 '신의 한수'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LG그룹 내 주요 재무통으로 손꼽히는 차 부사장은 회계·금융·세무·경영진단 등 풍부한 경험을 가진 재경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LG경영개발원과 정도경영TFT에서 근무하다 2014년부터 서브원(현 S&I코퍼레이션)에 몸담기 시작했다. 서브원 CFO를 역임하면서 2016년 전무로 올라섰다. 지난해 9월 LG화학의 CFO로 부임한 이후 사업지원 및 전사 차원의 재무 관리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각 사업본부를 밀착 지원한 성과 등을 인정받아 지난해 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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