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5월 14일 16시3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태제과의 빙과사업부 매각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부라보콘'으로 대변되는 해태아이스크림은 이제 빙그레라는 새로운 주인을 맞는다. 돌이켜보면 해태제과의 빙과 브랜드 매각은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수차례 딜 구조가 변경됐다는 점을 통해 해태제과의 고민을 어느 정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사실 해태제과는 아이스크림 사업부문에 대한 급매(Fire Sale) 필요성이 있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예전부터 사업 강화를 추진해왔던 프리미엄 빙과부문의 미래를 고민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물적 분할돼 신설하는 해태아이스크림의 자본 확충을 추진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딜이 처음 시작된 작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해태제과의 입장 변화가 뚜렷하게 읽힌다. 해태제과는 해태아이스크림 투자유치와 관련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주요 지분 매각과 유상증자가 병행된 구조를 우선 검토했다. 다만 원매자 의사에 따라 매각대상 지분은 달라질 수 있다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했다.
상황은 여러 원매자와 논의를 거치며 급변했다. 딜 진행 초반 매도자는 재무적투자자(FI) 위주의 마케팅을 지속했지만 중후반부에 접어들며 원매자군을 동종업계를 포함한 전략적투자자(SI)로 넓혔다.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들이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자 진성매각으로 방향을 틀고 SI를 적극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경영권 지분 확보를 원했던 인수자 의지에 따라 매각대상 또한 신설회사의 지분 100%로 확정됐다. 해태제과는 '한 지붕 두 가족' 동거를 할 경우 사업 세부내용에 대한 정보노출을 우려해 마케팅 대상을 FI로 한정했으나 협상 테이블에 끝까지 앉아 있었던 빙그레에 아이스크림 사업을 넘기는 통 큰 결단을 내렸다는 후일담이 나온다.
주목할 점은 해태제과와 빙그레가 과거 묘한 긴장관계를 형성했던 전력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식음료(F&B) 주도권 다툼을 하던 와중에 빙그레가 2008년 펀드를 통해 크라운제과 전환사채(CB)를 인수하며 적대적 M&A 가능성이 불거지기도 했었다. 매도인 입장에서는 인수자를 껄끄러운 상대로 인식해 딜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웠을수도 있다는 뜻이다.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을 온전히 품기 위해 남은 관문은 규제 당국의 승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무난하게 통과한다면 모든 딜은 끝난다. 오랜 기간 아이스크림 사업을 이어왔던 해태제과로서는 아쉬움이 클 법 하다. 그 동안 소비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던 '부라보콘'을 떼어내는 일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더 나은 주인을 찾아주자는 전략적 의사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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