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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건설 고금리에도 미매각…산은 지원도 역부족 [Deal story]3%대 고정금리도 외면…A- 등급 한계, 우량채 선호 '뚜렷'

오찬미 기자공개 2020-05-26 14:25:20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5일 14: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건설(A-, 안정적)이 회사채 발행을 위해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전량 미배정이 발생했다. 3%대 고정금리를 제시하면서 투심 잡기에 나섰지만 A- 등급 채권에 대한 투심은 냉랭했다. 한국산업은행의 회사채 차환발행 지원 프로그램으로도 역부족이었다.

25일 IB업계에 따르면 한화건설은 2년물 600억원, 3년물 400억원의 회사채 발행에 나섰지만 한 건의 매수 주문도 확보하지 못했다. 선제적으로 한국산업은행이 400억원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부담을 나눴다. 인수단에 참여한 KB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DB금융투자, 키움증권의 부담도 여전히 높다.

◇고금리에도 얼어붙은 투심…양극화 심화

한화건설은 희망밴드를 고정금리로 제시해 2년물과 3년물의 금리를 각각 3.1~3.6%, 3.6~3.9%로 설정했다. 민평금리 대비 최대 140bp 높은 수준까지 가산금리를 높이면서 고금리의 발행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더이상 냉각된 투심을 녹이지는 못했다.

직전에 발행에 나섰던 A-급의 현대건설기계 역시 1500억원 발행에 나서면서 높은 고정금리를 제시했다. 2년물과 3년물 금리가 각각 3%, 3.2%에 달했다. 그러나 2년물에 50억원의 신청만 들어오면서 1450억원 규모의 역대급 미매각이 발생했다. 한화건설은 현대건설기계에 이어 산업은행의 회사채 차환발행 지원 프로그램이 미매각분에 가동된 두번째 기업으로 남게 됐다.

시장에서는 AA급 이상의 우량채권에 대한 선호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3월 중순 코로나19 여파로 정체됐던 발행 시장이 5월 서서히 회복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하반기 채권 만기를 앞둔 AA급 기업도 시기를 앞당겨 발행을 서두르면서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5월로 넘어오면서 채권시장안정화펀드 등 정책 효과에 힘입어 시장이 안정화되는듯 했지만 근래 양극화가 더 심화되는 것 같다"며 "A급 이하 기업들이 많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등급 하향 이슈도 '발목'…인수단 미매각 부담 높아져

한화건설의 경우 A급의 끝선에 있어 신용등급이 한노치만 내려 앉아도 BBB급으로 밀려난다. 건설 산업에 대한 불확실성도 수요예측 부진의 원인으로 해석된다.

한화건설은 그룹의 지원가능성을 반영해 자체신용도 대비 실제 등급이 1노치 높다. 하지만 국내 주택사업이 어려워질 경우 신용도가 A급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BNCP) 리스크 재확대로 사업이 지연되거나 채권 회수가 어려워질 경우 실적 저하가 불가피하다. 최근 유가하락으로 이라크 정부의 재정이 악화되고, 미국과 이란 갈등이 고조되면서 공사대금 회수가 다소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3월 코로나 19 사태로 통행이 금지되면서 공사 진행과정 및 사업 대금회수 등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화건설은 올해 1분기 순차입금/EBITDA가 6.1배에 달해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의 하향 트리거 요건인 '순차입금/EBITDA 지표 5배 초과' 조건을 충족했다.

A-급의 미매각이 지속되면서 주관 계약을 체결한 IB업계도 위기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미매각이 발생할 경우 인수단에 참여한 증권사들이 발행 물량을 떠안게 된다. ㈜한화(A+급)를 비롯해 포스코기술투자(A-급), 보령제약(A0급), 현대엘리베이터(A0급), GS E&R(A+급) 등이 주관사를 선정하고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채권을 매수하는 리테일 쪽에 고금리 채권보다 AA급 이상의 우량채를 위주로 매입하라는 지침이 내려오면서 시장에서 A급 채권 수요가 마른 상태"라며 "산업은행에서 저신용등급 회사채·기업어음 매입기구(SPV)를 세워서 저등급의 기업 지원을 확대한다고 했는데 정책이 조금 더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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