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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 리포트]에쓰오일, 현금 대거 늘렸다현금성자산 3개월 새 3000억→1조5000억, '유산스+회사채' 조달

박상희 기자공개 2020-06-02 13:15:26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1일 14:5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에쓰오일(S-Oil)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3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안정적인 현금창출능력을 바탕으로 조 단위 유동성 확보가 일상적인 정유사에겐 이례적인 일이었다. 같은 기간 GS칼텍스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조원을 웃돌았다.

1분기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고 3월 유가전쟁마저 발발하면서 에쓰오일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미증유 위기 속에 현금곳간이 비는 일을 막아야 했기 때문이다. 1분기 말 기준 에쓰오일의 현금및현금성자산 규모는 1조5000억원으로 3개월 만에 5배 이상 증가했다. 차입을 통해 현금 곳간을 다시 채웠다.

◇2019년 말 현금및현금성자산 3000억, 정유 빅4 중 최하위

지난해 말 기준 에쓰오일의 유동성(연결 기준)은 5241억원을 기록했다. 유동성이란 현금및현금성자산 2910억원과 단기금융상품을 비롯한 기타금융자산 2643억원에서 계약이행보증 관련 질권설정돼 사용이 제한된 예금(312억원)을 제외한 금액이다.

에쓰오일은 가용자금을 금융상품의 안전성과 수익성을 고려해 1년 이내 은행권 정기예금 등에 분산 예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만기 3개월 이내의 현금및현금성 자산과 만기 3개월 초과 1년 이내의 단기투자자산 등이다.

에쓰오일 유동성 규모는 2017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2조1693억원에 달했다. 넉넉했던 유동성은 2018년 말 7108억원으로 3분의 1토막 난 데 이어 지난해 말 기준 5000억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으로 낮아졌다.

유동성이 급감한 이유는 투자 때문으로 풀이된다. 에쓰오일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총 투자비 4조8000억원 규모의 잔사유 탈황 분해설비 및 프로필렌 하류제품 생산설비 투자를 진행했다. 해당 설비는 2018년 4월 기계적 완공돼 같은해 하반기 상업 가동에 들어갔다.


에쓰오일 유동성이 조 단위 아래로 크게 감소한 것은 2010년대 들어 처음이다. 현금및현금성자산과 금융기관 예치금 등을 포함한 유동성 규모는 2016년 말 기준 4조2012억원에 달했다. 2013년 말 기준 9406억원을 기록하며 1조원 아래로 떨어진 적을 제외하면 2018년 이전까지는 줄곧 1조원을 웃도는 유동성을 자랑해왔다.

에쓰오일의 이같은 유동성 규모는 정유사 '빅4' 가운데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GS칼텍스의 현금및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 등을 포함한 유동성 규모는 2조1146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SK에너지는 7154억원, 현대오일뱅크는 4857억원을 기록했다.

유동성 가운데서도 바로 현금화가 가능한 현금및현금성자산 규모는 에쓰오일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3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1조원을 웃도는 GS칼텍스(1조1570억원)는 물론 SK에너지(4064억원)와 현대오일뱅크(4804억원)와 비교해서도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유동성 급감에도 부채비율·차입금의존도 안정적 관리

에쓰오일은 유동성이 급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재무적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여겨졌다.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 등 재무지표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2015년 말 기준 100.29% 수준이던 부채비율은 2017년 120.49%, 2018년 146.63%,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151.41%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에서 권고하는 부채비율(150%)을 약간 웃돌았지만 빨간 불이 켜진 건 아니었다. 자산 대비 총차입금 비중을 나타내는 차입금의존도 역시 2015년 33.36%에서 지난해 말 기준 43.58%로 상승했지만 위험 수위가 크게 높아지진 않았다.


1분기 접어들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로 확산됐고, 3월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유가 전쟁까지 벌어지면서 유가가 급락했다.

지난해 말 기준 급격한 재무적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던 에쓰오일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대내외 경영환경 급변 상황에서 유동성 확보는 최선의 방어책인데, 에쓰오일의 현금성자산을 비롯한 유동성이 4사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에쓰오일은 1분기 유동성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1분기에만 2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금융권으로부터 차입했다. 현금흐름표에 따르면 1분기에 증가한 차입금 규모만 1조9797억원이다. 같은 기간 상환한 차입금은 867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1분기 차입금 증가가 1863억원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1년 만에 차입금 규모가 10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유산스 차입금이 1조원 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2조1997억원 수준이던 유산스 차입금은 3월 말 기준 3조990억원으로 늘어났다. 유산스는 원유수입대금 결제를 위한 무역금융으로, 만기 6개월 이내에서 회전대출형식이 이뤄져 단기차입금으로 분류된다. 회사채 발행을 통한 유동성 확보도 단행됐다. 1분기에 발행한 회사채 규모는 6800억원에 달한다.

유동성 확보 노력 결과 에쓰오일 1분기 말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조5078억원으로 증가했다. 3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던 현금성 자산이 3개월 만에 5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단기금융자산은 443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에쓰오일의 현금성자산이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역대급으로 낮은 수준이었다"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유가전쟁마저 발발하자 에쓰오일이 1분기에 현금을 최대한으로 확보하는데 주력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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