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배구조보고서 점검]롯데쇼핑, 투명 지배구조 확립 성적은핵심지표 준수율 60% 전년동일…'유통 빅3' 중 전자투표 미도입 유일
정미형 기자공개 2020-06-04 13:31:44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2일 17: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3월 열린 롯데쇼핑의 정기주주총회는 예년보다 다소 늦게 끝이 났다. 안건마다 한 주주의 질의가 끊이지 않았던 탓이다. 흔히 말하는 주총을 방해하려고 온 ‘주총꾼’은 아니었다. 소액주주로 보였던 한 주주는 준비해온 게 많았다. 정리된 자료만 두꺼운 파일 하나였고, 롯데쇼핑의 사업이나 투자 사안에 대해서도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는 마음껏 질문할 수 없었다. 이사회 의장인 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은 질의를 받아주긴 했지만, 질문이 늘어날수록 부담스러워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주총장을 메운 ‘직원주주’들은 주총을 지연시키는 그 주주를 야유하며 안건이 통과돼야 하는 정당성을 강조하거나 다른 주주들의 제청을 이끌어내 안건을 순식간에 통과시켰다.
결국 그 주주는 충분한 발언 기회를 얻지 못했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한 채 주총은 끝이 났다. 롯데쇼핑이 주주를 대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준수 항목 절반이 주주 항목…주주 배려 '낙제점'
롯데쇼핑은 기업지배구조 15대 핵심지표 준수 현황에서도 주주 관련 평가가 낙제점에 가깝다.
기업지배구조의 15대 핵심지표는 크게 이사회, 감사기구 그리고 주주 관련으로 구성된다. 이 중 주주 관련 지표 비중은 15개 중 4개에 해당한다. 주주총회 4주 전에 소집공고를 실시했는지, 전자투표를 실시했는지, 주주총회의 집중일 이외에 개최했는지, 배당정책 및 배당실시 계획을 연 1회 이상 주주에게 통지했는지 여부를 가린다.
롯데쇼핑이 최근 제출한 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15대 지배구조 핵심 지표 중 준수한 항목은 모두 9개다. 미준수 항목 6개 중 절반은 주주 항목에서 나왔다. 다시 말하면 주주와 관련된 핵심지표에서 단 한 개의 항목만 준수했다는 이야기다.
롯데쇼핑은 3월 27일 정기주총을 앞두고 15일 전인 3월 12일에나 주총 소집결의와 소집공고를 동시에 냈다. 주총 집중일 이외 개최 노력은 올해도 찾아볼 수 없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월 마지막 주 금요일을 주총일로 잡았다. 매년 대부분의 상장사들의 주총이 겹치는 슈퍼 주총데이다.
무엇보다 전자투표제는 올해도 도입되지 않았다. 2월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확산세를 보이자 그간 전자투표제를 도입하지 않았던 기업들도 주총을 앞두고 주주 배려 차원에서 전자 투표제를 도입했지만, 롯데쇼핑은 이와 거리가 멀었다.
특히 유통 빅3(신세계·현대·롯데) 중 유일하게 전자투표를 도입하지 않았다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지난해부터 전자투표제를 도입했고 올해 현대백화점그룹도 코로나19 여파로 전자투표제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준수현황 첫 해와 '데칼코마니'…"개선 의지 강해"
올해 롯데쇼핑의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 현황은 지난해와 똑같다. 준수율은 60%에 준수 여부 항목도 지난해와 달라진 게 한 곳도 없다. 이는 롯데쇼핑이 지난해와 동일한 틀의 기업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 1년간 개선된 곳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롯데쇼핑은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가 분리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겸직을 지향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사회 관련 법령 및 내부 규정에 따른 역할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는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수행하도록 함으로써 이사회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이사회 결정이 신속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미준수 항목인 독립적인 내부감사부서의 설치와 관련해서도 내부감사부서가 4개나 존재하지만, 조직 구조상 최고경영자(CEO) 또는 최고재무책임자(CFO) 하위 부서로 배치되어 있어 여전히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 롯데쇼핑도 이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며 내부적으로 독립성과 공정성 보장에 힘쓰고 있는 모습이지만, 독립적인 조직으로 둘 지에 대해서는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내년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 때 핵심지표 준수율을 높이기 위해선 주주 관련 항목에서 얼마나 실천 가능한 항목을 준수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주총 4주 전에 소집공고 실시나 주총 집중일 이외 개최와 같은 지표는 다른 항목에 비해 준수하기 쉬운 지표다.
롯데쇼핑은 “전자투표에 관한 경우 그동안 도입에 대한 고민이 많았고 내년에는 도입할 수 있게 긍정적으로 검토 중에 있다”며 “지배구조 준수와 관련해서는 지표상으로는 지난해와 다를 게 없지만 그룹 방향성에 맞춰서 신경 쓰고 있고 개선에 대한 의지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