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회전문 인사 관행 타파...전문성 강화 [금융권 사외이사 활용평가]⑥김홍진 경제관료 합류…하나·외환 통합후 '경영자문' 이사 미선출
손현지 기자공개 2020-06-09 14:57:52
[편집자주]
최근 금융사들이 사외이사 영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내부통제 부실로 인한 DLF사태, 코로나19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가시화되면서 사외이사의 역할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존 주류를 이뤘던 재무, 법률 뿐 아니라 IT, 소비자보호 전문성까지 갖춘 사외이사를 기용해 견제와 자문 역할을 두루 맡기고 있다. 금융지주사 사외이사 면면을 분석해보고 이를 토대로 경영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4일 10: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금융그룹 이사회는 계열사 사외이사 출신으로 꾸려지곤 했다. 이른바 효율성을 지향한 인사관행이 이어져온 셈이다. 때문에 사외이사의 전문성도 금융, 회계, 경제 등 기초적인 영역에 치우쳐왔다. 최근에는 사외이사 추천 경로를 확대해 경제관료(김홍진 사외이사)를 영입하는 등 이사회의 전문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계열사 사외이사 출신 절반 포진
현재 하나금융의 사외이사 8명 중 3명(이정원·차은영·허윤)은 계열사 사외이사 경력을 지닌 인물이다. 작년에는 4년간 하나금융에 몸담았던 김인배 사외이사가 하나은행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고영일 하나은행 사외이사도 하나카드 사외이사로 일하다가 지난해 하나은행으로 옮겼다.
이러한 관행이 이어져 온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사외이사를 일종의 잠재 경영진으로 여기는 경향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단순히 사외이사를 감시, 견제자의 역할로만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일례로 이진국 하나금융 부사장은 2015년 주주총회에서 선임돼 일년 간 하나금융 사외이사를 지냈다. 본래 증권맨 출신으로 롯데그룹 기획조정실, 신한금융투자 부사장 등을 지낸 인물로 김정태 회장이 직접 영입했다. 김 회장은 이 부사장의 경영 자질을 검증하기 위해 일차적으로 사외이사 시험대에 세운 뒤 하나금융투자 대표자리를 맡긴 셈이다.
계열사 PMI를 원활히 진행하기 위한 정치적 산술이기도 했다. 2015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당시 주주총회에서는 홍은주 이사가 추천됐다. 그는 한양사이버대학교 교수, iMBC 대표이사를 지냈던 언론·경제 전문가였지만 감춰진 또 다른 이력은 외환은행 사외이사였다. 사실 역량진단표(Board Skills Matrix) 등에 의거해 선임됐다기 보다는 통합을 위한 인력교류 목적이 있었다.
또 다른 배경은 사외이사들이 '인사권'을 쥔 막강한 세력이라는 이유다. 단순히 전문성을 지닌다기 보다 하나금융그룹의 문화를 잘 파악하고 있는 사외이사를 선임하기 위해 계열사 출신 사외이사를 선호하는 셈이다. 현재 137명의 후보풀 중 상당수가 계열사 출신 이력을 보유한 인물들로 알려졌다. 경영지원부서로부터 추천받는 경우가 65%다. 서치펌으로 추천받는 비중 35%에 불과하다.
사실 이 부분에서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미흡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 회장은 2012년 취임 이후 2017년까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포함돼 있었다. 당시 추천된 사외이사들이 현재까지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사외이사 후보풀을 관리하는 경영지원실도 회장 직속 조직이다. 때문에 사외이사들이 대체로 김 회장과의 연결고리를 지니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라진 '경영'자문 사외이사…경제관료 발탁
하나금융은 2015년 옛 KEB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통합과정에서 '경영' 전문 이사를 발탁해왔다. 2016년까지 재임했던 박문규 전 이사가 대표적이다. 박 전 이사는 에이제이㈜ CEO 출신으로 오랜 회사경영 경험을 지닌 인물이었다. 이사회 운영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으며 통합으로 어수선한 하나금융의 임원평가나 보상과 관련 객관적인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하나금융 이사회 관계자는 "박 전 이사는 그룹 내 카드, 은행 계열사 합병을 거치면서 수익성 증대를 위한 경영전략을 제시해왔다"며 "하나카드가 외환카드와 합병될 때는 이사회에서 수수료 수익, 마켓쉐어 강화 방안을 직접 내놓기도 했다"고 말했다.
특히 포트폴리오 밸런싱에 기여했다는 전언이다. 그룹의 수익이 은행에 편중돼 있는 점을 지적하고 비은행 계열회사의 실적 개선 노력을 주문했다고 한다. 해외 관계회사의 내부통제 업무를 강화를 위해 지주 감사보조조직에 구체적인 대안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통합이 어느 정도 안정화된 이후 하나금융 이사회에서 경영분야 전문성을 띈 인물은 자취를 감췄다. 대신 창립 후 처음으로 기타분야(경제관료) 후보군에서 새 이사를 충원했다. 주인공은 바로 김홍진 이사로 차은영 이사가 추천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김 이사는 경제관료로서 금융산업과 규제 동향에 폭넓은 지식을 갖고 있다"며 "넓은 혜안을 갖추고 있어 이사회 내 무게감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경영발전보상위원회 3인방, 차은영·박원구·김홍진
김 이사는 한국예탁결제원 경영지원본부장, 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FIU) 기획행정실장, 재정경제부 감사담당관 등을 역임한 경제 전문 관료다. 탁월한 리더십, 비전 제시,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에서 평판을 얻었다는 평이다.
김 이사의 작년 활약 중 하나는 경영발전보상위원회 활동이다. 이사회 내 경영발전보상위원회는 경영평가 지표(KPI)를 기반으로 하나금융의 최고경영자를 평가한다. 그만큼 전문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이사진들로 구성한다. 의사결정시 리스크관리 측면의 적정성을 평가하도록 하기 위해 전원 리스크관리위원회를 겸하게 한다. 작년에는 차은영·박원구· 김홍진 이사가 위원회를 이끌었다.
김 이사는 국내·외 손익과 관련한 감시에 주력했다. 작년 해외부문 손익이 6.2% 하락했던 사유에 대해 파악하고 중민국제융자리스 손실에 대한 대처방안을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은행권 소상공인 여신증대 정책 기조에 대한 하나은행의 자산건전성 고려 방안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차 이사는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경제 분야 전문가다. 차 이사는 경영지원실의 탐색으로 최초 후보군에 편입된 인물이다. 송기진 전 이사가 최초 추천했으며 이후 김정태 회장의 신임을 얻어 임기만료 때마다 재추천됐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인물로 꼽힌다. 단순히 학문적 배경을 지녔을 뿐 아니라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위원, 금융감독원 자문위원 등을 역임하면서 정부부처나 정부기관들의 활발한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하나금융 이사회에 몸 담은 뒤로는 자회사들의 수익성 증진에 관심을 가져왔다. 정부가 향후 제4인터넷 전문은행을 허용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경영진에 디지털뱅크 관련 세밀한 비즈니스 전략을 구사할 것을 당부했다.
박원구 이사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글로벌공학교육센터 교수 출신의 회계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지난해 차 이사는 제3인터넷 전문은행, 하나에프엔아이 등 자회사 진출 계획과 관련 수익성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해왔다"며 "국내 NPL시장이 정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연합자산관리, 대신F&I, 블라인드 펀드를 결성하는 자산운용사 등에 대적해 비용증가, 수익률 하락이 수반되지 않는지에 대해 지적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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