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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업 넥스트 오너십]20년 걸친 웅진그룹 승계, 두 아들 중 무게추 어디로②코웨이 인수·매각 차남 윤새봄 지휘, 최대주주 지위 확보…장남 윤형덕 대표, 투투럽 맡아

최은진 기자공개 2020-06-09 13:07:06

[편집자주]

국내 학습지 돌풍을 일으키며 성장한 교육기업들이 1세대에서 2세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진입했다. 교육열풍에 힘입어 조단위 그룹으로 성장한 데 따라 승계작업이 녹록지않다. 사양산업으로 전락한 학습지 대신 신성장 사업을 찾아야 한다는 임무도 2세대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국내 선두 교육기업들의 지배구조 및 승계 현황 등을 더벨이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5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웅진그룹은 흥망성쇠의 40년 역사를 겪는 와중에서도 꾸준히 승계를 준비해 왔다. 현재 윤석금 회장의 뒤를 누가 이을 것이냐의 문제만 남아있는 상태다.

지분승계는 비상장법인을 내부거래를 통해 키운 후 모기업과 합병시키는 전형적인 방법이 동원됐다. 상속증여세와 관련해 국세청과 법적분쟁을 벌이고 있지만 일단 지배력은 윤 회장의 자녀들에 이전됐다.

후계구도는 장남이 지배력을 획득하는 분위기였다가 최근들어 차남에게 무게추가 기울었다. 지분측면에서도 차남이 공격적으로 매입하면서 우위를 점했다. 코웨이 매각 및 인수, 그리고 재매각 등 일련의 사건들이 후계구도에 대한 윤 회장의 마음을 움직이는 결정적 계기로 전해진다.

◇해피올-㈜웅진 합병 '주주'등극, 법정관리 때 감자·유증·매각 '지배력' 이전

웅진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엔 지주사 ㈜웅진(옛 웅진홀딩스)이 있다. 한창 사세를 확장하던 2007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 지배구조를 단순화 했다. 중견그룹을 넘어 대그룹으로 성장하려는 꿈이 밑바탕이 됐지만 더 구체적으로는 승계의 밑그림을 그리는 차원이었다.

웅진그룹의 승계는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웅진출판의 종속기업으로 설립된 인터넷 전문기업 웅진해피올의 지분 일부를 윤 회장의 두 아들이 매수하면서다. 같은시기에 두 아들이 그룹 지배력 정점에 있던 웅진출판(당시 사명 웅진닷컴) 지분을 각각 0.14%씩 매수하기도 했다.

당시 26세, 28세에 불과한 나이로 한창 학업을 하던 때였다. 그룹에 그 어떤 직함도 없는 상황에서 주주지위를 갖게 된 데 따라 웅진그룹이 승계를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시그널이 시장에 퍼졌다. 특히 웅진해피올의 경우 설립 초창기부터 윤 회장이 직접 사내이사직에 오르며 챙기던 곳이라 더욱 관심이 몰렸다.

두 아들이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한 2009년이 승계를 이룬 원년으로 평가된다. 웅진출판의 맥을 이어 지주사로 전환한 ㈜웅진과 웅진해피올을 합병시키는 전략이 활용됐다. 물론 웅진그룹 측은 승계와 무관한 정부주도의 기업구조조정 방침에 따른 결정이었다는 입장이지만 여느 대그룹들의 승계 전략과 상당히 닮아있다는 점은 피할 수 없는 지점이다.


먼저 웅진해피올에 내부일감을 몰아주며 덩치를 키웠다. ㈜웅진과 합병하기 전인 2005년 특수관계자와의 내부거래는 1000억원에 달했다. 같은시기 윤 회장은 장남에게 8억원, 차남에게 5억원의 현금을 증여했고 이 재원은 유상증자를 통해 웅진해피올의 지분을 추가로 취득하는 계기를 마련해 줬다. 이 때 웅진해피올의 지분율은 장남이 19%, 차남이 15%였다. 그리고 2009년 ㈜웅진에 흡수합병 되면서 두 아들은 자연스레 ㈜웅진의 지분을 취득하게 됐다. 장남 2.1%, 차남 1.7% 였다.

이 과정을 두고 국세청은 사실상 증여라고 판단하며 20여억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일단 세금은 완납을 했지만 두 아들은 증여라고 볼 수 없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말 판결난 1심 재판에서는 두 아들이 패소했다. 즉각 항소했고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한창 전성기에 시작된 지분승계는 공교롭게도 웅진그룹이 쇠락기에 접어들면서 마무리 됐다. 극동건설 부도로 ㈜웅진이 동반 법정관리에 돌입한 2013년 ㈜웅진의 감자로 7% 지분율로 줄어든 윤 회장이 유상증자를 앞두고 지분전량을 두 아들에게 매각했다. 장남은 유상증자 지분까지 포함해 총 12.52%를 확보하며 최대주주가 됐고 차남은 12.48%로 2대주주가 됐다.

이후 줄곧 최대주주 지위는 장남이 확보했지만 경영권은 윤 회장이 쥐고 있었다. 두 아들은 계열사 임원으로 자리할 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일은 없었다. 그러나 올들어 갑자기 차남이 지분 275만주(3.5%), 총 35억원 규모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장남의 지분율은 12.97%, 차남은 16.41%이다.

웅진그룹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지분율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 선을 긋는다.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차이라는 얘기다. 책임경영차원에서 오너일가가 지분매입에 나섰지만 자금계획이 각자 다른만큼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웅진그룹 안팎에선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차남이 코웨이 인수 및 매각 등 윤 회장의 의중이 가장 많이 반영될 수 밖에 없는 일에 직접 개입하면서 실질적으로 경영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다. 후계구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룹 내 입지가 차남에게 일단 넘어간 상태로 보인다.

◇윤석금 회장의 코웨이 애착, 장차남 입지 바꾸는 계기

윤 회장의 장남은 윤형덕 웅진투투럽 대표로 1977년생, 미국워싱턴대를 졸업했다. 2008년 대리로 웅진코웨이에 입사해 영업팀, 신상품팀 등을 거쳤다. 대부분의 시간을 웅진코웨이에서 보내다가 매각 이후 웅진씽크빅을 거쳐 웅진에버스카이·투투클럽이라는 소규모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맡았다.


장남과 두살 터울인 차남은 윤새봄 ㈜웅진 전무이다. 미시간대를 졸업하고 형보다 1년 뒤인 2009년 과장으로 웅진씽크빅에 입사했다. 교문기획팀, 전략기획팀 등에서 근무했다. 이후 웅진케미칼 경영기획실장 등을 거쳐 법정관리 이후엔 지주사인 ㈜웅진으로 이동해 최고전략책임가(CSO)로 자리했다.


윤 회장이 두 아들 중 누구를 후계자로 내세울 지는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친인척은 단 한명도 입사시키지 않겠다는 철학을 깨고 두 아들을 요직에 앉히며 고락을 함께했다. 때론 경쟁구도를 만들어 신사업 특명을 내리기도 했다. 장남은 화장품을, 차남은 교육업에 대한 신사업을 구상했다.

초창기엔 후계구도가 장남에 기우는 듯 보였다. 대동소이한 수준일지라도 지분을 장남에 더 많이 줬다. 윤 회장이 가장 애착을 갖고 있던 웅진코웨이에서 경영수업을 시작하게 했던 것도 장남에 대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모태기업인 웅진씽크빅보다 웅진코웨이를 전면에 내세우며 사세확장을 꾀하려 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장남을 앞세우려 했던 판단으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코웨이 매각 및 인수 등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윤 회장의 후계구도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전해진다. 법정관리 당시 윤 회장은 어떻게 해서든 웅진코웨이를 지키고 싶어했다. MBK파트너스와의 매각일정이 갑작스런 법정관리 신청으로 중단되며 갈등이 생겼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해당 딜에는 윤형덕 대표가 경영경영기획실장으로 참여했다.

반면 웅진코웨이 건으로 차남 윤새봄 전무에 대한 신뢰는 커졌다. 윤 회장의 애착으로 다시 웅진코웨이를 인수한 데 따라 커진 자금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재매각 결단이 내려진 게 석달에 불과했다.

지주사 CSO였던 윤새봄 전무는 인수도 재매각도 직접 지휘했다. 부친인 윤 회장의 의중을 중심에 둔 발빠른 의사결정을 내렸다. 특히 재매각 당시 갈팡질팡하던 방준혁 넷마블 의장을 독대하면서 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했다. 윤 회장 입장에서는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은 물론 위기를 해결하는 능력까지 보여준 차남에게 신뢰를 보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웅진그룹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차남이 코웨이 재매각 때 직접 딜 선봉에 서며 협상을 해나가는 등 신뢰를 쌓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단정할 수는 없다. 윤새봄 전무가 최대주주 지위까지 확보하며 후계에 있어 유리한 위치를 점한 것은 사실이나 윤 회장이 공식적인 후계자로 발표하진 않았다. 다만 일각에선 윤새봄 전무가 그룹 재건 및 신사업 등의 분야에서 성과를 내면서 굳히기에 들어갈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승계는 과거 법정관리 시절 두 아들이 부친대신 사재출연을 결심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이라며 "후계구도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그려진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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