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회계전문가 3인방 활약은 [금융권 사외이사 활용평가]⑦회계 전문가 비중 확대...비은행 국내외 회계환경 변화 대응
손현지 기자공개 2020-06-09 14:58:04
[편집자주]
최근 금융사들이 사외이사 영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내부통제 부실로 인한 DLF사태, 코로나19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가시화되면서 사외이사의 역할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존 주류를 이뤘던 재무, 법률 뿐 아니라 IT, 소비자보호 전문성까지 갖춘 사외이사를 기용해 견제와 자문 역할을 두루 맡기고 있다. 금융지주사 사외이사 면면을 분석해보고 이를 토대로 경영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5일 08: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금융그룹 이사진은 유독 회계 전문가 비중이 높다. 사외이사 역량진단표(Board Skills Matrix)에 따르면 재무·회계 전문분야 이사가 3명(윤성복·박원구·양동훈)으로 가장 많다. 경제분야(차은영·허윤)는 2명, 금융(이정원)과 법률(백태승)쪽은 각각 1명이 배치돼 있다.그렇다고 상시 관리하는 회계분야 후보군 수가 많은 것도 아니었다. 작년 말 기준 금융·경영·경제·회계·법률·기타 등 후보 비중은 15~18% 수준으로 비등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비은행 계열 비중 확대 영향...회계 전문가 중용
현재 재임 중인 회계 전문가 3인방 가운데 박원구 이사는 송기진 전 이사의 추천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6년째 임기를 수행하고 있는 윤성복 이사를 추천한 오찬석 전 이사 역시 2013년 김정태 회장이 뽑은 인물이다. 양동훈 이사는 윤성복 이사의 추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이와 관련 "그간 회계분야 전문인력의 수요가 지속됐다"라며 "비은행 계열사 사업 비중을 확대함에 따라 재무관리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이뤄진 인사"라고 설명했다.
◇'클로버' 프로젝트 부결 이끈 박원구 이사의 소신발언
박원구 이사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글로벌공학교육센터 특임교수 등을 역임한 회계전문가다. 그는 작년 이사회(4월19일)에서 소신발언으로 이목을 끌었다. 김정태 회장, 함영주 부회장, 지성규 행장 등 그룹의 수뇌부들이 결정한 클로버(Clover) 프로젝트에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클로버'는 롯데카드 인수전을 의미하는 프로젝트로 외환은행 이후 8년 만에 시도했던 조단위 빅딜이었다.
당시 이사회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박 이사는 롯데카드 인수로 다른 사업에 투자할 기회가 줄어들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 하나금융의 자회사 투자한도를 의미하는 이중레버리지비율(자회사 출자총액/자본총액)은 125.6%로 금융당국의 제한 권고치인 130%에 근접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업황이 악화된 카드사 인수에 실탄을 낭비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박 이사의 회계학적 경영 관점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그는 이후에도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실태의 적정성에 대한 평가를 진행했다. 최근에는 내부통제시스템 운영의 적정성 평가나 개선사항까지 검토하고 있다.
◇국내외 회계 환경 대응, 중간배당부터 중국 투자 자문까지
윤성복 이사는 삼성KPMG 대표를 역임한 회계전문가다. 김 회장과 고등학교 동문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공인회계사(CPA)로서의 깊은 통찰력에 지니고 있어 주요 경영지표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그는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하며 경영전략 수립 등과 관련한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며 "최장임기의 배경"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하나금융의 중간배당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를 낸 인물이다. 주주환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비은행 계열사 투자에도 적극적이었다. 하나금융투자 유상증자를 추천해 초대형 IB진입에 박차를 가하도록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작년 관계회사(하나캐피탈) 잔여 지분 인수의 건을 승인했으며 하나드림타운 진행과정을 파악하고 3단계 사업계획을 도출해내는데 기여했다.
양동훈 이사 역시 회계전문가로 동국대학교 경영대학 회계학과 교수로 재임 중이다. 국내외 회계 환경 변화에 대해 조언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CPA자격증을 보유했을 뿐 아니라 KT파워텔 사외이사 경험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행 실무경험을 기반으로 금융감독원 회계제도실 자문교수, 금융위원회 회계개혁 TF 위원 등을 지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양 이사는 작년 하나금융투자가가 북경랑자하나자산관리유한공사의 새로운 주주로 참여하게 되면 지분가치가 희석되는 것에 우려감을 표한 바 있다"며 "이와 함께 하나은행이 참여하는 키움증권, SK텔레콤 컨소시엄의 출자지분 6%에 의구심을 품기도 했다"고 말했다. 금융위 한도초과보유주주 승인을 고려해야 하는게 아니냐는 판단이다.
윤 이사와 양 이사는 작년 상반기 진행된 이사회에서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 발행에 따른 금리, 유동성리스크 관리 방안을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보완자본(Tier2)으로 분류되는 후순위채권에 비해서 기본자본(Tier1)으로 포함되는 조건부자본증권이 메리트가 있다는 데서는 동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30년짜리 금융 통찰력, "신뢰 잃었다, 그룹협업이 살길"
이정원 사외이사는 과거 조흥은행에 첫 발을 들여놓은 뒤 30여 년 넘게 은행업에 종사해온 금융전문가다. 신한은행 여신심사그룹 부행장과 신한데이터시스템 사장 등을 역임해 최고경영자로서의 통찰력도 보유하고 있다. 하나은행 사외이사 경험도 있다.
그는 작년 DLF사태를 겪으며 이사회에서 탈무드의 일화를 언급했다고 한다. 실제로 그는 '재물을 잃으면 조금 잃은 것이고 신뢰를 잃으면 많이 잃은 것이다'라는 이야기에 비춰봤을 때 DLF사태의 재발방지, 신뢰회복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오랜 금융권 통찰력을 기반으로 핵심과제들을 짚어줬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그는 디지털전환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점을 강조했다"며 "그룹 핵심이익의 하락과 그룹일반관리비 증가추세가 아쉽다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이 작년 고정이하여신비율이 0.08%포인트 하락했음에도 선제적인 리스크를 어필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가 인하될 경우 그룹 순이자마진(NIM)이 1.66%보다도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 셈이다.
그가 내놓은 방안은 그룹 협업체제다. 가령 IB부문에서 정보 제공, 딜(deal) 소싱, 수익배분 등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조직 하단에서 올라오는 질적 정보를 연계할 경우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정성 평가도 반영해 시스템을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외 법률 전문가로 뽑힌 백태승 사외이사는 뉴욕 자금세탁방지시스템 관리에 집중했다. 그는 박원구 사외이사가 추천한 인물로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거쳐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을 역임했다. 백 이사는 미국 뉴욕 금융감독청이 한국계 은행들의 뉴욕지점에 대한 전반적인 검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하나금융이 높은 수준의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해 대응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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