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이사회 '투명성'보다 '효율성'에 방점?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점검]CEO·의장 겸직 계속, '선임 사외이사' 장치로 견제
이명관 기자공개 2020-06-05 08:24:34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4일 14: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표이사(CEO)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는 기업지배구조 개선 논의에서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항목이다. CEO와 이사회의 분리는 상호 간의 역할을 명확하게 구분해 경영진에 대한 이사회의 견제와 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게 핵심 목적이다.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경우를 진정한 의미에서 '분리'로 본다. 과거엔 이사회가 독립성을 갖추지 못하면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최근 투명경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재계를 중심으로 CEO와 이사회를 분리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현대건설은 아직 이 같은 흐름에 편승하지 않고 있다. 지속해서 CEO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다.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통한 CEO 견제 역할 보다 경영 효율성 강화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회사 사정을 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CEO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할 경우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측면이 있다.
현대건설이 공시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이사회 부문에서 준수하지 못한 항목은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마련 및 운영 △집중투표제 채택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6년 초과 장기재직 사외이사 부존재 여부 등이다. 작년과 비교하면 특별한 변동사항은 없다. 2018년에도 올해와 동일하게 이사회 항목 중 이들 4개 지표를 준수하지 못했다.
준수하지 못한 항목 중 눈길을 끄는 지표는 '이사회 의장과 CEO'의 분리다. 현대건설은 현재 박동욱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다. CEO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구조는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속되고 있다. 최근 지배구조 개선의 트렌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삼성과 SK, LG 등을 중심으로 최근 재계에선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위해 CEO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8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CEO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를 선언했다.
SK그룹의 경우 지주사인 SK㈜가 지난해 3월 이사회를 열고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도록 한 정관을 변경, 이사회 멤버 중 한명을 의장으로 정하도록 했다. 이후 이사회 의장직은 겸직하던 최태원 회장에서 사외이사인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이 이어받았다. LG그룹에서도 지주사인 ㈜LG를 제외한 계열사는 대부분 지난해 3월 이사회 의장과 CEO를 분리했다.
현대건설이 이 같은 재계 트렌드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뭘까.
기업지배구조 평가기관들은 CEO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를 더 호의적으로 본다. 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이사회 의장의 분리가 주가에 플러스 효과를 발생시키는 연구결과도 있다. 물론 반론도 있다. 업무의 효율성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경영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종종 빠르게 의사결정을 해야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때 전문성을 지닌 CEO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이사회 주요 안건을 상정하는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를 소집하는 권한이 있다.
현대건설은 이를 고려해 CEO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지배구조 관련 한 전문가는 "효율성 측면에 무게를 두고 분리보다는 겸직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현대건설이 CEO에 대한 아무런 견제장치를 두지 않고 겸직을 허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대건설의 '기업지배구조 헌장'에 따르면 CEO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할 경우 사외이사 중 '선임'을 두도록 하고 있다. 이 선임 사외이사가 CEO의 감시자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특히 오너와 CEO가 사실상 동일한 국내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면 이 같은 견제장치는 CEO와 이사회 의장 분리와 큰 틀에서 차이점이 없을 수도 있다. 기업지배구조 관련 한 전문가는 "최근 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게 트렌드인 것은 맞지만, 이사회 독립성을 보장하는 정답이 아닐 수 있다"며 "국내 대기업의 경우 오너가 절대 권력을 갖고 있는 구조인데, 이사회 의장 역시 오너의 영향력 아래에 있을 가능성이 높아 독립성이 보장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