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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 워치] "코로나 불확실성 시대, 모형 의존도 낮춰야"이승국 JB금융지주 CRO "과거 데이터, 미래 예측불가"…자본관리 '중점'

김현정 기자공개 2020-06-16 13:44:45

이 기사는 2020년 06월 12일 08: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3년 출범한 JB금융지주는 최근까지만 해도 자본 운신의 폭이 좁았다. 오랜 시간 자본적정성에 대한 지적에 자유롭지 못했던 만큼 그룹 내 영업자산 관리가 언제나 제1의 과제였다.

이 과정에서 리스크관리본부의 역할이 중요하게 떠올랐다. 그룹 곳곳의 리스크를 측정하고 각 계열사들에 위험가중자산(RWA)을 적절하게 분배하는 일을 맡았던 만큼 그룹 및 계열사 사업 방향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현재 JB금융의 자본비율이 지방금융지주사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어오르기까지 핵심적 역할을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방지주사 중 가장 높은 자본비율, 자산 확대 여력 확보

JB금융은 출범 당시 전북은행이 'JB다이렉트' 등 상품을 과도하게 팔며 자산을 늘리는 과정에서 자본비율이 악화했다. 이후 JB자산운용, 광주은행 등의 계열사를 인수한 것도 자본적정성 악화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

금융감독원은 2014년에 이어 2016년에도 김한 전 JB금융지주 회장 겸 전북은행장을 불러 자본적정성에 대한 경영지도를 했다. 2016년 3월 말 기준 JB금융의 보통주 자본비율은 7.32%로 은행지주 가운데 가장 낮았다. 당시 다른 금융지주사들은 모두 10%를 웃돌았다.

당시 금감원은 인수합병(M&A)·유상증자 등 중요 경영사항에 대해 리스크관리위원회가 제대로 심의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그룹 내 자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을 리스크 쪽에서 면밀히 관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JB금융은 전사적으로 계열사들의 자산 관리에 들어갔고 리스크관리본부가 큰 틀에서 이를 관리하는 역할을 했다.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은 안전자산 위주의 대출 성장을 꾀하기 위해 리스크가 낮은 집단중도금대출을 늘렸다. JB우리캐피탈 역시 위험가중자산을 감축하기 위해 상용차, 주식구매자금대출(스탁론)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승국 JB금융 CRO(상무·사진)는 “그룹에서 소화할 수 있는 리스크량은 한정돼있고 이를 어떻게 배분할지에 대한 의사결정이 중요하다”며 “계열사별 RWA 한도와 사업 포트폴리오 비중을 결정하는 것이 리스크관리의 핵심적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룹 전체의 치열한 노력 끝에 현재 JB금융의 자본비율은 안정화 단계에 이르렀다는 평이다. 올 1분기 JB금융의 CET1은 9.65%로 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 CET1 비율(9.62%)이 중장기 목표치인 9.5%를 넘어선 뒤 줄곧 9% 후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다른 지방금융지주사들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제는 힘을 비축해놓는 단계에 들어섰다. 그동안 인위적으로 통제한 자산을 다시 늘릴 수 있는 여력이 어느 정도 생긴 것이다. 이 상무는 “자본비율을 계속 관리하면서 여러 가지 기회를 엿보고 있다”며 “당장은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당장 규모를 늘리겠다는 의지는 없지만 추후 은행 자산을 늘릴 수도, 인수합병을 시도해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국 CRO "양행 리스크 역량, 각기 다른 색채...벤치마킹"

이 상무는 지난해 3월 김기홍 JB금융 회장 체제가 시작되면서 JB금융에 합류했다. 오랜 시간 은행, 카드, 캐피탈사의 리스크관리 실무를 두루 거쳤던 만큼 은행·캐피탈 비중이 큰 JB금융의 위험가중자산(RWA) 관리 등 업무에 탁월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영입됐다.

이 상무는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 선임조사역 시절 은행의 바젤II 추진과 점검을 담당하며 운영리스크, 자본적정성 평가, 스트레스테스트 점검 등의 업무를 했고 이후 언스트앤영(Ernst & Young)으로 자리를 옮겨 시중은행의 리스크관리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2016년 3월부터는 KB캐피탈 리스크관리부장으로 일하면서 자산 확대와 리스크 관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 공을 세웠다.

현재 이 상무는 지주와 광주·전북은행 세 곳을 겸직하고 있다. 일주일에 2~3일은 서울에서 4~5일은 광주 및 전북지역에서 보내며 시간을 쪼개 일하는 중이다. 이 상무는 JB금융의 경우 여신 포트폴리오가 다른 두 은행의 리스크를 조화롭게 관리하는 게 관건이라 설명한다.

광주은행이 기반을 두고 있는 목포·여수 지역은 기아자동차. 삼성전자 백색가전 사업부문 등을 비롯, 자동차 및 전자 부품업체와 석유화학업종 회사들이 많이 분포돼있어 기업금융이 발달해있다. 반면 전북은행의 경우 상대적으로 산업이 덜 발달돼있는 만큼 리테일 포트폴리오 비중이 높다.

차주들의 구성에 따라 은행 리스크량도 달라지게 되고 관리 방식에도 차이가 생긴다.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은 각기 리스크관리 노하우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강점을 벤치마킹하며 리스크 역량을 높이고 있다. 양행의 CRO가 같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이 상무는 “아무래도 책임자가 다르면 양행 사이 오해가 생길 수도 있지만 겸직 체제 아래서 효율적 운영이 가능하다”며 “필요에 따라 인력도 양행 사이를 오가며 서로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리스크, 아직 감내할 만...영향은 계속 주시”

이 상무는 ‘코로나19’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아무래도 지방은행인 만큼 지역경기 악화에 따른 익스포저가 가장 큰 관심사다.

JB우리캐피탈의 대출자산 가운데 관광버스 등 상용차 쪽 원리금 상환유예 신청건이 현재까지 1000억원 정도로 집계됐다. 내부적으로 크게 문제될 상황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상환유예 기간이 3개월 단위로 이어지는데 지난 2월 시작된 상황유예건 가운데 5월 연체가 된 대출은 5% 정도에 불과하다. 다시 유예를 신청한 경우는 10% 정도니 대출을 모두 갚거나 정상 사이클로 돌아온 대출 비중이 80~85%에 이른다.

지역신용보증재단을 통한 광주은행과 전북은행의 정책자금 대출 규모는 각각 3000억원, 2000억원 정도다. 지역 경제활동 규모에 따라 양행간 차이가 있다.

이 상무는 “코로나19가 크게 발발했던 지난 3~4월에는 관광버스가 운영되지 못했던 만큼 상환유예 신청이 많이 들어왔지만 지금은 ‘코로나 리스크’가 한풀 꺾였다”며 “자산운용사의 경우도 펀드 수익률이 좋지 못하는 등 영향은 당연히 있기 때문에 각 계열사별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확실성 높아져, 모형 의존도 낮춰야”

‘Sound principal(건전한 상식)’. 이 상무는 바젤 원문에 제일 많이 나오는 단어는 ‘건전한 상식’이라고 설명했다. 리스크 업무라 하면 막연하게 멀게만 느껴지지만 사실 모든 것이 건전한 상식에 기반하기 때문에 어려울 것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상식을 벗어나는 일이 벌어진 만큼 과거 데이터에 의존하는 리스크관리 체계로는 미래를 대비할 수 없다는 것.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 속에서는 모형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 상무는 “리스크 모델이라는 것은 과거를 토대로 미래를 설명하려는 것이지만 지금은 과거의 정보를 아무리 집어넣어봐야 예측력 있는 정보가 나오지 않는다”며 “CRO들은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는 커다란 도전에 직면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 상무는 리스크 관리를 ‘소금’에 비유했다. 영업이 달콤한 설탕이라면 리스크 관리는 몸의 균형의 맞춰주는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아무 때나 소금을 뿌리면 안되는 것처럼 리스크량을 적기에 또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상무는 “너무 영업 쪽에 치우치면 시간이 지났을 때 부실 등 부작용이 나타나기 싶다”라며 “은행이 안정적으로 지속가능하게 굴러가기 위해서는 리스크 관리의 균형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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