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턴운용, 여의도 증권사 사옥 주거시설 변신 [부동산 컨버전 시대]메리츠종금·NH증권 등 매입, 직접 개발…금융권 수요 간파, 인허가 '난제'
신민규 기자공개 2020-06-24 13:30:56
[편집자주]
국내 디벨로퍼(developer) 업계에서 용도변경(컨버전, Conversion)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지엽적인 의미의 용도전환에서 나아가 기능을 상실한 노후공간을 필요에 따라 새롭게 탈바꿈하는 현상 자체를 아우른다. 도시개발 역사가 선진국에 비해 짧은 편이지만 급격한 인구감소와 코로나19 이후 언택트(Untact) 소비, 재택근무 증가는 도심 공간의 기존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정부가 천편일률적으로 용도지정을 하던 낡은 방식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더벨이 디벨로퍼 사례를 중심으로 '컨버전' 아이디어의 격랑 속으로 들어가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22일 13: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여의도 오피스를 허물고 주거시설을 짓는 발상은 마스턴투자운용의 손에서 시작됐다. 도심 오피스 한복판에 오피스텔이나 생활형 숙박시설을 들이는 작업은 여의도권역(YBD) 공실률 증가 현상과 맞물려 각광을 받고 있다.마스턴투자운용은 지난해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44-5번지에 있는 메리츠종금증권 여의도 제2사옥 매입을 완료했다. 마스턴제45호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를 설립해 628억원에 사들였다.
사옥은 메리츠종금증권이 2015년에 아이엠투자증권을 합병하면서 사들였다. 1994년 준공돼 지하 3층~지상 10층으로 이뤄졌다. 한국거래소 뒷편으로 주변 대부분은 지금도 증권사 빌딩이나 은행 건물로 채워져 있다.
준공된 지 25년이 넘어 건물이 노후화되긴 했지만 입지를 감안하면 임차인 확보가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기존 부동산 자산운용사들이 하던 것처럼 임대료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임차인을 들일 수 있었다.
입찰에 나선 마스턴투자운용은 다른 아이디어를 내 주목받았다. 수두룩한 오피스 건물 사이에 주거용 오피스텔을 짓겠다는 개발계획을 세웠다. 전용 25~77㎡ 짜리 지하 6층~ 자상 17층 규모의 중소형 오피스텔 210실. 2층짜리 상업시설이 달려있긴 하지만 사실상 일반상업지역 부지에 대한 해석을 주거용으로 내린 셈이다.
주거시설 개발은 단순 임차인 확보보다 부담해야 할 리스크가 큰 편이다. 건축허가를 받더라도 금융조달을 감안하면 이후 분양까지 성사돼야 자금 회수가 가능하다.
마스턴투자운용은 무궁화신탁을 시행 수탁사로 정하고 현대엔지니어링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관리형 토지신탁 계약에 따라 분양사업을 추진했다. 여의도권역 직주근접 공간으로 수요는 충분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산운용업을 영위하거나 부자고객을 대상으로 프라이빗뱅킹(PB) 영업을 하는 금융권의 수요도 뒷받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힐스테이트 여의도 파인루체'는 최근 분양에 나서 210실 수요를 모두 채웠다. 여의도 오피스 시설은 공실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신축 주거공간 공급은 적은 점이 작용했다.
마스턴투자운용은 메리츠종금증권 개발과 같은 방식으로 NH투자증권 사옥 매입에도 나섰다. 지난해 매입을 완료하고 저층 식당가와 고층 생활형 숙박시설을 짓는 사업에 착수했다. 건물 규모를 감안하면 300실 이상의 공급이 가능할 전망이다.
NH투자증권은 이번에 사옥을 세일앤리스백(S&LB:Sale and Lease Back) 방식으로 팔고 2년간 건물을 사용한다. 본격적으로 공사가 시작되면 파크원 타워2 건물을 신사옥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구 사옥은 1994년 준공돼 2005년부터 본사로 사용했다.
사옥은 2021년 하반기부터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었다. 공사기간은 36개월(3년)으로 잡았다. 다만 건축허가를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은 편이다. 서울시 심의 과정에서 공개공지와 녹지공간, 금융관련시설 등 다양한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오피스 시설의 주거공간 컨버전(용도변경)은 건축허가까지 쉽지 않은 절차이지만 여의도 지역에선 붐처럼 일고 있다. 여의도 옛 한진해운 사옥을 매입한 MDM 역시 업무공간과 오피스텔 등 고급 주거환경을 결합한 복합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도심 오피스 한복판의 주거공간 변신은 기존 오피스 공급이 워낙 많았던 탓도 작용하고 있다. 2010년부터 10년간 여의도에는 수많은 오피스 빌딩이 지어졌다. 2012년 준공된 서울국제금융센터(IFC)를 비롯해 전경련회관, 사학연금 신사옥, 교직원공제회 신사옥이 들어섰고 연말 여의도 우체국을 재건축한 포스트타워도 준공을 앞두고 있다.
반대로 주변 주거공간은 공급이 막힌 편이다. 재건축 사업이 시행사만 선정되고 표류한지 수년이 넘는다. 여의도 MBC 부지를 오피스텔과 아파트로 개발하는 사업 역시 오피스텔만 분양을 마쳤고 아파트 개발은 구체적인 분양방식을 정하지 못했다.
부동산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존 공간을 다른 공간으로 바꾸는 협의의 컨버전이 주류를 이룬다면 상업지역 내에 주거시설을 짓는 개념은 부지자체에 대한 해석을 다르게 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노후화된 오피스 시설이 향후 언택트 시대와 맞물려 주거시설이나 다른 용도로 개발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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