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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SRI채권 전망]주택금융공사, 시장 견인…사회적채권 ‘선두주자’②전체 발행량 80% 차지…사후보고 형식 관련 거래소와 논의 중

이지혜 기자공개 2020-07-02 15:44:11

[편집자주]

코로나19 사태가 SRI채권 시장 만큼은 비껴갔다. 견고한 신용도를 보유한 공공기관이 주도한 덕분이다. 산업은행이 첫 원화 SRI채권을 발행한 이래 주택금융공사가 바통을 이어받아 대규모 물량을 쏟아냈다. 올 상반기까지 SRI채권 시장은 그야말로 '폭발적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제 양적 성장보다 질적 관리다. 사전검증, 사후보고 과정 등으로 관심이 기운다. 공공기관 SRI채권의 발행 과정과 관리 적정성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30일 06: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SRI채권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SRI채권을 발행한 것은 지난해부터지만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유동화증권을 사회적채권(소셜본드)으로만 발행하면서 SRI채권 시장을 사실상 떠받치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사회적채권은 국제자본시장협회(ICMA)에 이름을 올린 외국계 자문기관에서 사전검증을 받고 있다. 국제적 신뢰도를 인정받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다만 사후보고서를 한국거래소에 등록하지는 않았다. 홈페이지를 통해 자체적으로 올리고 있어서다. 향후 논의를 거쳐 추가적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압도적 존재감…전체 시장의 80%가량 견인

29일 한국거래소 SRI채권 세그먼트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한 SRI채권은 모두 50조224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발행량 60조3024억원의 83%에 해당한다. 올해 비중은 더 크다. 올 들어 현재까지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한 사회적채권은 모두 26조5322억원으로 전체의 87%를 차지했다.

SRI채권 시장을 한국주택금융공사가 견인하는 셈이다. 그러나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사회적채권을 처음 발행한 것은 2019년부터다. 3월 8일 5208억원 규모의 MBS를 시작으로 모든 유동화증권(MBS, 커버드본드)를 사회적채권으로 발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2018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사회적채권으로 유로화 커버드본드를 발행한 경험이 작용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유동화증권으로 조달한 자금은 서민들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정책모기지 공급자금(6억원 이하 주택 대상)으로 사용한다”며 “포용적 금융과 사회적금융이 국정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는 기관으로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7월 ‘코로나19 대응 커버드본드(Social Covered Bond Reponse to Covid19)’도 발행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과 실수요자의 내집미련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SRI채권 시장에서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존재감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SRI채권을 발행하려는 기관 수가 크게 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주택금융공사를 뛰어넘을 만큼 발행규모를 늘릴 수 있는 기관은 거의 없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사회적채권을 적극 발행하고 있지만 투자자 반응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MBS 특유의 안정성에 초점을 맞춰 투자가 이뤄지고 있을 뿐 사회적채권이라는 데 의미를 둔 투자자는 거의 없다. 한국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SRI채권에 대한 투자자 선호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다른 시장 관계자도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사회적채권에 좀더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지만 눈에 띌 정도의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기관투자자들이 자발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있어 SRI채권 발행에 따른 메리트가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런 효과를 누리지 못하는 셈이다.

◇서스테인애널리틱스, 사전검증 ‘독점’…사후보고 형식 논의 중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사전검증은 서스테인애널리틱스(Sustainalytics)가 독점하고 있다. 국제자본시장협의회는 사회적채권으로 인정받기 위한 요건으로 △자금사용용도 △프로젝트 평가와 선별과정 △발행자금 관리 △사후보고 등 4가지를 제시했는데 사전검증은 이를 충족하기 위해 발행에 앞서 진행해야 할 절차다. 투자자의 공신력을 얻기 위해 일반적으로 사전검증은 외부기관에서 이뤄진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2018년 외화 커버드본드 인증업무를 맡기면서 서스테인애널리틱스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인지도와 경제성을 고려해 수의계약으로 서스테인애널리틱스를 검증기관으로 줄곧 선정했다. 서스테인애널리틱스는 ESG와 기업지배구조 연구, 등급평가를 진행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기후채권표준위원회(Climate Bonds Standard Board)와 ICMA에서 외부검증기관으로 인정받았다. 국내 기관에서 사전검증을 진행하는 것과 비용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원화 SRI채권의 사후보고는 외부기관의 검증없이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의 SRI채권 세그먼트에도 공시하지 않았다. 한국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홈페이지에서 채권 별로 자금사용내역을 공개하고 있으며 채권유동화계획도 공시하고 있다”며 “투자자에게 자금 사용과 운용 내역을 공개한다는 취지를 살리고 있으며 공시 문제를 놓고 현재 한국거래소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발행사들은 사후보고서를 별도의 파일이나 안내문을 만들어 공시한다. 그러나 한국주택금융공사는 홈페이지에 증권 별로 대출유형별 자금사용 내역과 지원 세대 수, 지원금액, 만기 대출건수, 금리유형 등을 공개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시장 원칙은 발행일로부터 1년 안에 사후보고서를 등록하는 것이지만 여러 제반 사항을 고려해 이 원칙을 다소 유연하게 적용하기로 했다”며 “올해 말까지 사후보고를 등록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발행일이 속하는 연도의 다음연도 말까지 첫 사후보고를 세그먼트에 등록하도록 했다. 두 번째 사후보고부터는 채권 발행일을 기준으로 해마다 제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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