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7월 03일 11: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교직원공제회와 행정공제회 등이 이번에 의기투합해 만든 론펀드(Loan Fund)는 투자 구조 다양화, 투자 범위 확대 등에서 기존 상품들과 차별화됐다. 인수금융 주관 업무를 하는 5대 금융지주를 배제하고 기관투자자(LP)들이 만든 론펀드란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론펀드가 국내 시장에 처음 등장한 것은 2014년이다. 론펀드는 인수금융에 참여할 자금을 미리 모집해 놓았다가, 투자처를 찾았을 때 신속하게 자금을 투입한다는 취지로 운용된다. 2014년 신한금융그룹이 국내 최초로 론펀드를 선보인 뒤 하나·KB·우리·NH 등 국내 5대 금융지주가 잇달아 론펀드 조성 대열에 합류해 시리즈펀드를 출시, 현재 운용 중이다.
론펀드는 투자 안정성이 보장되면서도 저금리 기조에서 5~6%대 수익률을 노릴 수 있단 점에서 매력적이다. 특히 인수금융 시장은 국내 M&A 거래 규모 증가에 따라 크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 인수금융 시장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약 22조원으로 추산된다. 인수금융 시장은 연평균 17%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선 금융지주가 주도권을 쥔 선순위 인수금융 시장이 중심이다. 반면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연기금과 보험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참여해 만든 론펀드가 M&A 거래의 주요 자금 공급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교공의 경우 국내 기관투자가들 가운데 유일하게 일찌감치 론펀드 시장에 뛰어들어 운용 노하우를 쌓았다. 교공은 2014년 말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과 선순위 인수금융 1호를 선보였다.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 가운데 최초였다. 교공은 1호~3호를 운용하면서 총 1조8000억원을 투자해 1600억원의 수익을 실현한 것으로 추산된다.
기관투자자의 론펀드 론칭은 국내 인수금융 시장을 은행과 은행계열 증권사가 사실상 과점하는 상황에서 연기금과 보험사가 인수금융 투자 기회를 포착해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에 론칭되는 론펀드의 경우 인수금융 주관업무를 하는 5대 금융지주가 아닌 교공과 우본 등 순수 LP들이 만들었다는 점에서 기존 론펀드와는 성격이 다르다. 무엇보다 차별화된 딜 소싱(투자처 발굴) 전략을 확보했단 점이 특징이다. 금융그룹에서 조성하는 론펀드의 경우 계열사에서 주선하는 인수금융 딜을 우선적으로 취급한다는 점에서 딜 소싱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와 달리 인수금융 주관사 역할을 하지 않는 순수 LP들이 모여 만드는 론펀드의 경우, 계열사 딜을 소화하기 위한 펀드가 아니기 때문에 딜 소싱 채널이 제한되지 않는다. 금융 계열사가 주선하는 딜을 모두 들여다보며 가장 적합한 투자를 결정하고, 이에 따라 펀드 소진율도 상대적으로 더 빠를 수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이번 펀드의 구조를 선순위와 중순위, 공동투자펀드까지 여러 트랜치로 다양화했단 점이다.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들의 투자금 조기회수와 금리조건 변경 등에 따른 리파이낸싱과 중순위 인수금융 시장이 성장하는 추세에 발맞춘 것으로 보인다.
중순위는 선순위 인수금융 보다는 리스크가 크지만, 후순위(에쿼티)가 완충 역할을 한다. 선순위 인수금융 시장에 유동성이 많아지고, 주선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보다 탄력적인 투자 전략을 구사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 건에 따라 모든 트렌치 투자를 단행하거나 선·중순위 중 하나의 펀드만 활용하는 등 선택지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대출을 일으키는 매수자 입장에서 보면, 선·중순위 등 멀티트랜치로 인수금융 구조를 짜려고 할 때 다양한 트렌치 구조를 갖춘 론펀드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교공 등 LP들 입장에선 그만큼 더 좋은 딜을 제안 받을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단 얘기다.
무엇보다 선·중순위 인수금융 투자는 원리금 상환안전성이 높고, 분기별로 현금이자수익을 확보할 수 있단 점에서 매력적이다. 이번 론펀드 출범은 교공 등이 시장의 변화 트렌드에 맞춰 투자 안전성과 수익성 제고를 추구하기 위한 수익처 다변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은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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