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경영권 분쟁]'돈 없는' 조현아, 유증도 참여 안한다신주인수권 전량 매각, 신규 주담대도 일으켜, 상속세 마련 부담 관측
유수진 기자공개 2020-07-06 11:31:46
이 기사는 2020년 07월 02일 07: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대한항공의 1조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는다. 조 전 부사장은 구주주 몫으로 배정된 신주인수권증서(대한항공 45R) 전량을 매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유상증자 완료 후 지분율 희석이 불가피할 전망이다.재계에서는 조 전 부사장의 불참 원인으로 경제적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점 등을 꼽는다. 당장 하반기 중 100억원 가량의 상속세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유상증자에 참여할 여유가 없을 거란 관측이다. 실제로 조 전 부사장은 5년째 특별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지 않아 고정수입이 없는 상태다. 최근에는 한진칼 주식을 맡기고 추가 대출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진칼은 지난달 30일 '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 공시를 통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 특별관계자들의 대한항공 신주인수권증서 보유 현황을 공개했다. 대한항공이 이달 중 실시하는 유상증자를 앞두고 지난달 24일부터 30일까지 신주인수권 거래를 진행한 결과다. 이번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돼 구주주들에게 1주당 0.66주씩 신주인수권이 배정됐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은 거래 첫날인 지난달 24일 신주인수권증서 전량(6003주)을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처분단가는 주당 3570원으로 총 2143만원 어치다. 오너일가 중 조 전 부사장을 제외하고 조원태 회장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은 신주인수권 배정분을 그대로 갖고 있다. 추후 청약에 참여하면 유상증자 후에도 기존 지분율을 유지하게 된다.
조 전 부사장이 신주 인수를 포기하면서 조 회장이나 조 전무보다 보유주식수가 적어지게 됐다. 세 사람은 당초 대한항공 주식을 갖고 있지 않았으나 작년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별세하며 우선주 3140주, 보통주 5933주씩 동등하게 상속을 받았다. 이 고문 역시 상속으로 우선주 4710주와 보통주 8899주를 보유하게 됐다.
신주가 발행되면 조 전 부사장의 지분율 희석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발행주식총수가 현재 9595만5428주에서 1억7532만507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초에 보유량 자체가 많지 않아 실질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상증자 후 조 전 부사장은 두 사람보다 보유주식수가 6003주 적지만 지분율로 따지면 셋 다 0.01% 수준이다.
재계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경영에서 손을 뗀지 5년 가까이 되며 자금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사실상 실익이 없는 유상증자에 무리해서 참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최종 발행가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1차 발행가(1만4600원) 기준으로 단순 계산해보면 지분율 유지를 위해서는 약 8764만원 가량을 투입해야 한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2014년 땅콩회항 사태 이후 고정수입이 없는 상태다. 2018년 3월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했으나 한 달 만에 동생 조현민 전무의 '물컵 갑질' 사태가 터지며 다시 경영에서 물러났다. 당시 조양호 전 회장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두 딸을 한진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즉시 사퇴시켰다. 특히 조 전 부사장은 올 1월 KCGI, 반도건설과 손잡고 조 회장을 공격하기 시작하며 사실상 한진그룹 복귀 가능성이 사라졌다.
조 전 부사장이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건 얼마 전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일으켰다는 점에서도 유추할 수 있다. KCGI의 특수목적회사(SPC) 그레이스홀딩스가 최근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은 지난달 26일 한진칼 주식 29만2740주(0.49%)를 담보로 맡기고 대출을 받았다. 특히 증권사나 은행 등 금융기관이 아닌 기타 개인을 상대로 돈을 빌렸다.
그보다 2주 전인 지난달 12일에는 하나금융투자에서 일으킨 주식담보대출 만기를 5개월 연장하기도 했다. 이자비용을 부담하면서 연장을 택한 건 상환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이로써 조 전 부사장은 보유 중인 한진칼 주식 383만7394주 중 38% 가량인 145만3584주를 담보로 묶어두게 됐다. 오는 8월에는 하나은행에 주식 13만8163주(0.23%)를 맡기고 받은 대출금의 만기가 돌아온다.
그렇다고 해서 조 전 부사장의 수입이 아예 0원인 건 아니다. 올해만 해도 한진칼 등 보유 중인 한진그룹 계열사 주식으로 약 13억원에 달하는 배당소득을 올렸다. 하지만 연내 약 100억원 가량의 상속세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자금확보에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한진그룹 오너일가는 지난해 말 조 회장 별세로 발생한 상속세(2700억원 규모)를 5년간 여섯차례에 나눠 내기로 결정했다. 매년 450억원 가량으로 조 전 부사장 몫만 100억원이다. 조 전 부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오너일가는 근로소득(연봉)과 업적금(성과급), 배당금 등으로 상속세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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