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떼는 국민연금, 조원태 회장 호재일까 악재일까 주총서 손 보탰지만 '우군' 분류 어려워, 지분율도 1% 미만
유수진 기자공개 2020-06-26 09:53:24
이 기사는 2020년 06월 24일 11: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이 한진칼 지분 보유목적 변경을 검토하면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집중된다. 3자연합(KCGI, 조현아, 반도건설)이 이달 들어 보유 지분율을 45%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겐 우호지분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국민연금은 올 3월 한진칼 주총 당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에 찬성표를 던져 경영권 방어에 힘을 보태줬다. 경영불참 선언시 조 회장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실질적인 우군으로 분류할 수 없고 보유 지분율도 미미해 조 회장이 불리한 입장에 놓인다고 보긴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민연금, 한진칼 지분 보유목적 '완화' 검토
24일 재계와 국민연금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22일 비공개 회의를 열고 한진칼 지분 보유목적을 기존 '경영참여'에서 '단순투자'나 '일반투자'로 변경하는 안건에 대해 논의했다. 다만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행동이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최종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다.
수탁위 관계자는 "경영권 다툼이 민감한 상황에서 시장에 괜히 이상한 시그널을 주지 말자는 데 의견이 모였다"며 "다음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고 추후 일정은 미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실제로 지분 보유목적을 바꾸면 한진칼은 스튜어드십코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국민연금은 현재 위탁운용사를 통해 한진칼 지분 전량을 간접 보유하고 있으며 지분율은 1% 미만이다.
국민연금이 이 같은 논의를 시작한 건 연기금으로서 마치 정부가 사기업의 경영권 분쟁에 개입하는 것처럼 보일 여지가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의 유동성을 지원하며 조건 중 하나로 경영권 분쟁 중단을 내거는 등 경영 안정화를 강조하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사실상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는 주주총회가 열려도 어느 한쪽에 표를 주기가 쉽지 않다.
앞서 국민연금은 조 회장과 3자연합간 치열한 표대결이 펼쳐졌던 올 3월 한진칼 주총에서 조 회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CS)과 ISS의 '찬성' 권고를 뒤집고 연임을 반대할 뚜렷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때문에 일각에선 국민연금이 한진칼 경영에서 손을 떼면 조 회장의 우호지분율이 낮아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분율 1% 미만, 영향력 작아…불확실성 감소 효과도
하지만 국민연금의 경영 불참선언이 조 회장에게 결코 불리하지 않을 거라는 게 재계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사실상 국민연금을 믿음직한 우군으로 볼 수 없고 현재 지분율이 1% 미만으로 영향력 행사에 제한이 있다는 점 등이 근거다. 오히려 앞으로 국민연금의 눈치를 덜 봐도 되고 불확실성이 낮아지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클 거라는 예상도 나온다.
사실 지난 수년간 한진그룹에 국민연금은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2018년 7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했을 당시 한진그룹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며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할 첫 사례로 지목됐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은 2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의 반대로 20년 만에 대한항공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국민연금은 "조 회장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 침해 이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후 한진그룹은 국민연금의 눈치를 살피며 상당히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따라서 국민연금은 조 회장의 우군이라기 보단 막판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들던 까다로운 주주로 보는 게 더 적합하다. 매번 여론 등을 고려해 주총 직전 의결권 방향을 정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연금의 결정이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것처럼 여겨져 다른 기관이나 기타 주주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컸다. 조 회장 입장에선 불확실성이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꾸준히 보유 지분율을 낮춰와 현재 1% 미만의 지분만 들고 있다. 한진칼 경영참여를 선언했던 지난해 2월 6.7%였지만 12월엔 2.9%까지 지분을 줄였다. 이후 최근까지 매도를 이어왔고 앞으로 더 줄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1% 미만의 지분은 통상 영향력 행사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번에 지분 보유목적 변경 논의가 본격화 됨에 따라 추후 기권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3자연합은 이달 들어서도 한진칼 지분 매집을 계속하며 조 회장에게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이들의 지분율은 현재 45.23%(KCGI 19.55%·조현아 6.49%·반도건설 19.20%)로 40% 내외인 조 회장 측을 앞선다. 3자연합은 반도건설의 의결권 제한이 풀리는 7월 이후 임시주총 소집 요구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하지만 한진칼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정식 표대결은 내년으로 넘어갈 거란 전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3자연합이 올 하반기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하겠지만 한진칼이 쉽사리 주총을 열지는 않을 것"이라며 "법원의 판단을 받더라도 경영권 분쟁을 목적으로 하는 주총 소집이 설득력을 갖기는 어려워 내년 정기주총에서 표대결이 이뤄질 걸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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