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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바이오 흥망사]SK바이오팜, '4787억 vs 20조' 적정 기업가치 얼마②R&D 비용처리·EV법 활용 IPO 성공, 상장후 시총은 고평가 논란

최은수 기자공개 2020-07-09 08:24:06

[편집자주]

바이오 산업은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이다. 막대한 비용과 오랜 연구기간이 불확실성을 높인다. 내로라하는 대기업들도 섣불리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그럼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팜처럼 성공사례가 하나 둘씩 등장하고 있다. 과거에 바이오 사업을 중단했거나 실패를 경험한 대기업으로선 시샘의 대상이다. 뒤늦게나마 사업을 재개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더벨은 국내 대기업 바이오의 현주소와 그들의 도전사를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7월 08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의 2018년 사업보고서 상에 나타난 SK바이오팜의 장부가액은 4787억원이다. 2019년 뇌전증 치료신약 세노바메이트의 미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 획득에도 장부가액은 변함없었다. 출범 이후 연구개발비는 모두 비용으로 처리한 회계정책 때문이다.

SK바이오팜은 EV/파이프라인이라는 가치평가법을 토대로 상장에 나섰다. 15년 만에 FDA 문턱을 넘은 파이프라인을 보유했음에도 시장친화적인 몸값을 제시했다. 공모 규모는 9593억원 수준이었다.

업계에선 SK바이오팜이 합리적인 회계 기조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바이오업계를 흔들던 R&D 비용 회계처리 문제에서도 가장 모범적인 회계 처리를 선택했다. 조 단위에 육박하는 IPO에 성공했고 업계 전체 신뢰도 또한 높였다.

상장 이후 SK바이오팜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장중 고가로 계산한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20조원에 육박하며 모회사인 SK의 시가총액(18조원)을 앞질렀다. 상장전엔 보수적인 몸값을, 상장 후엔 시장 과열의 단면을 보여줬다.

SK바이오팜은 15년 만에 FDA 품목허가를 받은 국내 신약이다. 새로운 길을 걷고 있는 만큼 합리적인 기업가치 평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SK바이오팜이 제시한 청사진의 실현과 후속 파이프라인의 개발 등에 달린 문제다.

◇보수적 회계정책으로 가치평가 논란 최소화

SK바이오팜은 2011년 모기업 SK가 라이프사이언스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하면서 공식 출범했다. 그룹 신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생명과학 사업 전문기업으로 세워졌다.

SK바이오팜은 설립 초기 이후 연간 연구개발비로 500억원 이상을 할애했다. 분할 후 3년 만에 총 1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임상 단계가 심화하면서 R&D 비용은 크게 증가했다. 2018년과 2019년 2년 간 연구개발비로 3000억원에 육박하는 연구개발비를 비용으로 지출했다. 설립 이후 2019년까지 지출한 총 연구개발비는 5730억원이다.

최태원 회장은 SK바이오팜을 그룹의 미래산업을 담당하는 핵심 바이오 계열사로 삼고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SK는 SK바이오팜의 공식 출범 이후 상장 직전까지 유상증자 등을 통해 약 4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했다.

그룹 투자가 뒷받침되면서 SK바이오팜의 사업도 성장했고 윤곽 역시 구체화됐다. SK바이오팜은 영위업종을 2018년 들어 기존 '생명과학 연구'에서 '신약개발'로 명시했다.

분사 후 SK바이오팜의 장부가는 오랫동안 3787억원을 유지했다. 2018년 3월 운영자금 명목으로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후에야 장부가는 4787억원으로 올랐다.

SK바이오팜의 장부가액이 크게 변하지 않은 까닭은 일찌감치 연구개발비를 비용으로 처리하는 회계정책을 채택한 영향이 컸다. 당시 국내 바이오업계에선 SK바이오팜 같은 회계처리 방식 자체가 드물었다.

과거엔 연구개발비 처리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었던 탓에 업체마다 중구난방으로 개발비에 대한 회계처리를 했다. 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하느냐, 비용으로 처리하냐에 따라 이익 규모가 천차만별이 됐다.

연구개발비에 대한 회계처리 기준이 정립되지 않은 점은 당시 업계의 버블 논란이 끊이지 않게 하는 원흉 중 하나였다. 회계정책의 투명성도 담보하기 어렵다 보니 금융감독원 등은 2018년 이 부분에 대한 집중 감리에 나서기도 했다.

SK바이오팜은 지금까지 발생한 연구개발비 일체를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해 왔다. 장부가가 2018년 유상증자 이전까지 3787억원을 유지했던 것도 개발비용을 자산으로 처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결실 앞두고 평정 유지로 시장 신뢰 제고

SK바이오팜은 FDA 품목허가 획득에 이은 IPO 결실을 앞두고도 기존 회계기조를 유지했다. 보수적으로 책정한 기업가치를 토대로 공모에 나섰고 시장의 호응을 얻었다.

SK바이오팜은 EV(내재가치)/파이프라인이란 밸류에이션 산정공식을 통해 기업 가치를 매기게 됐다. SK바이오팜은 총 8개의 파이프라인 중 3개(세노바메이트, 솔리암페톨, 카리스바메이트)에 대한 기대 시장 규모를 책정했다.

나머지 파이프라인은 상업화 가능성 및 개발 및 임상 단계 등을 고려해 가치 산정에서 배제했다. 앞서의 꼼꼼한 회계정책이 반영된 것과 모기업 SK가 '가시적 성과'에 기반한 객관적 밸류에이션 산정을 강조한 데 따른다.

SK바이오팜이 실현된 가치를 중심으로 산출한 EV/파이프라인 밸류는 약 6600억원이다. SK바이오팜은 보수적으로 핵심 파이프라인만 뽑아 밸류를 매겼는데도 이미 장부가를 크게 웃돌았다. IPO 과정에서 시장의 기대감을 높이고 호평을 끌어낸 주 원인이다.

SK바이오팜은 수요예측에서도 최상단 공모가를 기록했고 기업가치는 기존 장부가액(4787억원) 대비 800% 이상 늘었다. 공모 규모는 장부가의 2배 가량인 9593억원이었다.

SK바이오팜은 발행 물량(7831만3250주)을 기존 대비 10%만 늘려도 2017년 셀트리온헬스케어(1조88억원)를 뛰어넘는 규모로 시장 입성이 가능했다. 다만 SK바이오팜은 '바이오 양강' 상징성을 확보하는 대신 기존 그룹에서 예정한 규모와 정책, 일정 안에서 결과를 내는 데 집중했다.

SK바이오팜의 상장은 성공적이었다. 4거래일 만에 공모가(4만9000원) 대비 500%나 주가가 뛰었다. 7일 종가(21만6500원) 기준 시가총액은 17조원이다. 이날 장중엔 20조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주가가 치솟았다. 장중 고가는 26만9500원이었다.

시장 일각에선 SK바이오팜의 몸값을 두고 고평가 논란이 나온다. SK바이오팜의 몸값이 장중 한때나마 20조원에 육박하며 지분 75%를 보유 중인 SK 시총(18조원)을 넘어섰던 것도 단기 과열 징후를 뒷받침한다.

KB국민은행이 SK바이오팜 상장을 일주일 앞둔 당시 보유중이던 SK 지분을 매각한 것도 이같은 설명을 뒷받침한다. KB국민은행은 SK 지분 약 3%를 5000억원에 클럽딜(공동투자) 형태로 참여하는 외국계 투자자에게 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했다. KB국민은행의 블록딜 이후 29만원에 달하던 SK 주가는 10% 가량 하락했다.

SK바이오팜의 재무 및 상장 전략을 보면 단순히 고평가 여부를 결론내리긴 어렵다. FDA 품목허가 문턱을 넘은 경험은 국내에서도 15년 만에 처음이다. 제약바이오 산업의 특성상 기존 시장 잣대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것도 어렵다.

FDA 승인 획득 경험이 향후 타 파이프라인의 성공 가능성도 높인다는 점은 큰 메리트다. 세노바메이트를 비롯한 핵심 파이프라인은 이미 상업화 단계로 안정적 수익 창출이 기대된다. 결국 장기적인 실적과 R&D 노하우 축적이 SK바이오팜의 기업가치로 반영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오랜 투자 끝에 LG생명과학의 팩티브 이후 다시금 자체 개발한 신약으로 FDA 문턱을 넘은 점은 높이 평가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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