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늪' 빠진 세아베스틸, 활로 찾을까 [전기로 철강사 점검]현대차에 '제 목소리' 옛말, 10% 영업이익률 1%대로...판매망·포트폴리오 다변화 추진
구태우 기자공개 2020-07-09 13:29:54
이 기사는 2020년 07월 07일 14: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특수강 시장은 '문자 그대로' 특수하다. 특수강은 탄소강에 니켈 등 특수한 원소를 첨가해 강도가 높은 성질로 바꾼 제품을 일컫는다. 특수강은 자동차와 선박, 산업기계 등의 동력 전달용 부품과 체결용 부품(볼트, 너트) 등에 쓰인다.그동안 특수강 시장은 소수업체가 주도하고 있어 수요처와 공급처 간 대등한 납품 관계가 형성됐다. 현대자동차는 1·2차 협력업체들과 이른바 '갑을관계'를 형성했는데, 특수강 제품의 공급사인 세아베스틸과는 수평적 관계가 유지됐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세아베스틸의 이러한 '특수한 지위'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갖고 있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세아베스틸은 2010년대 초반 영업이익률이 10%에 달했다. 현대차는 이를 이유로 납품 단가를 낮춰달라고 요구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제조산업에서 '슈퍼갑'인 현대차를 상대로 대등한 위치에 설 수 있는 협력사는 극소수다. 이는 과거 특수강 업체들이 시장에서 갖었던 지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과거의 영광'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13년 동부특수강을 싯가의 3배 가량 더 주고 인수하면서 세아베스틸과 포스코특수강(세아창원특수강)의 독적점 지위는 깨졌다. 현재 현대제철과 현대종합특수강(옛 동부특수강)이 각각 특수강 부문의 상·하공정을 각각 맡고 있다. 세아베스틸은 이 때문에 해외 완성차 업체로 눈을 돌렸다.
7년이 지난 지금 세아베스틸은 전방산업 부진으로 저수익과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아베스틸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7000억원과 영업이익 107억원을 기록했다. 과거 10%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과 달리 영업이익률은 3개년 연속 1%대를 근근히 이어가고 있다. 세아창원특수강 등 종속기업의 실적을 제외한 별도 기준 실적은 적자를 기록했다.
세아베스틸의 수익성 악화는 비단 현대자동차그룹이 특수강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전·후방산업은 물론 생산원가의 6%를 차지하는 전기료까지 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세아베스틸이 견고한 실적을 내기 위한 '우군'이 없는 상황이다.
세아베스틸은 지난 5년 간 수익성이 눈에 띄게 나빠졌다. 지난 1분기 원가율은 95%에 육박했다. 예를 들어 영업활동에 들어가는 비용이 100원이라고 가정하면, 5원을 남긴 것이다. 2015년 원가율은 85.6%였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세아베스틸이 생산하는 특수강 제품의 원재료 중 60%가 철스크랩이다. 철스크랩 거래값은 2018년 고점을 찍은 뒤 하향세다.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전기로 철강사의 고철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원자재 가격만 하락했으면 수익이 개선됐겠지만, 제품가격도 같이 하락하면서 수익성 개선 효과가 반감됐다.
내수용 선재는 2018년 톤당 229만원에 달했는데, 2020년 1분기 191만원으로 단가가 16%(38만원) 하락했다. 선재는 세아베스틸의 핵심 제품으로 하공정을 거친 뒤 자동차 업체 등에 납품된다.
세아베스틸의 영업환경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기업가치도 동반 하락했다. 세아베스틸의 자본이익률(ROE)는 2017년 7%대를 유지했지만, 2018년과 2019년 모두 1%에 못 미쳤다. 자본이익률이 높다는 건 투입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수익성이 높은 제품을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가졌다는 의미다. 현재 세아베스틸은 업황 악화로 자원 활용도가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금창출력 또한 둔화됐다.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는 2017년 이전까지 3000억원 안팎을 유지했지만 현재 2000억원 안팎으로 낮아진 상황이다. 같은 기간 이자보상배율은 6배를 넘었지만, 현재 1.5배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이 차입금 이자비용보다 얼마나 더 많은지를 나타내는 배수로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기업은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과 서비스에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철강업은 자본집약적 산업인 데다 투하자본이 크기 때문 업황에 따라 사업구조를 바꾸는 게 어렵다. 이 같은 구조로 철강사는 전방산업의 수요가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까지 기다리는 것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다.
세아베스틸은 미국과 태국 등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거래선을 확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자동차용 외에 건설용과 에너지 산업용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알루미늄 제조업체 알코닉코리아를 인수한 것도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세아베스틸이 현재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지난 10년 동안 특수강 제품은 급격한 전환기를 겪고 있고, 특수강을 생산하는 전기로 철강사들은 생존 경쟁에 내몰렸다. 세아베스틸 관계자는 "전방산업이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특수강 수요가 크게 줄었다"며 "원가 혁신과 포트폴리오 및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를 통해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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