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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강그룹, '불황기' 돌파구 찾을까 [전기로 철강사 점검]주주가치·장기성장 동력 절실, 2차 가공 고부가가치 제품 관건, 장세홍 회장 역할 '관심'

구태우 기자공개 2020-07-17 09:22:29

이 기사는 2020년 07월 14일 14: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철강업의 전·후방산업이 악화되면서 투자자 심리도 바뀌고 있다. 최근 기관투자자들은 철강사의 지분을 매도하는 추세다. 포스코의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공단과 블랙록도 올해 지분을 일부 매도했다. 이렇듯 철강사의 경영 상황이 달라지면서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도 '갈대'와 같이 바뀌는 분위기다.

주주의 주식 매도는 투하자본 회수에 대한 우려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주주들은 채권자와 달리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장치가 빈약하다. 채권자는 이자와 원금을 통해 투하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반면 주주는 배당과 시세차익 외에는 투하자본을 회수할 방법이 마땅히 없다.

이로 인해 주주는 업황이 악화되거나 기업 지배구조가 불안해질 경우 지분을 매도한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하 한국밸류)의 키스코홀딩스 지분 매도 사례는 이를 설명하기 적합하다. 한국밸류는 올 상반기 동안 키스코홀딩스의 주식 14만주(0.79%)를 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키스코홀딩스는 다수의 전기로 철강사를 보유한 한국철강그룹의 지주사다. 한국철강그룹은 동국제강 창업주의 6남인 고 장상돈 회장이 2001년 동국제강그룹에서 분사해 창립했다. 철근 중심의 사업구조로 주택시장과 함께 성장했는데, 건설경기가 악화되면서 침체기에 빠졌다.

한국밸류가 지분을 매도한 건 전기로 철강사의 수익성 악화되면서 배당성향이 줄곧 하락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키스코홀딩스의 지난해 배당성향은 9.62%로 전년(16.89%)과 비교해 7.27% 포인트, 2017년(29.71%)보다 20.09% 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이후 최저치였다.

회사의 당기순이익은 증가했음에도 전년 수준의 배당금을 유지하면서 배당성향이 낮아졌다. 이는 철강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현금배당보다 재투자 재원을 확보하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영진은 주주 자본 사용에 대한 댓가보다 미래 순이익을 확대하려고 한 것이다.

경영진의 배당전략이 바뀐 데는 본업인 철강업이 '초성숙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먼저 키스코홀딩스는 지난해 매출 1조1829억원, 영업이익은 575억원(영업이익률 4.8%)을 기록했다. 지난 3년 간 영업이익은 43%(436억원) 감소했다. 주택 공급시장이 침체되면서 철근 수요가 하락한 영향이다. 지주사인 키스코홀딩스는 용역 사업과 계열회사의 배당수익이 주 수입원이다.

그룹 수익의 대부분은 종속기업인 한국철강과 환영철강공업에서 나온다. 대흥산업은 종속기업이지만 매출 규모가 170억원에 그쳐 그룹의 수익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 이 때문에 한국철강과 환영철강공업의 실적은 그룹의 성장 및 주주의 배당 수익과 직결된다.

한국철강은 매년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추세다. 영업이익은 2015년 651억원을 낸 이후 매년 줄어 지난해 120억원을 기록했다. 환영철강공업은 매출은 줄었지만 원가 절감으로 수익성이 개선됐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59억원 증가한 484억원을 기록했다.

두 회사 모두 본업인 철강업(철근)이 악화됐는데, 당기순이익은 증가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철강은 자산 재평가를 통해 유형자산인 기계설비의 손상차손과 잡손실을 인식했다. 손상차손은 자산가치가 장부가액보다 낮아질 경우 차액을 회계상 손실로 반영한다.

잡손실은 구체적 이유가 모호한 손실을 반영하는 항목이다. 환영철강공업도 같은 이유로 일회성 비용이 증가했다.

이들은 지난해 유형자산의 손상 규모가 줄고, 잡손실을 인식하지 않으면서 일회성 비용이 감소했다. 기타수익 항목이 기타비용보다 큰 것으로 나타나면서 당기순이익이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일회성 수익에 그칠 전망이다.

오히려 본업인 철근 사업은 공급과잉으로 인해 수익성이 매년 악화되고 있다. 이는 지주사의 배당수익을 감소시켜 성장도 정체될 전망이다. 올해 국내 철근 업체는 가동률을 80% 미만으로 낮춰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철강그룹은 주주의 자본 이탈을 막는 동시에 철근업을 대체할 신사업을 육성해야 한다. 두 과제 모두 성숙기를 맞은 철강사에게 쉽지 않은 과제다.


키스코홀딩스는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배당을 하지 않아 5700억원의 이익잉여금(미처분 이익잉여금 4990억원)을 쌓았다. 상법은 미처분 이익잉여금의 활용을 제한하고 있어 활용하기도 쉽지 않다. 신성장 동력으로 정했던 봉형강과 와이어 로프 등 2차 가공을 거친 철강 제품 사업도 고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철근은 공급과잉이 지속될 전망이고 업체 간 자발적 구조조정도 기대하기 쉽지 않다"며 "한국철강그룹은 철근을 대체할 경영 전략과 주주 가치를 제고할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건축용 건자재로 대부분 소비되는 전기로 철강사 모두가 풀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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