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7월 14일 07: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달 말 현대로템 매각설이 보도된 이후 관련 입장을 듣기 위해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과 전화통화를 했다. 이 사장은 매각설을 부인한 이후 전화를 끊기 전 짧게 현재 처한 어려운 상황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현대로템이 당면한 문제를 풀기 쉽지 않다고 했다.실적부진, 재무구조 악화 등 사업과 관련된 주제를 꺼낼 것으로 예상했으나 의외의 답변을 내놨다. 바로 조직 내 팽배한 '패배감'을 걸림돌로 꼽았다.
이 사장은 "올 초 부임한 이후 6개월 동안 하루에 4시간씩 자며 비정상을 정상화하는데 주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며 "무엇보다 오랜 기간 실적 부진이 계속되다 보니 조직에 만연한 패배감을 극복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현대로템이 실적 부진에 시달린 것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브라질 프로젝트가 삐걱거리며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2014년부터 따지면 벌써 7년째다. 2016년과 2017년을 제외하고 많게는 수천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해왔다. 내부적으로도 패배감이 짙은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현대차그룹 차원에서도 상당한 고민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외부의 시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주가를 통해 엿본 시장의 반응은 오히려 매각을 반기는 분위기다. 매각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 날 현대로템 주가는 한 때 상한가 근처까지 치솟았다. 그동안 현대로템의 실적 부진에 대한 피로감이 시장에서도 상당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현대로템은 매년 부진 탈출을 외쳤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 올 초 이 사장이 부임하고 곧장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며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후 전방위적 노력을 통해 재무건전성 확보와 실적 개선 두 마리 토끼를 사정권에 두고 있다.
무엇보다 이 사장이 현대로템의 당면과제를 '패배감 극복'으로 꼽은 것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이는 지금 당장 재무제표에 적힌 숫자뿐 아니라 중장기적 성장을 위해 조직의 근본적인 체질과 문화를 바꾸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 7년간 누적된 패배감을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한 번의 성공을 거두더라도 재차 슬럼프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직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연속된 성공이 뒷받침 돼야 한다.
증권가에서는 올 2분기 현대로템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전망하고 있다. 올해 농사 결과를 끝까지 지켜봐야하지만 현재까지는 경영 정상화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다. 과연 이 사장은 올해를 반전의 해로 만들 수 있을까. 그의 '패배감 극복' 노력이 결실을 맺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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