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7월 15일 07시4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반기 인사치고 이례적으로 변동이 많았습니다."최근 만난 우리은행 임직원들이 공통으로 말하는 하반기 인사 총평이다. 은행권 인사는 연초에 조직개편과 함께 큰 폭의 인력 조정을 하고 하반기에는 소규모 이동에 그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 하반기 역시 다른 시중은행의 경우 부서장급 소폭 이동이 전부였다.
우리은행은 달랐다. 상무·부행장급 임원 7명이 자리를 맞바꾼 데다 세부 내용도 파격적이다. 의례적으로 연공서열이 가장 높은 임원의 자리로 여겨졌던 개인그룹장 및 기업그룹장 양대산맥 자리를 올 초 상무를 단 '1년차' 임원이 꿰찼다. 부행장보가 담당했던 기업'그룹장'과 상무가 담당했던 기업금융'단장' 자리가 스왑되기도 했다. 개인그룹 아래 개인고객부 부장과 기업그룹 아래 기업고객부 부장 등 실무 담당자까지 싹 바꿔 쇄신을 더했다.
이런 행보는 하반기 영업력 강화를 위한 권광석 우리은행장의 '승부수'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만난 우리은행 임원들은 올 상반기에는 침체된 분위기로 조직이 힘을 받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DLF 사태로 직원들이 위축돼있는데 라임사태, 비밀번호 변경 사고, 전산 장애 등 지난 과오로 또 다른 제재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조직혼란 수습에 초점을 맞췄던 권 행장도 이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감지한 모양새다. 사실상 분위기 전환은 권 행장 개인적으로도 절실해 보인다. 그에게 주어진 임기는 단 1년. 벌써 올해의 반이 지났다. DLF 제재로 펀드 판매가 금지돼 상반기 비이자 활로가 좁아진 와중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준금리 인하에, 코로나19 비상사태까지 터졌다. 내년 초 이사회로부터 재신임을 받아야 하는 권 행장으로선 하반기 선전이 절실하다.
인사가 만사라고 한다. 정교한 전술을 구사하며 싸우기 위해서는 뛰어난 장군을 적재적소에 보내는 것이 먼저다. 이번에 요직에 선 상무들은 모두 해당 분야에서 전문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권 행장 나름의 4개월간 진단을 통해 조직이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는 배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하반기 인사에서 권 행장의 비장한 마음이 엿보인다는 얘기도 나온다. 어쨌든 분위기를 쇄신할 최적의 인사 배치였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은행이라는 거대 조직은 단기간 그리 쉽게 변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 행장의 파격적 인사실험이 어느 정도의 성과로 돌아올 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반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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