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7월 17일 07: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실 저희는 규제가 지금 도입돼도 상관없습니다. 이미 준비가 다 됐거든요.”올해 초 보험업계의 최대 관심사였던 새회계기준(IFRS17) 시행이 연기됐을 때 신한생명 관계자가 했던 말이다. 대부분의 보험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는데 신한생명은 오히려 섭섭해하는 눈치였다. 새 규제에 맞춰 미리 회계기준과 자본적정성을 관리해온 회사만 가질 수 있는 여유가 느껴졌다.
생명보험업의 전망을 장밋빛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과거에 팔아놓은 고금리 상품에 대한 부담도 크고 현재의 당기순익을 방어하는 것도 요원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기업은 앞으로 계속 나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미래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신한생명은 생명보험의 전통적 강자는 아니다. 삼성·한화·교보생명이라는 업계 빅3와 비교하면 자산규모나 매출액에서 차이가 크다. 푸르덴셜생명이나 오렌지라이프처럼 세련된 정장 차림의 엘리트 설계사로 승부를 보는 조직도 아니다.
그럼에도 신한생명만이 갖고 있는 강점은 든든한 '부모'다. 신한생명은 1990년 신한은행의 보험계열사로 시작했다. 다른 금융지주회사도 보험사 포트폴리오를 하나씩은 갖추고 있지만 규모가 너무 작거나 산업계 보험사를 인수합병(M&A)해 간판을 바꿔 단 경우가 대부분이다.
처음부터 은행계열 생보사로 탄생해 지금까지 견조하게 성장해온 건 신한생명이 유일하다. '금수저'는 아니더라도 '금융수저' 정도는 물려받은 셈이다.
덕분에 신한생명에는 은행 못지 않게 안정적인 경영 철학과 장기적 시각이 자리잡았다. 미래를 준비하는데 드는 비용을 낭비가 아닌 투자로 보고 기꺼이 집행했다. IFRS17에 맞춘 결산시스템은 업계에서 가장 빨리 마련했고 올해 자본확충을 위한 신종자본증권 발행 계획도 이사회 승인을 미리 받아둔 상태다.
최근 설립한 '신한금융플러스'도 미래에 대한 고민과 맞닿아있다. 자회사형 GA는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이 아니고 오히려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 적자가 나기 쉽다.
그럼에도 신한생명은 밀레니얼 고객들을 끌어오고 디지털마케팅을 실험하기 위해 자회사형 GA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당장 오늘의 실적이 아니라 그 다음 단계를 고민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은행계열 지주사에서 자회사형 GA를 만든 건 신한생명이 최초다. 다른 금융지주 계열 생보사도 유심히 지켜보며 설립을 검토하는 모양새다. 신한생명에는 신한지주의 '리딩금융' DNA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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