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 프로파일]'CRC에서 VC·PE까지' 베테랑 황상운 NH PE 본부장그룹사 국제금융팀·코아에프지 등 거쳐, 사회적 가치도 강조
최익환 기자공개 2020-07-22 08:41:27
이 기사는 2020년 07월 21일 08: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9000억원 넘는 자금을 모은 NH투자증권 PE본부(NH PE)는 금융계 사모투자펀드(PEF) 중 가장 돋보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하우스다. 특히 지난해 봄 오퍼스프라이빗에쿼티(오퍼스PE)와 함께 결성한 2040억원 규모의 기업구조혁신펀드는 선제적으로 투자처들을 확보하는 성과를 보여줬다.업계는 NH PE의 성공적인 펀딩과 투자처 발굴 배경으로 확고한 투자철학을 꼽는다. 현재 NH PE는 △신기술금융부 △PE 1부 △PE 2부 총 세 개의 부서를 통해 벤처캐피탈(VC)과 그로쓰캐피탈(Growth Capital), 그리고 구조혁신펀드까지 기업의 생애주기에 맞춘 단계별 펀드 투자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산업의 성장을 돕는 사회적 책임감 역시 가져간다는 포석이다.
그 중심엔 황상운 전무(본부장·사진)가 있다. 그룹사 국제금융부서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다루며 금융과 연을 맺은 황 본부장은 IMF 이후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로 이름을 날리던 코아에프지로 자리를 옮기며 투자업계에 본격적으로 투신했다. 이후 유안타인베스트먼트를 거치며 PEF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도했다.
투자업계 업력만 20년이 넘는 황 전무는 단순한 금융공학적 접근보다는 정성적인 회사의 성장도 함께 도모하기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NH PE의 모태가 농민자본에 기반한 농업협동조합에 기반을 둔 만큼 일정 수준의 사회적 책임을 가져야한다는 생각이다. VC와 CRC 그리고 PEF를 모두 경험해본 베테랑으로서 후배들에게도 중장기적 시각을 강조하고 있다.
◇성장스토리 : 그룹사 국제금융부서 거쳐 CRC로, 유안타인베 대표 지내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학사와 석사를 졸업한 황 전무가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곳은 지금의 SK그룹인 선경그룹이다. 선경그룹 국제금융부서에 배치받은 황 본부장은 건설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조달 업무를 맡았다. 당시 황 전무가 속한 부서는 해외 프로젝트에 대한 PF 조달을 시도했다.
1994년 당시 선경건설은 태국아로마틱(TAC)이 발주한 공사비 5억달러 규모의 플랜트 공사를 수주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방콕 인근의 석유화학 단지에 연산 64만톤의 벤젠계열 방향족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대단위 석유화학플랜트 건설공사로 1997년 모든 공사가 끝나고 가동됐다. 선경건설은 입찰단계부터 △제일은행 △외환은행 △신한은행 △일본 산와 △다이이치칸교은행 등 PF 대주단을 꾸려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이때 주니어였던 황 전무 역시 PF 구성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었다. 대형 프로젝트 공사비 조달을 위해 PF가 이용되는 것에 흥미를 느낀 황 전무는 이후 지속적으로 선경건설의 해외 프로젝트 PF 조달업무에 집중했다. 1996년 해태그룹 국제금융팀으로 자리를 옮겨서도 황 전무의 PF 업무는 지속됐다.
그러나 1998년 IMF 금융위기가 관심분야를 바꿔놓았다. 당시 해외 기업들이 국내 기업들에 대한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사례가 많아진 모습을 지켜본 황 전무는 M&A에 관심을 가졌다. 특히 몸담던 해태그룹을 포함해 다수 기업이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을 지켜본 그는 CRC 등록을 준비하던 초창기 코아에프지에 합류했다.
황 전무는 이후 2008년까지 코아에프지에 몸담았다. 이후 약 10년동안 국내 자본시장은 PEF 대신 CRC의 활약이 두드러지던 시기였다. 자문업무와 투자를 병행할 수 있던 CRC 코아에프지에서 황 전무는 M&A 자문과 투자업무를 병행하며 다양한 투자성과를 냈다. 당시 코아에프지는 △이노셀 △아이러브스쿨 △대우루컴즈 △프라임 등에 대한 구조조정 투자를 통해 120% 넘는 내부수익률(IRR)을 올렸을 정도로 투자성과가 우수했다.
이후 황 전무는 동양인베스트먼트의 기업투자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동양창업투자에서 이름을 바꾼 동양인베스트먼트는 VC 이외 PEF 투자를 본격화하기 위해 조직 세팅에 나섰던 때였다. 그는 경영진으로부터 PEF 운용사로서의 토대를 만들어달라는 미션을 받아 본격적인 펀딩과 인력충원에 나섰다.
당시 황 전무가 결성을 주도한 펀드 중 하나가 ‘IBKC-동양 중소중견 그로쓰 2013 PEF’였다. 펀드의 총액은 1400억원으로 △대호피앤씨 △인선모터스 △칸 △필맥스 등에 성장자금을 공급하는 성과를 냈다. 이후 그는 유안타인베스트먼트로 이름을 바꾼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대표로 재직했다.
지금의 NH PE로 자리를 옮긴 건 2017년 10월이다. 당시 대표 직속으로 PE 조직을 재구성하려던 NH투자증권은 PE본부를 맡을 인물을 물색하고 있었다. 유안타인베스트먼트의 조직세팅을 완료하고 펀딩 등에서 역량을 발휘한 황 전무가 적임자로 낙점됐다. 이후 황 전무는 은행 PE단과의 통합과 신기술금융투자 시도는 물론 지난해 9000억원대 펀딩에도 성공했다.
◇투자철학 : 기업 생애주기 맞춤형 투자 시도, 사회적 책임도 강조
황 전무의 경력은 CRC와 VC 그리고 PE를 망라한다. 업계에서 20년 넘게 쌓아온 경력동안 태동과 성장, 그리고 호황과 쇠락하는 기업의 모습을 지켜봐왔다. 그는 기업의 생애주기에 맞는 자금 공급과 이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만이 산업을 살리고 경제에 기여하는 길이라는 생각을 가졌다고 말한다.
이런 그의 생각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것이 NH PE의 조직구성이다. 현재 NH PE는 △신기술금융부 △PE 1부 △PE 2부 총 세 개의 부서를 통해 벤처캐피탈(VC)과 그로쓰캐피탈(Growth Capital) 그리고 구조혁신펀드까지 기업의 태동-성장-쇠퇴 등 모든 단계에 대한 투자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다양한 펀드를 이러한 단계 별로 조성한 것은 기업에 생애주기에 따른 맞춤형 투자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황 전무의 이러한 경험은 결국 PE에게도 일정 부분 사회적 책임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연결된다. PE의 투자를 통해 기업이 적절한 유동성을 공급받게 되어 고용을 유지하고 성장자금을 받아 사회 전체적인 부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황 전무는 “PE의 투자가 회사에 투자한 뒤 다시 회수하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진다면 단순한 주식투자와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라며 “고용창출은 물론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PE가 가져야 할 책무”라고 강조했다.
◇트랙레코드 1 : 유안타인베 시절 블라인드 펀드 결성 및 투자
황 전무는 본인의 대표적인 트랙레코드로 개별 포트폴리오가 아닌 펀드 결성을 꼽는다. 그가 유안타인베스트먼트의 기업투자본부장과 대표이사를 맡던 시절 모집하고 결성한 ‘IBKC-동양 중소 중견 그로쓰 2013 PEF’는 그가 꼽는 가장 의미있는 트랙레코드다.
해당 펀드는 한국산업은행(당시 정책금융공사)이 앵커 출자자(LP)로 참여해 2014년 결성됐다. 펀드 규모는 1400억원으로 주 목적은 중소·중견기업의 자금조달 지원과 신성장동력산업의 육성이다. 황 전무는 유안타인베스트먼트에서 기업투자본부장을 지내던 당시 해당 펀드의 결성을 완료했다.
그는 “당시 동양증권 사태로 인해 다소 어수선했지만 정금공의 출자를 받아내면서 유안타인베스트먼트가 시장에서 활동하는 데에 기틀을 닦을 수 있었다”며 “대표가 되고 나서도 해당 펀드의 투자를 진행한 일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황 전무가 당시 결성을 주도했던 해당 펀드는 그가 NH투자증권 PE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2018년에야 투자작업이 완료됐다. 유안타인베스트먼트는 이 펀드를 통해 △삼우엠스 △우리산업 △엑셈 △대호피앤씨 △옴니시스템 △인선모터스 △필맥스 △칸 등의 포트폴리오에 투자했다. 이를 통해 다져진 성과를 바탕으로 유안타인베스트먼트가 현재도 활발히 활동할 수 있다는 평가다.
◇트랙레코드 2 : NH PE의 1조원 규모 펀딩, 테마별·섹터별 투자전략 실행
황 전무의 취임 이후 NH PE가 보여준 펀딩 성과 역시 주목할만 하다. 지난해 NH PE는 투자조합 2개를 포함해 5개의 블라인드 펀드 결성을 끝마쳤다. 구조조정·성장기업·특수상황 등 다양한 테마별·섹터별 전략을 수립해 총 5개의 블라인드 펀드를 모았다. 여기에 우정사업본부로부터 출자받은 공동투자펀드까지 합치면 지난해 모은 자금은 1조원에 육박한다.
특히 그동안 독립계 PEF 운용사들과 공동으로 운용해온 것과 달리 첫 단독 GP로 나선 2200억원 규모의 ‘NH뉴그로쓰PEF’에는 △NH농협금융 계열사(700억원) △KDB산업은행(600억원) △산재보험기금(500억원) 등이 LP로 참여하는 성과를 냈다. NH PE는 현재 해당 펀드를 통해 메큐라이크·그랑몬스터와 화승엔터프라이즈 등에 투자하고 있다.
이와 같이 5개의 펀드에 대규모 자금을 유치한 배경에는 황 전무의 철학이 맞닿아있다. 그는 기업의 생애주기에 맞춘 단계별 자금공급이 필요하다는 평소 생각을 통해 그동안 NH PE의 조직구성을 가다듬어왔다. 투자별 스테이지를 나눈 덕에 LP들의 이해상충 이슈도 다소 해소할 수 있었다는 게 황 전무의 설명이다.
NH PE는 이들 펀드의 투자를 통해 기업들의 성장을 지원하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투자를 목표로 한다. NH PE의 모태가 농민자본의 농업협동조합에서 출발하는 만큼 사회적인 책임감을 투자성과를 통해 증명해보이겠다는 게 궁극적 목표다.
◇업계 평가 : 조직구성 통해 투자철학 발휘, 내부 소통도 중요시
업계는 황 전무의 조직구성 능력에 높은 평가를 보내는 분위기다. 유안타인베스트먼트와 NH투자증권 PE본부의 투자부서 인원구성을 진두지휘했고 기업의 생애주기별로 투자부서를 쪼개면서 다양한 펀드를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조직을 통해 안정적인 투자를 진행해 온 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까지 NH투자증권에서 일했던 임원급 관계자는 “맨파워가 강한 조직을 단기간 내에 구성해 안정적인 투자를 해왔다는 점에서 황 전무에 대한 내외부 평가는 상당히 우호적”이라며 “무엇보다도 풍부한 경험에서 비롯된 딜 발굴 능력이 NH PE가 활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PE본부 내부에서는 황 전무의 소통 능력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직원들과 직접 면대면 소통을 중시하면서 개개인의 자기계발은 물론 성장을 자극하는 촉진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PE본부의 수장으로서 내부에서 축적된 지식과 정보의 공유를 강조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NH PE 관계자는 “황 전무의 취임 이후 빠르게 펀딩할 수 있었던 것은 내부의 꾸준한 소통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조직원 개개인과의 소통을 통해 새로운 생각과 도전을 하게 만드는 게 황 전무에게 배울 점”이라고 말했다.
◇향후 계획 : 드라이파우더 소진·투자시스템 보완 등 계획
NH PE의 지난해 투자행보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이었다는 점에서 다른 금융계 PE와 차별화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메큐라이크와 그랑몬스터에 이어 구조혁신펀드를 통해 모베이스전자와 홍인화학 등에 투자했다. 올해도 빈그룹과 화승엔터프라이즈에 투자하는 등 빠르게 포트폴리오 군을 넓혀가고 있다.
NH PE는 지난해 1조원에 가까운 자금모집을 끝냈지만 아직 2000억원 대의 자금을 소진하는 데에 그쳤다. PE본부 내 동일한 인력들이 펀딩과 투자업무를 병행하는 구조다보니 투자업무에 대한 자원투입이 어려웠던 것이 이유다. 이에 올해부터는 넉넉하게 모은 자금에 대한 투자행보가 올해보다 더 속도감 있게 진행될 전망이다. 현재도 황 전무의 주도 하에 다양한 구조조정 매물은 물론 신성장산업에 대한 투자검토를 지속하고 있다.
그는 기존 펀드의 드라이파우더 소진과 더불어 새로운 시도도 준비하고 있다. 특히 바이오산업 등 한국 경제의 신성장동력으로 여겨질만한 산업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펀드 결성에도 도전할 예정이다.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도와 궁극적으로는 국가경제의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해외 투자 역량 강화 역시 황 전무의 목표다. 이를 위해 NH PE는 현재 중국의 벤처캐피탈 사들과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성장잠재력이 여전한 중국시장은 물론 아시아권에 대한 공동투자를 진행해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한편 새로운 투자기회도 발굴하겠다는 구상이다.
황 전무는 “벤처와 CRC, 그리고 PE를 거치며 쌓아온 경험을 후배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투자과정에서 중장기적 방향을 고민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고민하고 있다”며 “드라이파우더를 적절히 소진하면서도 NH PE의 사회적 가치를 지킬 수 있는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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