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절감' 언급했던 조원태, 조직슬림화 '재개' [한진그룹 사업구조 개편]구주·동남아지역본부 폐쇄, 재무구조 개선 작업 일환 관측
유수진 기자공개 2020-07-22 08:33:28
이 기사는 2020년 07월 20일 14: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이 일부 해외 지역본부를 폐쇄하는 등 조직슬림화에 나선다. 지난해 말 공급과잉 및 보이콧 재팬 확산으로 어려움이 가중되자 단행했던 조직개편 작업을 다시 재개하는 모양새다. 코로나19의 여파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경영 효율성 및 주변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항공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본격적인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이 지난해 말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한 재무구조 개선 방안과 맥이 닿아 있기 때문이다. 당시 조 회장은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비용절감"이라며 "비용구조가 상당히 높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20일 대한항공은 해외 5개 지역본부 중 구주(유럽)지역본부와 동남아지역본부를 폐쇄하기로 최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미 최고경영층의 결재까지 모두 끝난 상태로 인수인계 등 정리작업이 마무리 되는대로 본부장 이하 직원들은 귀국길에 오르게 된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앞으로 미주와 일본, 중국 등 3개의 해외 지역본부만 운영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항공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환경 변화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진행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구주와 동남아지역본부의 경우 다국가로 구성돼 있어 단일국가인 미국과 일본, 중국에 비해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고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는 것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직슬림화 차원의 개편"이라며 "지역본부가 자체적으로 해오던 업무는 본사 내 지원 조직과 국가별 지점에서 나눠 담당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에 폐쇄가 결정된 구주와 동남아지역본부의 경우 상대적으로 대한항공 조직 내에서의 중요성은 크지 않은 편이다. 대한항공이 띄운 첫 국제선 노선이 서울-호치민이었다는 점 등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정도다. 본부장의 위상도 주요 요직으로 가기 위한 '필수 코스'로 손꼽히는 미주지역본부장과는 차이가 있다.
1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5개 해외 지역본부장은 모두 상무급이 맡고 있다. 하지만 나열 순서는 미주, 중국, 일본, 동남아, 구주 순이다. 이는 일부 해외 본부를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동남아와 구주가 우선 고려될 수 밖에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 조직개편은 작년 말 조 회장이 언급한 재무구조 개선 작업의 연장선상으로도 볼 수 있다. 당시 조 회장은 내년 경영 목표를 묻는 질문에 "경제가 굉장히 안 좋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비용절감이다. 잠깐 들여다 봤는데 할 게 많더라. 우선 그것부터 해놓고 영업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선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대한항공은 그후 한달만에 승진임원 규모를 줄이고 6년 만에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등 조직 슬림화 작업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대한항공이 공식적으로 희망퇴직을 받은 건 지난 2013년 이래 6년 만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심지어 당시 대한항공은 국내 항공사 중 유일하게 흑자상태였다. 추후 경영환경 악화로 적자가 예상된다는 점을 감안해 선제적인 조치에 나선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실시된 정기 임원인사도 조직슬림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예년 대비 승진인사 규모를 축소해 전체 임원수가 20% 이상 줄었다. 사장 이하 임원들의 직위체계도 기존 6단계에서 4단계로 축소해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역시 조 회장의 조직 개혁 의지에 따른 것이었다.
때문에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의 이번 조직개편이 추가적인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조 회장의 예상처럼 경영환경 악화로 이제는 대한항공조차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초 코로나19 사태가 빠르게 확산되며 업계에서는 임직원 구조조정 이슈가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전세계 하늘길이 막히며 대부분의 비행기가 멈춰서고 유휴인력도 급증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정부에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고 순환휴직을 펼치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업황이 정상화될 상황에 대비해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최소화하기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6개월을 넘어가며 직원들 사이에서 고용불안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은 최장 6개월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직개편은 상황에 따라 유기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것"이라며 "비용절감보다는 환경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직슬림화 차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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