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사업구조 개편]기내식 사업도? 매각 대상 선별 기준 바뀌나비핵심·저수익사업 위주로 정리, 개편 범위 확대 관측
유수진 기자공개 2020-04-28 08:45:53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7일 15: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대한항공이 기내식 등 일부 사업부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산업은행 등이 자금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자본확충과 경영개선 등 강력한 자구노력을 주문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한진그룹의 사업구조 개편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특히 자의로 추진해오던 개편 작업에 일부 타의가 작용하게 되면서 구조조정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매각 대상 선정에 적용해 오던 기준을 완화해 범위가 좀 더 확대될 거라는 관측이다. 한진그룹은 그동안 주력사업인 수송업을 중심으로 비핵심, 저수익 사업을 골라내 왔다.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일부 사업부 매각 등 추가 사업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가 수조원 대의 유동성 지원을 약속하며 적극적인 자구노력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24일 산업은행이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긴급 유동성 지원책을 발표하자 "자산매각 및 자본확충 등 자구 노력에 매진하겠다"며 "경쟁력 있는 전문사업부문의 사업 재편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화답했다.
산업은행은 이날 지원 배경을 설명하면서 대한항공의 사업부 매각 추진 사실을 먼저 공개했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대한항공이) 그동안 발표되지 않았던 회사 내 사업부 매각 통해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방안은 회사의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산업은행이 대한항공과 지원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사업 매각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고 이를 바탕으로 자금 지원을 결심했다고 해석 가능한 대목이다.
현재 대한항공은 운항편 감소로 현금유입이 막히며 유동성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특히 보유자산이나 사업부 매각은 운영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이자 정부로부터의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우선 수혈된 1조2000억원 뿐 아니라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으로 추가 지원을 받기 위해선 자구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증명이 필요하다. 산업은행 역시 "추가 지원은 경영 책임을 감안해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 최근 유상증자와 제주도 사택부지 매각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한진그룹이 그룹 차원의 사업구조 개편을 공식화한 건 지난해 11월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당시 미국 뉴욕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항공운송사업과 그와 관련된 사업에만 관심이 있다”며 “이익이 안 나면 버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사업 구조조정을 시사했다. 개편 기준으로 ‘핵심사업’과 ‘수익성’ 등 두 가지 조건을 설정한 셈이다.
이후 한진그룹은 해당 가이드라인에 따라 송현동 부지와 왕산레저개발 지분 매각 등을 발표하며 계획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칼호텔네트워크 소유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부지를 매각하고 LA 소재 윌셔그랜드센터와 그랜드하얏트인천 등 나머지 호텔들도 면밀히 사업성을 검토하기로 했다. 레저와 호텔사업은 조 회장이 제시한 두 가지 조건 모두에 부합한다. 항공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데다 만년 적자였기 때문이다. 특히 KCGI와 손을 잡고 등을 돌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재직 당시 애정을 갖고 키워온 사업이라는 특징도 있었다.
최근 시장에서 정리 대상으로 언급되고 있는 사업은 기내식과 나머지 호텔, 항공정비(MRO) 등이다. 그 중 기내식은 매출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주력사업인 항공운송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볼 수 있다. 사실상 희비를 같이 하는 운명공동체다. 따라서 항공수요가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면 기내식사업 역시 곧바로 정상궤도에 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고비만 넘기면 꾸준한 현금 창출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분야다.
대한항공은 기내식사업의 매출을 별도로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기내식과 IT서비스, 항공기 엔진수리, 인터넷 통신판매 등이 포함된 기타사업의 지난해 매출은 2911억원으로 전체의 2.2% 가량이다. 반면 영업이익은 276억원으로 10.6%를 차지한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사업으로 볼 수 있다.
MRO도 마찬가지다. 항공운수를 보조하는 부문이자 추후 꾸준히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되는 고부가가치 사업이다. 지난해 말 미국 국방부로부터 2500억원 규모의 전투기 창정비 사업을 수주하는 등 소위 '잘 나가고' 있다. 항공기 제조판매 및 정비 등이 포함된 항공우주사업의 지난해 매출은 7404억원으로 전년 대비 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해 한진그룹은 지난 2월 항공우주사업과 MRO, 기내식 등 그룹이 갖고 있는 전문사업영역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매각 의사가 없다는 뜻을 공식화한 셈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2개월여 만에 매각 검토에 들어갔다. 물론 당시는 코로나19의 후폭풍이 이렇게까지 장기화될 거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때였다. 이후 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지자 구조개편 범위를 확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항공은 아직 매각 대상 등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일단 원론적으로 사업부 매각을 검토해보겠다 정도의 단계”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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