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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사업구조 개편]대한항공 자구안에 '사업부 매각' 없다?이사회서 유증 결의만, 산은 발표와 달라…"진행되는 사안 없다"

유수진 기자공개 2020-05-14 07:43:20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3일 18:3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이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마련한 자구안에 사업부 매각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아 눈길을 끈다. 앞서 산업은행이 예고했던 내용과 차이가 있어서다. 당초 산업은행은 1조2000억원 규모의 긴급 지원안을 발표하며 대한항공이 사업부 매각을 포함한 자구계획을 마련해 자금 조달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1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소문 사옥에서 이사회를 개최하고 유상증자(1조원)와 영구 전환사채(CB·3000억원) 발행, 항공화물 매출채권을 담보로 하는 자산유동화증권(ABS·7000억원) 발행, 1분기 재무제표 등을 의결했다. 오전 8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시작된 이사회는 3시간 동안 이어졌다.

이날 이사회가 결의한 내용은 이미 시장에 알려져 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영구 CB와 ABS 발행은 지난달 24일 산업은행이 발표한 긴급 금융지원 계획에 담겼던 내용이다. 사실상 자본 확충을 위한 유상증자 규모와 방식만 확정 지은 셈이다. 대한항공은 역대 최대치인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키로 했다.

특히 이날 대한항공이 마련한 자구안에는 사업부 매각과 관련된 새로운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심지어 이날 이사회에서 전혀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이 지난달 24일 긴급 금융지원 계획을 밝히며 언급했던 자구안 내용과 다소 차이가 있다.

당시 최 부행장은 "(대한항공이) 이미 시장에 오픈됐던 1조원의 유상증자와 송현동 부지 매각, 그동안 발표되지 않았던 회사 내 사업부 매각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라며 "구체적 방안은 회사 내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과 긴급 금융지원 관련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오갔던 내용을 산업은행 측이 먼저 공개한 것이다. 최 부행장의 발언은 양측이 자구안 내용과 관련해 이미 상당부분 합의에 도달해 발표가 임박했다고 받아들여졌다.

대한항공도 당시 "대기업에 대한 지원 취지에 맞춰 경쟁력 있는 전문사업부문의 사업재편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사실상 화답을 했다. 직접적으로 사업부 매각을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문맥상 산업은행의 발표가 맞다고 확인한 셈이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이후 기내식과 항공우주사업, 항공정비 등 일부 사업부 매각 검토에 들어갔다.

하지만 해당 사업들이 항공운송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적절한 매각대상인지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추후 항공수요가 정상화될 때에 대비해 사업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간 한진그룹이 사업구조 개편의 기준으로 삼아온 주요 조건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한진그룹은 '비핵심사업'과 '저수익성' 이라는 기준에 따라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왕산레저개발 지분 매각 등을 진행해왔다. 칼호텔네트워크 소유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부지를 매각하고 나머지 호텔들의 사업성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도 '만년 적자'라는 점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반면 기내식은 여객운송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다 꾸준한 현금창출이 가능한 사업부문이다. 여객이 증가하면 기내식 생산량도 자연스레 늘어나기 때문이다. 항공수요가 회복되는 즉시 기내식사업에 활력이 돌기 시작할 거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매출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기내식이 포함된 기타사업의 영업이익률이 9.48%에 달하는 등 수익성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공우주사업이나 MRO 역시 한진그룹이 지난 2월 전문사업영역으로 꼽으며 경쟁력 강화에 힘쓰겠다고 밝힌 사업군이다. 불과 3개월 전 열심히 키우기로 마음먹었던 사업을 갑자기 매각대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항공기 제조판매 및 정비 등이 포함된 항공우주사업의 지난해 매출은 7404억원으로 전년보다 6% 증가했다.

따라서 항공업계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은 사업부를 팔 의사가 없으나 산업은행이 방향을 정하고 사실상 지침을 내린 거라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일방적으로 발표를 해 관련 내용을 주워 담을 수 없게 된 상황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하는 하나의 근거다. 다만 유동성 지원이 절실한 대한항공은 산업은행의 주문을 그냥 흘려 들을 수 없는 입장이다.

때문에 대한항공이 추후 추가적인 논의를 거쳐 결국 사업부 매각을 추진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일단 유상증자를 실시해 급한 불을 끄고 시간을 번 뒤 사업성을 면밀히 검토해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직접 얘기한 내용을 대한항공이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번에는 포함이 안됐지만 추후 어떻게 할지 논의해 진행하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사업부 매각은 금일 이사회 안건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현재 관련해서 진행되는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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