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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교그룹의 승계 '눈높이' [thebell note]

최은진 기자공개 2020-08-03 07:11:39

이 기사는 2020년 07월 31일 07:5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귀영화를 가진 이들이 불로장생을 꿈꾸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물며 상당한 업적을 쌓은 대그룹 회장님들이 스스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결단을 내리는 게 쉬운 일일까. 그러나 승계는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중요한 경영활동이다. 준비되지 않은 승계가 불러일으킨 비극을 역사 속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최근 한창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대형 교육업체들을 보면 준비되지 않은 승계가 낳은 불확실성을 보여준다. 교원이나 웅진그룹처럼 누가 후계자가 될 지 명확한 곳은 그나마 낫다. '눈높이 교육'으로 유명한 대교그룹은 강영중 회장의 두 아들 가운데 누가 회장 자리를 물려받을 지 가늠조차 못한다.

교육업계 특성상 보수성향이 짙은 분위기 속에서 그 누구도 회장님께 감히 '승계'를 얘기할 수 없다고 한다. 73세인 강 회장이 여전히 건재한 경영활동을 하고 있으니 두 아들은 물론 임원들도 승계준비를 거론하기 어려울 만 하다. 더욱이 강 회장은 연일 ㈜대교 주식을 매입하며 경영자로서 더 많은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압도적으로 승계후보자가 될 만한 인물이 없다는 점도 불확실성으로 남는다. 장남 강호준 상무는 최고전략책임자(CSO), 차남 강호철 상무는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영향력이나 위치 모두 같은 선상에 놓여있다. 누구 하나 특출나게 성과를 보인 게 없으니 후계구도에 앞선 이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적으로는 '누구 밑에 줄을 서야 하느냐'를 두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누가 누구 뒤에 섰다더라'는 얘기가 하루가 멀다하게 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차기 리더십의 부재는 급변하는 교육환경에 발빠르게 대응할 추동력을 갖기 어렵게 만든다. IT기술로 무장한 신생 기업들이 학부모의 시선을 사로잡을 동안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미 학습지나 에듀테크 사업은 모두 최대 경쟁자였던 교원그룹에 밀렸다.

매출은 10년 전 수준으로 회귀했고 고작 몇백억원대 순이익을 남기는 데 그친다. 그나마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여파로 적자전환 됐다. 명확한 승계구도를 구축한 교원그룹이나 웅진그룹 등이 2세를 앞세워 제2의 도약을 위해 달리는 상황에서 대교그룹은 '회장님 눈치'만 보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과외 금지법'이라는 제도의 수혜로 성장한 '회장님 시절'과 지금은 확연히 다르다. 어떤 아이디어를 가지고 소비자들을 사로잡느냐가 생존을 가른다. 강 회장이 온전히 모든 경영활동을 지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문경영인은 물론이고 2세 그 누구에게도 힘이 실리지 않는다면 대교그룹은 정체를 벗어나기 어렵다.

준비된 승계는 미래를 그리는 발판이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잠재울 확실한 리더십과 비전을 마련하려면 그 '눈높이'에 맞는 전략과 인물이 필요하다. 대교그룹의 승계 눈높이에 맞는 인물은 과연 누가 될 지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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