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윤 대표,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 오를까 법정상속시 임성기 회장 부인 새 최대주주, 경영권 승계는 2016년 마무리
강인효 기자공개 2020-08-04 08:11:47
이 기사는 2020년 08월 03일 15: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미약품 창업자인 임성기(80) 회장이 별세하면서 향후 한미약품그룹의 지배구조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관심이 쏠린다.고(故) 임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한미사이언스 지분의 승계 향방에 따라 그룹을 소유하는 주인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그룹의 지주회사로, 임 회장은 최대주주로서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올라있었다.
아직 임 회장의 유언이나 상속 방침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만약 법정 상속 비율대로 상속이 진행된다면 임 회장의 부인인 송영숙 여사가 가장 많은 상속분을 받아 한미사이언스 새 최대주주에 등극한다.
임 회장의 세 자녀인 한미약품 임종윤 사장과 임주현 부사장, 임종훈 부사장은 균등하게 상속분을 받는다. 그 결과 세 자녀 중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던 임 사장의 지배력이 동생들보다 우위에 있게 된다.
다만 임 회장이 유언을 통해 상속 비율을 따로 정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한미사이언스 대표에 오르면서 사실상 그룹 경영권을 일찌감치 물려받은 임 사장의 지배력을 확고히 하기 위해 그에게 가장 많은 상속분을 넘겼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법정 상속 비율 적용시 송영숙 여사 최대주주 등극
한미약품그룹의 지배구조는 안정적이다. 임 회장을 비롯한 최대주주 측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은 66.43%에 달한다.
개인 최대주주는 고 임성기 회장으로 한미사이언스 지분 34.27%를 보유하고 있다.
2대주주는 12.13%의 지분을 보유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다. 신 회장은 임 회장의 통진종합고등학교 후배로 오랫동안 우호 관계를 유지해왔다.
한미사이언스는 그룹 주력 사업회사인 한미약품 지분 41.39%를 보유하고 있다. 오너 일가는 한미약품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이 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진 않다. 현재 그룹 지배구조는 '임성기 회장→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으로 짜여 있다.
임 회장은 슬하에 2남 1녀의 자녀를 두고 있었다. 장남인 임종윤 사장(1972년생)과 둘째인 임주현 부사장(1974년생), 막내인 임종훈 부사장(1977년생) 모두 한미약품에서 근무 중이다. 임 사장은 일찌감치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아 한미사이언스 대표를 맡고 있다.
장남인 임종윤 사장이 경영 승계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임 사장은 한미사이언스 3.65%의 지분을 보유해 임 회장의 자녀 중에서는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고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임주현 부사장은 3.55%, 임종훈 부사장은 3.14%의 지분을 보유중이다.
만약 임 회장의 재산을 법정 상속분대로 나눠 갖는다면 배우자인 송영숙 여사가 1.5, 삼남매가 각 1의 비율로 물려받게 된다. 이 경우 임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34.27%)은 송 여사에게 11.43%, 삼남매에게 각각 7.61%씩 돌아간다.
그렇게 되면 송 여사(지분율 12.69%)가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에 새롭게 등극한다. 임종윤 사장은 11.26%, 임주현 부사장은 11.16%, 임종훈 부사장은 10.75%다. 그럼에도 신동국 회장은 12.13% 지분율로 한미사이언스 2대주주 자리를 지킨다.
◇그룹 경영권 물려받은 장남 임종윤 사장
임 회장이 유언으로 남겨 지분율을 달리 승계한다고 밝혔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임 사장은 2010년 7월 한미약품이 인적분할되면서 한미사이언스라는 존속법인으로 바뀜과 동시에 부친인 임 회장과 함께 한미사이언스 공동 대표에 올랐다. 부친이 물러난 2016년부터 단독 대표를 맡아 그룹 지주사 경영을 이끌고 있다. 임 사장이 대외적으로 임 회장의 후계자로 낙점된 순간이기도 했다.
2000년 한미약품에 과장으로 입사한 임종윤 사장은 2009년 등기임원으로 선임된 이후 현재까지도 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임주현 부사장과 임종훈 부사장은 모두 2007년 이사로 한미약품에 입사해 현재 부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2017년 임종훈 부사장은 등기임원에 올랐지만, 임주현 부사장은 미등기임원이다. 첫째인 임 사장이 경영권 승계 측면에선 가장 앞선 모습이다.
제약업계에선 임 회장의 별세로 그가 보유 중이던 한미사이언스 지분이 자녀를 비롯한 가족들에게 어떻게 상속되는지에 따라 그룹 지배구조의 향방이 바뀔 수도 있는 만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상속 과정에서 임 사장이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에 올라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임 회장이 상속을 통해 사실상 그룹 경영권을 확보한 임 사장에게 지배력까지 확고히 해줌으로써 2세 경영의 기틀을 마련해줬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물론 법정 상속분대로 상속받더라도 임 사장이 삼남매 중에서는 지배력에서 앞선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단독 대표를 맡고 있는 임종윤 사장에게로 경영 승계의 무게추가 기운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재단 설립 등 제3의 가능성도
제3의 방식으로 지분 승계가 이뤄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다른 제약사처럼 공익재단을 설립한 뒤 창업자 지분을 출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공익재단으로 지분을 일부 혹은 전액 증여한다면 임종윤 사장의 개인 지배력은 더 강화되지 않는다. 비슷한 수준의 지분을 보유한 삼남매가 상호 견제를 하는 구조가 그려진다.
일각에선 한미헬스케어의 역할도 주목하고 있다. 한미헬스케어는 삼남매가 각각 지분을 1/3씩 보유하고 있는 오너 일가 회사다. 막내인 임종훈 부사장이 대표를 맡고 있으며, 임 부사장이 최대주주(지분율 37.78%)다. 임종윤 사장과 임주현 부사장은 각각 이 회사 지분 35.86%, 24.18%를 보유 중이다. 임 회장도 지분 0.07% 갖고 있었다. 한미헬스케어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6%를 보유하고 있다.
한미헬스케어의 최대주주는 임종훈 부사장이지만 임종윤 사장, 임주현 부사장도 지분을 일정 부분 보유하고 있어 상호 견제가 가능하다. 삼남매 모두 한미약품에서 주요 보직을 맡으면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었던데다 서로 간에 지분율에 큰 차이가 없어 조화롭게 경영에 참여하는 그림을 그려둔 것이라 볼 수 있다.
한미약품그룹 관계자는 "유족 측이 '장례 동안 임 회장님을 온전히 기릴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했다"면서 "현재로선 상속이나 지분 승계 등과 관련해서는 드릴 말씀이 따로 없다"고 밝혔다.
한편 임성기 회장은 2일 새벽 숙환으로 별세했다. 임 회장은 1967년 서울 동대문에서 '임성기약국'을 시작으로 1973년 한미약품을 창업해 '한국형 R&D 전략을 통한 제약강국 건설'이라는 꿈을 품고 48년간 회사를 이끌며 일생을 헌신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송영숙 여사와 아들 임종윤·임종훈씨, 딸 임주현씨가 있다. 장례는 고인과 유족들의 뜻에 따라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6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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