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도약하는 한미약품]7전8기 글로벌 기술수출 도전의 역사①2015년 8조 규모 6건 기술수출…5건 해지됐지만 '랩스커버리'로 반전 노려
강인효 기자공개 2020-06-29 07:30:05
[편집자주]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중 '신약개발'과 '기술수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대표적인 기업으로 손꼽힌다.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과 총 9건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신약 개발 능력을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았다. 글로벌 시장 도전은 어려운 일이다. 기술수출 중 5건은 해지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미약품그룹은 글로벌 시장 진출 도전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한미약품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6대 미래 사업 비전을 제시하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더벨은 한미약품의 도전과 미래 과제를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18일 11: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미약품은 1973년 6월 세워졌다. 임성기약국에서 시작한 작은 제약사가 반세기의 역사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는 한국 대표 제약사로 성장했다.한미약품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처음으로 입증한 곳이다.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의약품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1989년 글로벌 제약사 로슈에 항생제 ‘세프트리악손’의 개량 제법에 관한 기술을 수출했다. 6년간에 걸쳐 총 600만달러를 받는 조건이었다.
그로부터 30년 한미약품은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과 총 9건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 중 5건의 계약이 해지되는 아픔도 겪었지만 그 성과를 무시할 순 없다.
현재 한미약품의 기술 수출 중 4건은 유효한 상태다. 성공 확률로 따지면 50%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무수히 많은 신약후보물질 중에서 상업화에 성공할 확률이 0.02%에 불과한 것을 감안할 때 꽤 괜찮은 성적이다.
신약 개발의 역사는 무수한 도전과 실패의 역사다. 그 실패 속에 노하우를 축적하고 다시 도전하는 것이 신약 개발 과정이다. 한미약품의 7전8기 도전은 다시 시작되고 있다.
◇美 아테넥스·스펙트럼에 기술수출한 신약 글로벌 상업화 눈앞
한미약품은 2011년 12월 미국 바이오기업 아테넥스에 주사제를 경구용으로 바꾸는 독자적인 플랫폼 기술인 ‘오라스커버리’를 기술수출했다. 계약금 및 단계별 성공시 수령하는 마일스톤 등을 합한 총 계약 규모는 4244만달러다.
아테넥스는 오라스커버리를 적용해 항암 주사제 ‘파클리탁셀’을 경구용으로 바꾼 항암 신약 ‘오락솔’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지난해 마쳤다. 지난해말 미국 텍사스주에서 열린 ‘샌안토니오 유방암 심포지움(SABCS)’에서 그 결과도 발표했다. 아테넥스는 상반기 안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약 허가 신청(NDA)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락솔이 상업화에 성공할 경우 유방암 환자의 중요한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미약품은 2012년 1월 미국 제약사 스펙트럼에 호중구감소증(혈액암의 일종) 치료제 ‘롤론티스(바이오신약)’를 기술수출하는데도 성공했다. 바이오의약품의 단점인 짧은 반감기를 획기적으로 늘려주는 한미약품의 독자적인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를 적용한 신약이다.
롤론티스는 한미약품의 첫 번째 글로벌 혁신신약(First-in-Class)으로 주목받고 있다. 롤론티스는 스펙트럼에 기술수출 돼 글로벌 임상 3상까지 끝났고, 현재 FDA에 바이오신약 허가 신청(BLA) 심사가 진행 중이다. 심사를 통과하게 되면 올해 하반기쯤 출시가 예정돼 있다.
2015년은 한미약품뿐 아니라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글로벌 기술수출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해로 평가받는다. 한미약품은 한 해 동안 글로벌 제약사와 6건의 신약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는데, 총 계약 규모만 8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6건의 기술수출 계약 중에서 5건이 해지되면서 한미약품은 시장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실패 사례도 다시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대표 사례는 2015년 7월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한 폐암 치료제 ‘올무티닙(제품명 올리타정)’이다. 베링거인겔하임은 2016년 9월 올무티닙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중단하고 한미약품과 맺은 기술수출 계약을 해지했다.
올무티닙은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신약 파이프라인 중 상업화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약물 중 하나였다. 기술수출 계약 해지에도 불구하고 한미약품은 국내에서 올무티닙 임상 3상에 나서기도 했지만, 경쟁 약물이었던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가 먼저 상업화에 성공하자 시장 경쟁력이 낮다고 판단해 결국 2018년 4월 임상 중단을 선언했다.
가장 최근에 기술수출 계약이 해지된 당뇨병 치료 신약후보물질군인 ‘퀀텀 프로젝트(당뇨약 3개)‘는 한미약품이 체결한, 또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기술수출 규모 중 가장 큰 것이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한미약품은 2015년 11월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와 최장 월 1회 투여가 가능한 당뇨병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efpeglenatide)‘와 지속형 인슐린, 지속형 인슐린 콤보 등 퀀텀 프로젝트를 39억유로에 기술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사노피는 2016년 12월 지속형 인슐린에 대한 계약을 해지했고, 지난달에는 에페글레나타이드와 지속형 인슐린 콤보에 대한 권리까지 한미약품에 반환하며 퀀텀 프로젝트의 개발은 중단됐다. 한미약품 측은 사노피의 개발 중단 결정은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유효성 및 안전성과는 무관한 만큼 글로벌 임상 3상을 이어가기 위해 새로운 파트너사를 모색할 방침이다.
◇자체 개발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만 30여개…‘랩스커버리’ 기대감↑
이같은 실패 사례에도 한미약품의 신약 개발 역량은 무시할 수 없다. 한미약품은 지속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노크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현재 30여개에 이르는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해 글로벌 상용화를 위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 중 랩스커버리 기반의 다양한 바이오신약 후보물질을 확보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16일 세계 최대 당뇨학회인 미국 당뇨병학회(ADA)에서 자사가 개발 중인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 후보물질인 ‘랩스트리플 아고니스트(LAPSTriple Agonist 또는 HM15211)‘ 연구 결과 3건과 비만 치료 후보물질인 ‘랩스글루카곤 아날로그(LAPSGlucagon Analog 또는 HM15136)‘ 연구 결과 3건을 발표했다.
두 후보물질에는 모두 한미약품의 독자적인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가 적용됐다. 사노피가 기술수출 계약을 해지한 퀀텀프로젝트 역시 랩스커버리를 적용한 약물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현재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바이오신약 중 FDA와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은 건수는 랩스트리플 아고니스트와 랩스글루카곤 아날로그 등을 포함해 8건에 이른다”며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해당 파이프라인 다수는 현재 글로벌 제약사들과 파트너링을 협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라스커버리 및 랩스커버리, 펜탐바디(하나의 항체가 서로 다른 두 개의 타깃에 동시에 결합할 수 있도록 하는 차세대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 등 자체개발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혁신신약 후보물질의 글로벌 임상을 진행 중”이라며 “여러 건의 반환 사례가 있었지만 회사는 여전히 로슈의 제넨텍, 스펙트럼, 아테넥스 등 경쟁력 있는 글로벌 기업들과 함께 신약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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