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업 넥스트 오너십]비상교육, 신사업 공들인 10년…결국 원점으로①학원강사 양태회 설립, 참고서로 급성장…에듀테크 발목, 수익성 제동
최은진 기자공개 2020-08-12 11:31:09
[편집자주]
국내 학습지 돌풍을 일으키며 성장한 교육기업들이 1세대에서 2세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진입했다. 교육열풍에 힘입어 조단위 그룹으로 성장한 데 따라 승계작업이 녹록지않다. 사양산업으로 전락한 학습지 대신 신성장 사업을 찾아야 한다는 임무도 2세대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국내 선두 교육기업들의 지배구조 및 승계 현황 등을 더벨이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8월 07일 07: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세대 교육기업은 출판업에서 시작됐지만 2세대로 넘어가면서 학원이 중심이 됐다. 사교육 시장이 학습지에서 학원으로 이동한 2000년대 들어 학원강사 출신 인력들이 교육기업 설립에 뛰어들면서다.비상교육이 대표적이다. 대학졸업 후 학원강사를 하던 양태회 대표가 교재를 만들기 위해 설립한 게 비상교육이다. 참고서 시리즈인 '한권으로 끝내기', '완자' 등의 브랜드로 대박을 치며 교육시장에 어렵지 않게 안착했다.
하지만 비상교육의 성장은 거기서 멈췄다. 참고서로 알려진 이름값을 기반삼아 몸집을 키우려는 전략은 번번이 수포로 돌아갔다. 에듀테크 초기모델인 이러닝(E Learning)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한 게 10년이나 됐지만 제자리 걸음이다. 참고서와 교과서 정도를 만드는 기업에 머물 뿐 그 이상의 성장이 눈에 띄지 않는다.
◇창립 10년만에 매출 1000억대, 상장 후 신사업 적극 추진
비상교육은 1998년 '비유와 상징'이라는 출판사로 시작했다. 창업자인 양태회 대표가 대학 졸업 후 학원강사를 하면서 터득한 노하우를 통해 괜찮은 참고서 한번 만들어 보고 싶었던 게 비상교육을 만든 계기다. 당시 사교육 시장 규모는 20조원에 달할 정도로 한창 뜨겁게 달아올랐던 때다.
사교육의 중심도 학습지에서 학원으로 이동했다. 사교육을 이용하는 학생 가운데 약 70%가 '학원'일 정도로 급속도로 성장하는 시장이었다. 개인적으로 차릴 수 있는 학원과 달리 학원에서 사용하는 참고서는 쉽게 만들기 어려웠다.
양 대표는 강사들이나 학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참고서를 만들고자 했고, 그에 대한 연구의 산물이 '한권으로 끝내기' 시리즈와 자율학습용 교재 '완자(완벽한 자율학습서)' 시리즈였다. 창립 1년만에 만든 '한권으로 끝내기' 시리즈는 최단기간에 1000만부 이상이 팔리며 세간의 집중을 받았다.
시작부터 주목받은 비상교육은 설립 10년만인 2008년 매출액 765억원, 영업이익 150억원대를 벌어들이는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기세를 몰아 비상교육은 참고서 뿐 아니라 교과서 시장 진출에 나섰고, '교육콘텐츠'라는 카테고리 하에 온라인 교육 사업도 시작했다. 종합 교육기업이라는 타이틀로 주식시장에 상장하기도 했다. 상장과 함께 사명을 지금의 비상교육으로 바꿨다.
비상교육에 있어 상장 전후는 가장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기였다. 입시학원 사업을 위해 강북이투스 및 진학에듀, 온라인 사업을 위해 디지털 교과서 개발업체인 ESL 등을 인수하는가 하면 메가스터디의 적수로 '수박씨닷컴'이라는 사이트를 오픈해 확장하기도 했다. 참고서 및 국정교과서 사업에서 영향력 있던 두산동아 인수까지 뛰어들며 사세확장에 적극적이었다. 1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한 것도 이 무렵이다.
◇수익성 낮은 출판 중심…발 빨랐던 에듀테크 사업 고전
비상교육은 현재 초등 온라인 학습 서비스인 비상엠러닝(옛 와이즈캠프닷컴)을 포함해 종속 및 관계기업 4곳을 보유하고 있다. 출판사업이 전체 매출의 80%로 압도적이고 온라인 교육 20%, 오프라인 학원 2% 순이다. 출판사업은 교과서가 약 55%, 학습교재가 45% 비중이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연결기준 2000억원, 영업이익은 220억원이다. 당기순이익은 112억원이다. 상장 후 지난 10년간 매출이 약 두배 가량 늘어났다. 특히 단 한번의 역성장 없이 줄곧 성장만 이뤘다는 점은 나름 비상교육의 저력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벌어들이는 영업이익을 보면 다른 해석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마진이 적은 교과서 사업 비중이 늘어난 반면 온라인 사업 등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낳은 데 따라 수익성이 저하되고 있다. 더욱이 교육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데 반해 저출산으로 인한 아동 인구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비우호적인 영업환경도 부담이다.
특히 비상교육은 다음스텝으로 나갈 '한방'이 없다. 신사업이라고 추진한 이러닝 등의 사업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매각 혹은 구조조정 등을 겪으며 허송세월을 보냈다. 주가도 이를 말해준다. 상장 초기 2000원대에 형성됐던 주가는 지금 6000원선이다. 10년여간 줄곧 하락세다.
실제로 비상교육은 상장 후 몇년간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신사업이 번번이 좌절됐다. 특히 요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에듀테크의 경우 상당히 뼈아픈 경험을 했다. 비상교육은 교육기업 가운데 에듀테크 사업에 세번째로 뛰어든 나름 선두주자다. 아이스크림에듀, 천재교육 밀크티 그리고 비상교육 순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아이스크림에듀와 천재교육이 치고 나갈 때 비상교육은 고전했다. 앞선 두 경쟁자의 선점효과를 뛰어넘지 못한 결과다.
비상교육은 2014년부터 적자 사업부를 과감하게 잘라내는 구조조정을 했다. 이러닝 사업의 일환인 비상에듀를 경쟁사에 매각한 데 이어 프랜차이즈 학원사업 계열사인 비상이에스엔, 온라인 교원연수사업인 티스쿨이앤씨를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순차적으로 정리했다.
그나마 초등 스마트학습인 와이즈캠프와 중등 인강 사이트 수박씨닷컴을 중심으로 에듀테크 사업에 다시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지만 대형 교육기업은 물론 기술력으로 중무장한 벤처기업들까지 뛰어든 시장에 승기를 잡긴 만만치 않은 분위기다. 설립한지 불과 7년밖에 안된 아이스크림에듀는 에듀테크 사업으로만 매출 1000억원을 올리고 있지만 비상교육에서 에듀테크로 분류되는 사업은 고작 200억원에 그친다.
이처럼 10년간 추진한 신사업에 대한 열매를 수확하지 못한채 비상교육은 여전히 '출판' 중심의 포트폴리오에 갇혀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비상교육은 다양한 아이디어 등을 확보하며 투자 및 마케팅에 전념하고 있다.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여행 및 렌탈업 등 20여개 업종을 정관에 추가한 것도 이의 일환이다.
비상교육 내부 관계자는 "업계 세번째로 에듀테크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고전하고 있지만 2022년 교과과정이 바뀌게 되면서 또 한번 기회가 올 것으로 본다"며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현재 투자를 아끼지 않고 기술력과 콘텐츠 등을 중무장하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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