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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공기업 발행 주춤, '그린 뉴딜' 불씨 누가 살릴까 [공공기관 SRI채권 전망]코로나19 영향, 올해 전무…정부 정책 맞춰 조달 재개 '초읽기'

이지혜 기자공개 2020-08-12 14:12:29

[편집자주]

코로나19 사태가 SRI채권 시장 만큼은 비껴갔다. 견고한 신용도를 보유한 공공기관이 주도한 덕분이다. 산업은행이 첫 원화 SRI채권을 발행한 이래 주택금융공사가 바통을 이어받아 대규모 물량을 쏟아냈다. 올 상반기까지 SRI채권 시장은 그야말로 '폭발적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제 양적 성장보다 질적 관리다. 사전검증, 사후보고 과정 등으로 관심이 기운다. 공공기관 SRI채권의 발행 과정과 관리 적정성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8월 11일 06: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발전공기업은 국내 SRI채권(사회책임투자채권, ESG채권) 시장에서 기대와 주목을 한몸에 받는다. 사업구조 상 신재생에너지 등과 떼려야 뗄 수 없어서다. 일찌감치 외화로 SRI채권을 활발히 발행한 점도 이들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그러나 올해 발전공기업의 SRI채권 발행 시계는 멈췄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꾸준히 발행해왔던 것과 사뭇 다르다. 코로나19 사태로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SRI채권까지 고려할 여유가 없었다.

다만 비관하기는 이르다. AAA급 공사채 금리가 안정되는 데다 문재인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발전공기업이 나서서 SRI채권을 발행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전망됐다.

◇SRI채권 ‘친숙’, 정부정책 발맞췄다

한국거래소 SRI채권 세그먼트에 따르면 원화로 SRI채권을 찍은 발전공기업은 모두 3곳으로 집계됐다. 한국남부발전과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공사 등이다. 가장 먼저 원화 SRI채권을 발행한 곳은 한국남부발전이다.

한국남부발전은 2018년 9월 녹색채권을 모두 100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뒤를 이어 지난해 6월 한국수력원자력이 사회적채권 3000억원, 한국전력공사가 지속가능채권을 2000억원 규모로 찍었다. 발전공사 3곳이 녹색채권,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채권 등 3가지 종류의 채권을 골고루 찍은 것이다.
외화를 활발하게 조달하면서 SRI채권에 상대적으로 친숙한 데다 사업 특성이 채권 목적에 부합할 때가 상대적으로 많은 덕분이다. 발전공기업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SRI채권만 전문으로 다루는 투자자도 있어 금리 혜택이 많다”며 “외화를 조달할 때 SRI채권으로 발행하거나 이런 얘기를 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원화 SRI채권에 관심을 뒀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남부발전을 빼고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동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중부발전 등 6곳이 외화로 SRI채권을 발행한 적이 있다.

자금사용목적도 주력 사업과 궤를 같이 한다.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한 발전자회사들은 정부 정책에 발맞춰 재생에너지 관련 투자와 일자리 관련 사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남부발전은 2018년 발행한 녹색채권을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에 썼고 한국전력공사는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충천 인프라 구축, 스타트업 지원, 일자리 창출 등에 자금을 썼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중소기업 금융지원과 교육장학지원사업, 지역아동센터 학습환경 개선사업 등에 사회적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을 활용했다. 공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감을 발휘하기 위한 조치다.

SRI채권 발행으로 투자자 관심을 끄는 데 힘을 받았다는 말도 있다. 또다른 발전공기업 관계자는 “외화 시장에 비해 금리적 메리트가 크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SRI채권을 발행할 때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더 높았는데 시장 상황도 좋았지만 국민연금 등 연기금 투자자의 관심을 끄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2020년 발행 ‘제로’, 코로나19 탓?

발전공기업의 SRI채권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발행이 확산되는 듯하다 올해 주춤했다. 올 들어 SRI채권을 발행한 발전공기업이 단 한 곳도 없다.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발전공기업 관계자는 “글로벌 채권시장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확대됐던 스프레드가 축소되는 기미가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회복세가 더뎠다”며 “SRI채권을 고려할 여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금리적 메리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SRI채권은 자금 사용처가 명확히 정해져 있어 부담스러웠다는 의미다. KIS채권평가와 NICEP&I에 따르면 AAA급 특수채와 국고채 스프레드는 3월 중순 이후 급격히 벌어지다 최근 들어서야 연초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최근 SRI채권 발행을 검토하는 발전공기업도 생겼다.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중부발전 등이다. 아직 발행규모나 채권 종류 등을 구체화하진 않았지만 연내 SRI채권을 찍는 것을 긍정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향후 그린뉴딜 정책으로 발전공기업의 SRI채권 발행이 확산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재생에너지 투자 등이 기존보다 더욱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발전공기업은 이 중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다.

◇사전검증, 외국계 기관이 인기?

SRI채권을 발행하기 위해 사전검증을 받을 때 국내 회계법인을 활용한 발전공기업은 한국수력원자력뿐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삼정KPMG에서 사전검증을 받았다. 한국남부발전은 CICERO에서, 한국전력공사는 서스테이널리틱스에서 해당 채권에 대한 관리체계를 인증받았다.

국내외에서 채권을 활발히 조달하는 만큼 외국계 기관에서 관리체계를 인증받아 관련 제반비용을 줄이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계 기관에서 사전검증을 받는 편이 더 저렴하다는 말도 있다. 국내 회계법인의 사전검증 비용은 건당 1500만~3000만원 정도인 것으로 파악되는데 외국계 기관은 이보다 저렴하다는 것이다.

발전공기업 관계자는 “서스테이널리틱스 등 일부 기관은 번역비용 외에 검증 비용을 받지 않았다”며 “외국계 기관에서 관리체계를 검증받고 나면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 SRI채권을 추가로 발행할 때 또다시 검증받을 필요가 없어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다른 발전공기업들도 외국계 기관에서 사전검증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거래소도 관련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 관리체계나 사전검증체계에 조달 통화 등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면 외화 SRI채권을 발행할 때 활용했던 체계를 원화 SRI채권을 발행할 때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한국남부발전은 2019년 하반기 녹색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을 전액 배분해 더 이상 사후보고를 제출하지 않는다. 한국수력원자력도 마찬가지다. 발행과 동시에 조달자금 전액 배분을 끝냈다. 한국전력공사는 사후보고 제출시점이 도래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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