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여신전략 변화]은행권에 드리운 신용대출의 그림자①연체율·예대율 관리 비상…포트폴리오 리밸런싱 불가피
손현지 기자공개 2020-08-21 08:25:19
[편집자주]
'코로나19'가 은행들에게 양날의 검이 됐다. 저성장·저금리 기조에 성장 목표치를 낮게 잡았는데 대출금 폭증이란 정반대 흐름을 맞닥뜨렸다. '원치 않는' 성장이지만 당국의 압박에 상환유예가 불가피하고 대출 집행을 당분간 멈추기도 어렵다. 돌파구는 포트폴리오 조정뿐이다. 리스크, 수익성, 금융지원 '삼박자' 측면에서 각 은행들의 전략 변화를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8월 13일 16: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주요 은행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대출을 집행하고 있다. 금리하락과 더불어 국내총생산(GDP)성장률도 마이너스 기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5대 은행 모두 연 대출성장률 목표치를 초과한 상태다.당초 세웠던 여신 포트폴리오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뜻하지 않게 가계대출 비중이 급증하면서 예대율도 100%를 향해 치솟고 있다. 정부가 규제 적용 연장과 만기유예연장 조치를 내놨지만 차주들의 상환 리스크는 여전하다. 그야말로 잠재부실 관리에 비상이 걸린 셈이다.
은행 여신 담당자들은 코로나를 기점으로 새로운 전략을 강구하고 있다. 양적 성장보다는 포트폴리오 한도를 고려해 건전성을 중심으로 한 리밸런싱을 해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신용대출 문턱을 1~2등급 고신용자로 상향조정해 심사기준을 재정비하기도 했다.
◇'0~5%' 여신성장 목표치, '초과' 성장
5대 은행이 연초 제시한 목표성장률이 0~5% 수준이었다. 전년 대비 상당히 보수적인 스탠스를 취한 것이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경우 작년 대출자산이 각각 5.45%, 5.95%씩 증가했지만 올해는 각각 0%대, 4%로 내려잡았다. 한국은행이 올해 금리를 낮추면서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된 탓이다.
특히 가계대출의 경우 부동산 규제 영향과 입주물량 자체가 감소해 성장세가 둔화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사별마다 전년 대비 자산성장 계획을 보수적으로 설계했다.
다만 연초 코로나19가 발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의 유동성 확보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기업들의 운전자금 수요가 늘어났다. 대부분의 은행들이 이미 상반기 중에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
예상과 달리 가계대출 잔액도 폭증하고 있다. 정부가 임대차3법 등 전세자금대출을 옥죄는 규제를 내놨지만 오히려 대출 급증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부동산시장 과열 등으로 개인사업자대출, 법인대출, 사모펀드 등을 활용해 대출규제를 우회하는 편법대출도 성행하고 있다. 급기야 시설자금 용도로 개인사업자대출을 받아 주택을 사는 경우도 있다. 더불어 코로나19 여파로 취약계층의 생활안정자금용 주택담보대출도 꾸준히 증가했다.
그 중에서도 신용대출잔액 추이가 가파르다. 저금리에 예적금 상품 등 투자매력도가 떨어지면서 주식자산에 투자수요가 쏠린 탓이다. 여기에 고신용자들의 주식투자용 신용대출 증가까지 겹쳐 이미 목표 성장률을 크게 넘어섰다. 7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 합계는 120조2042억원으로 집계됐다. 벌써 전년 말(1099108) 에 비해 9.4% 상승한 수준이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SOHO)에 대한 자금 지원 부담도 상당하다. 금융당국 차원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채무 리스크 경감 등을 당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여신심사 체계를 대폭 완화했으며 개인사업자대출119 제도, 연체우려자에 대한 사전지원도 감행했다. 그 결과 5대 은행의 중소기업대출(SOHO포함)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402조8463억원에서 7월 말 기준 523조3065억원으로 치솟았다.
◇여신위원회 '풀가동'…포트폴리오 재조정 돌입
시중은행 여신담당 관계자는 "이미 4월 전 대기업 차주들이 유동성 확보 움직임을 보이면서 연 성장 계획치에 도달했다"며 "폭발하는 대출 수요에 기존 계획과 달리 양적 조절은 중요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은행마다 쏠림 현상이 일어나지 않게 포트폴리오를 조정 중이다. 당국 지침에 맡게 의무적으로 소화해야 하는 소상공인 대출의 리스크를 상쇄하기 위해 전세자금 대출이나 신용대출, 기타대출 등을 조절 중이다. 건전성에 주력해 포트폴리오를 재설계했다.
일부 은행은 아예 여신성장 목표치를 수정하기도 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비상경영계획(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해 이를 당초 계획보다 상향 조정한 5~6% 수준으로 변경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가계와 기업 여신 포트폴리오를 균형감있게 조절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기존 가계대출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했지만 소호대출과 우량 중소기업 대출 위주로 확대하며 대신 주담대와 집단대출을 줄여나갔다. 우리은행은 중소기업대출을 조이고 있다. 우량 신용등급 위주 관리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상반기 전세자금대출으로 쏠림 현상이 일어났다. 5월 이후 증가폭이 둔화되긴 했지만 지난달 기준 잔액이 22조7201억원에 달했다. 우량 신용대출 전월세 자금 중심 성장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나은행은 상대적으로 대출량을 양호한 수준으로 조절해왔지만 5월을 기점으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에서 1~2%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농협은행은 6월 이후 소호대출을 조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7월 80조원을 돌파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주담대의 가파른 성장세가 대출 확대를 견인한 셈이다. 대신 수신을 대폭 늘리며 예대율 맞추기에 주력하고 있다.
◇ '예대율·연체율' 관리 시급…모니터링 촘촘
대출량이 늘어나자 예대율 관리도 시급해졌다. 예대율이란 보유한 예금에 비해 대출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즉 분모가 예수금잔액이며 분자가 대출잔액을 의미한다. 예금보다 대출이 많아져서 예대율이 100%를 초과할 경우 은행은 추가 대출 제한을 받게 된다.
올해부터 은행들은 신예대율 규제에 따라 가중치(가계대출 +15%, 기업대출 -15%, 자영업자대출 0%)를 차등 적용했다. 지난해부터 가계대출을 줄이고 기업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린 배경이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에 따른 가계대출 증가로 예대율이 규제수준을 넘어섰다. 7월 말 기준 KB국민은행의 예대율은 102%(잠정치)로 규제수준을 3%포인트나 웃돈다. 정기·저축성예금이 급감한 탓이다. 예대율이 작년 말 94.1%였던 점을 감안하면 8%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해당 기간 우리은행(99.07%), 신한은행(98.05%), 하나은행(97.6%), NH농협은행(93.04%)도 3~5%포인트 가량 늘었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에 예대율 규제를 일시적으로 완화했다. 100%를 상회하면 안되지만 올해 4월 법령해석과 비조치의견서 발급을 통해 내년 6월말까지 5%포인트 이내의 예대율 위반에 대해서는 제재하지 않기로 했다. 개인사업자(SOHO) 대출 가중치도 현행 100%에서 85%로 낮춰 적용키로 했다. 기존에는 개인사업자에게 100만원을 대출해주려면 예수금을 100만원 쌓아야 했지만, 앞으로는 85만원만 쌓으면 되는 셈이다.
금융당국의 조치에도 은행들은 아슬아슬한 예대율 수치에 걱정이 가득한 눈치다. 처한 상황이 비슷한 만큼 예수금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텐데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은 탓이다. 이에 사전에 예수금을 확보하는 방안도 고심하고 있다.
아울러 신용리스크 모니터링도 보다 촘촘하게 하고 있다. 연체율 급증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당국의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로 6월 말 기준 은행권 신규 연체 발생액(0.33%)이 근래 최저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향후 부메랑이 될 리스크가 다분하다. 현재 월별로 이자를 받지 않기에 고객들의 상환의지나 상환능력을 체크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신한금융 차원의 공동 위기대응 방안 수립을 위한 '그룹 위기관리 시스템'을 지난달부터 가동하고 있다. 국민은행도 신용평가시스템(CSS)를 재정비하고 모니터 대응 태세에 나섰다. 우리은행, 농협은행도 두산 등 기업 차주들의 잠재 부실 위험을 좀 더 보수적으로 관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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