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 배재훈 HMM 사장, '이유있는' 자신감 초대형 컨선·해운동맹 '양날개'…21분기 만 흑자전환 '성공'
유수진 기자공개 2020-08-14 13:14:51
이 기사는 2020년 08월 12일 15: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배재훈 HMM(옛 현대상선) 사장의 자사주 매입은 15개월째 '현재진행형'이다. 작년 5월 취임 2개월 만에 처음 자사주를 사더니 이제까지 총 열 일곱 차례나 매수했다. 보통 한 달에 한번, 많으면 두 번 꼴이다. 통상 기업의 총수나 최고경영자가 주가급락 시점에 일시적으로 주식을 매입해 주가방어에 나서는 것과 달리 '지속적'이라는 특징이 있다.시장에서는 이를 배 사장의 책임경영 의지로 해석한다. 20분기동안 이어진 적자행진을 끊고 반드시 경영정상화를 이루겠다는 각오이자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특히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잇달아 들여오기 시작하는 올해를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았다. 실제로 HMM은 당초 예상보다 한 분기 앞선 올 2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분기 영업익 1387억원, 20분기 연속 적자행진 '끝'
HMM은 12일 잠정 실적 공시를 통해 올 2분기 매출액 1조3751억원, 영업이익 138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줄었으나 영업손익은 플러스(+)로 돌아섰다. HMM이 분기 기준 흑자를 낸 건 지난 2015년 1분기 이래 21분기 만이다. 심지어 영구채 발행 등에 따른 이자비용 증가에도 281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HMM이 질긴 적자의 고리를 끊은 건 올 4월 시작된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도입과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 합류가 시너지를 낸 덕이다. 항로별 시황에 따른 선대배치 조정 능력과 운용 유연성이 확보되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 화물비용 축소 등 원가구조 개선과 운임상승 효과도 봤다. 심지어 흑자전환은 당초 배 사장이 언급했던 올 3분기보다 한 분기 일찍 이뤄졌다.
배 사장은 지난 1월 서울 종로구 연지동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3분기는 전통적 성수기인데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효과도 나타나 조심스럽게 영업흑자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여러 예측기관에서 보고 있는 선복 증가와 수요 증가, 운임, 유류비 등을 종합해 예측한 것"이라면서도 "언제든 격변 가능하다"고 부연 설명했다.
흑자 시점으로 3분기를 점친 건 새로 도입한 컨테이너선과 해운동맹의 효과가 가시화 되는데 약 2~3개월 가량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 발발로 상황이 급변했다. 글로벌 물동량이 감소하며 기존 계획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배 사장은 흔들리지 않았다. 사태 발생 직후 긴급히 비상상황실을 설치해 가동하면서 매일 유가 등락과 항로별 문제상황을 점검했다. 리얼타임으로 상황을 파악해 나가면서 해운동맹 합류 효과 극대화에 집중했다. 실제로 아시아-북유럽 항로에 투입한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9척 중 6척이 만선 출항하는 등 얼라이언스 효과가 본격화되며 경영정상화 시기가 앞당겨졌다.
HMM의 실적개선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내년 상반기 1만6000TEU급 8척을 마저 인도 받으면 초대형선 비율이 40%를 넘는 등 '규모의 경제' 실현이 본격화 된다. HMM이 초대형선을 발주했을 당시 일각에선 화물을 모두 채우기 어려울 거란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지금은 연이은 만선으로 모두 불식된 상태다.
HMM 관계자는 "초대형선의 경쟁력을 시장에서 인정하고 있음이 증명된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마지막 2만4000TEU급 선박 1대 인도만 남겨놓고 있다. 열 두 번째 선박인 '상트페테르부르크호'는 현재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지어지고 있는 중(건조율 90%)이다. 이달 23일 시운전을 거쳐 다음달 11일쯤 최종 인도된다.
◇주가 우상향…배 사장, 자사주 수익률 90%
HMM이 수익개선을 이뤄오는 동안 주가도 크게 올랐다. HMM 주가는 배 사장이 처음 매입했을 당시 주당 3540원이었지만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렸던 올 3월27일 2120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후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10일 장중 한때 6950원을 찍었다가 11일 6800원에 마감했다.
배 사장은 현재까지 약 2억5000만원의 평가차익을 올린 것으로 산출된다. 보유하고 있는 8만532주의 매입금액은 2억8864만원이지만 평가금액(11일 종가 기준)은 5억4762만원에 달한다. 평가차익 수익률이 약 90%다. 경영정상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뚝심 있게 지속해온 자사주 매입이 배 사장 본인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간 배 사장은 주가의 흐름과 무관하게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하는 데 초점을 맞춰온 것으로 풀이된다. 한꺼번에 대량 매수를 하기보단 매달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준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는 의미다. CEO의 자사주 매입은 미래에 기업가치가 향상될 거란 기대감을 심어줘 주가하락을 막고 주주들을 안심시키는 효과를 낸다.
개인 신분이다 보니 매번 매입하는 주식 규모도 달라졌다. 제일 처음엔 3만4141주(1억2000만원 어치)를 매수했으나 이후로는 이보다 적은 양을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사들였다. 주가가 주당 5200원으로 뛴 지난달 29일에는 처음으로 1000주 미만(962주)을 샀다.
시장에서는 배 사장이 앞으로 자사주 매입을 지속할 지 여부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워낙 경영정상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왔기 때문에 한동안 계속 사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배 사장은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공시 관련 내용이라 앞으로 추가 매입 계획은 말하기 어렵다"고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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