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손익개선 순항 속 '옥에 티'는 CB 발행, 이자부담 확대…"하루 빨리 경영정상화 이룰 것"
유수진 기자공개 2020-05-22 10:29:22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1일 0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영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는 HMM(옛 현대상선)에 이자비용은 적잖은 고민거리다. 대규모 영구채를 잇따라 발행해 운영·시설자금 등을 충당하고 자본확충도 이뤘으나 그로 인해 이자부담이 늘고 있다. 비용절감 등으로 꾸준히 손익을 개선해가고 있지만 불어나는 이자비용 탓에 그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특히 이자비용 증가는 배재훈 사장이 '정상적인 회사'의 기준으로 언급했던 경상손익 흑자전환 시기를 늦출 가능성이 높다. 올 3분기 영업흑자를 내더라도 금융비용 등을 제하고 나면 다시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지금 상황에서 이자비용을 줄일 별다른 해결책이 없다는 데 있다. 사실상 '풀지 못하는 숙제'인 셈이다.
HMM은 올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조3131억원, 영업손실 20억원을 시현했다.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0.2% 줄었으나 영업손실이 1000억원 이상 개선됐다. 지속적인 원가절감 노력으로 지난해 102.3%였던 매출원가율을 94.3%로 끌어내린 덕분이다. 해운업계 안팎에서는 이대로 라면 목표로 하고 있는 3분기 흑자전환을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다만 당기순손실은 656억원으로 나타났다. 작년(1785억원)보다 손실폭이 줄긴 했으나 플러스(+) 전환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수백억원대 순적자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금융비용(1255억원)이 꼽힌다. 그 중에서도 이자비용(1123억원)의 영향이 컸다. HMM의 이자비용은 작년 1분기 944억원에서 1년 새 19% 가량 늘어났다. 아직 영업활동으로 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1000억원이 넘는 이자를 내고 있다는 의미다.
이자부담이 커진 건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등을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HMM은 지난해에만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를 대상으로 96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2011년 이래 9년째 연간기준 적자인 상태에서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선 외부로부터의 조달이 불가피하다. 올 4월 말에도 초대형 컨테이너선 도입을 앞두고 CB(7200억원)를 발행해 이자비용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HMM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미상환 CB는 11건(3조17억원·영구채 포함), 미상환 BW는 2건(6021억원) 등이다. 이자비용을 줄이려면 중도상환하거나 주식 전환 등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당장의 운영자금이나 시설자금도 넉넉치 않은 상황에서 기발행 채권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하긴 불가능하다. 현재 HMM 주가가 3795원(20일 종가기준)으로 전환가액(5000원~3만4640원)을 크게 밑돌고 있어 채권자들이 전환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사실상 없다.
그나마 HMM은 2012년 발행한 2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지난해 말 전액 상환하며 이자비용을 소폭 줄인 것으로 파악된다. 영구채지만 스텝업(Step up) 조항이 달려있어 매년 금리가 상향조정된다는 점을 고려해 상환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처음 7.05%였던 금리는 지난해 말 기준 9.87%까지 올랐다.
2017년 이후 산업은행 등을 상대로 영구채를 발행하고 있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당장 원금을 상환해야 의무가 없는데다 자본확충으로 부채비율을 낮추는 효과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초기 이자율은 3%지만 발행일 기준 5~6년 후부터는 가산금리가 적용돼 이자비용을 줄이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HMM이 지속적으로 영구채 발행 등을 하고 있으니 이자가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선대 확대를 바탕으로 금융비용을 지불하고도 순이익을 낼 수 있을 정도까지 영업이익을 늘리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HMM은 올해 기단 확대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실적개선을 이루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경영정상화에 성공한다면 추후 상황에 맞게 재무전략을 짜 대응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HMM 관계자는 "하루 빨리 경영정상화를 이뤄 부채와 이자비용 등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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