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분석]2005년 시작된 한화그룹 승계시계, 한화종합화학 IPO 화룡점정?삼형제 지분 양수→한화에너지 자회사 편입→삼성 빅딜…에이치솔루션 키우기 15년 여정
박상희 기자공개 2020-08-28 08:35:27
이 기사는 2020년 08월 26일 17: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그룹이 계열사 한화종합화학 상장을 통해 경영권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화그룹 경영권 승계 '열쇠'는 오너 3세가 주인인 에이치솔루션이 쥐고 있는데, 한화종합화학은 에이치솔루션의 손자회사다. 에이치솔루션의 100% 자회사인 한화에너지가 한화종합화학 지분 39.16%를 보유하고 있다.한화그룹 오너 3세가 에이치솔루션을 경영권 승계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한 작업은 2005년 본격화됐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아들 삼형제가 에이치솔루션의 전신인 한화S&C 지분 100%를 양수한 것이 시작이다. 2007년 한화케미칼(현 한화솔루션)로부터 물적분할된 한화에너지를 100% 자회사로 두면서 기업 규모를 키우기 시작했다. 한화에너지는 2015년 삼성그룹과의 빅딜 당시 한화종합화학 대주주로 등극했다. 2017년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일자 한화S&C는 분할과 합병을 거쳐 에이치솔루션으로 거듭났다.
◇아들 삼형제, 2005년 SI업체 지분 100% 인수…한화케미칼 물적 분할해 넘기기
한화S&C는 한화 정보 부문이 분사해 2001년 설립된 IT서비스 및 솔루션 개발업체다. 1994년 한화그룹 계열사의 전산자원 및 인력을 통합해 정보 부문을 만들었다가 별도 법인으로 분사했다. 2005년 한화S&C 지분을 보유하던 김승연 회장과 ㈜한화는 김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50%)을 비롯해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25%),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25%) 형제에게 지분을 넘겼다.
한화그룹의 이같은 결정은 당시 재계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 대기업집단은 오너 3~4세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대개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기업 규모를 키웠고, 해당 기업 지분을 승계 재원으로 활용했다.
일감 몰아주기가 가장 용이한 분야는 시스템 통합(SI) 등을 맡는 정보통신(IT) 업체였다. SI업체 일감 발주는 안정적으로 발생하는데, 보안 상의 이유로 외부에 용역을 맡기가 쉽지 않다면서 오너일가가 소유한 SI업체로 일감을 몰아준 것이다. 한화그룹의 경우 한화S&C가 타깃이었다.
결국 이같은 관행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적 부의 증식이라는 논란을 일으켰다. 한화그룹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5년 국회에서 한화그룹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불거지자 공정위 사무처 기업집단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 조사는 2015년 1월부터 2017년 9월까지를 대상으로 했는데, 무혐의 결론이 났다.
다만 2005년 오너 3세로 한화S&C의 주주가 바뀐 이후 한화그룹이 계열사를 동원해 한화S&C 기업 규모를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게 한화S&C가 한화에너지를 100% 자회사로 삼은 것이다. 한화에너지는 2007년 한화케미칼(현 한화솔루션)이 집단에너지사업 허가를 취득하고 여수국가산업단지 입주사들에게 스팀을 공급하던 사업부를 물적분할하면서 설립됐다. 구체적으로 여수열병합발전과 군장열병합발전으로 물적분할된 두 기업은 2012년 11월 합병돼 한화에너지로 재탄생한다.
한화S&C는 2008년부터 한화케미칼 물적분할로 설립된 두 회사에 대한 지분을 지속적으로 늘렸다. 2010년에는 군장열병합발전에서 인적분할된 투자사업 부문을 흡수합병했다. 군장열병합발전과 여수열병합발전의 합병으로 한화S&C는 한화에너지를 지배하는 위치에 올라섰다. 한화종합화학을 분할신설해 한화에너지를 만들고, 오너 3세 소유인 한화S&C라는 회사를 통해 큰 힘 들이지 않고 한화에너지를 자회사로 편입한 것이다.
◇한화에너지, 한화종합화학 최대주주 등극...에이치솔루션, 기업가치 얼마나 커졌나
'한화S&C-한화에너지'라는 연결고리에 '한화종합화학'이 추가된 것은 2015년 삼성그룹과의 빅딜을 통해서였다. 삼성그룹 화학 부문의 사업 지주회사였던 삼성종합화학은 한화그룹에 인수되면서 삼성에서 한화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이를 통해 한화종합화학은 한화그룹 오너 3세의 실질적인 자금줄 역할을 하게 됐다. 현재 한화에너지와 한화케미칼이 각각 한화종합화학 지분 39.16%, 36.04%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한화S&C가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나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화S&C는 2017년 10월 에이치솔루션이라는 존속법인을 두고 SI사업부를 물적분할했다. 2018년 5월 SI사업부와 한화탈레스가 합병해 한화시스템이라는 새로운 회사가 만들어졌다. 합병 결과물로,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시스템의 지분 13%를 보유 중이다. 이 거래는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해소하는 한편 지배구조 개편 초석이 됐다. 일감 몰아주기 의혹 중심에 섰던 한화S&C는 분할과 합병을 거쳐 사라졌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그룹 경영 승계 '열쇠'를 쥐고 있는 기업이다. 업계는 한화그룹이 그룹사 역량을 에이치솔루션의 덩치를 키우는데 집중해 ㈜한화와 에이치솔루션이 합병하거나 에이치솔루션을 상장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확보한 뒤 삼형제가 ㈜한화 지분을 늘리는 방안을 경영권 승계 방법으로 거론하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의 상장은 기업가치를 시장에서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이고, 결과적으로 지배구조 상단에 있는 모기업 에이치솔루션의 기업가치를 키울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이 최종적으로 ㈜한화와 에이치솔루션의 합병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한화에너지는 구주매출에 나서지 않고 한화솔루션만 구주매출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합병비율 등을 감안하면 한화종합화학 기업 가치가 에이치솔루션 쪽으로 쏠리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화종합화학을 한화솔루션 최대주주인 ㈜한화 지배구조 아래에서 떼어내 에이치솔루션 산하로 완전 편입하는 구조다.
재계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 아들 삼형제가 2005년 한화S&C 지분을 100% 확보하면서 이 기업 가치 기업 규모를 키우는 일은 경영권 승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면서 "한화종합화학 상장은 2005년 이후 에이치솔루션의 기업 가치가 얼마나 커졌는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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