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人사이드]민기식 푸르덴셜생명 대표, DGB생명서 보인 성과는비용 절감 통한 자본비율 확대 견인 vs 자산 매각 등 일회성 요인
이은솔 기자공개 2020-09-01 07:21:37
이 기사는 2020년 08월 31일 10: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금융이 DGB생명을 이끌고 있던 민기식 사장을 푸르덴셜생명보험 신임 대표이사(사진)로 영입하면서 그가 과거 보여준 '성과'에 관심이 쏠린다. DGB생명에선 영업비용을 절감하고 자본비율을 끌어올리는 가시적 성과를 냈지만 자산 매각과 채권재분류 등 일회성 요인에서 비롯된 변화일뿐이란 평가도 있다.민 대표이사는 1962년생으로 환일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푸르덴셜생명으로 입사해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기획, 마케팅, 상품을 담당했다.
2008년 PCA생명(현 미래에셋생명)에 스카웃 돼 3년간 CMO 업무를 수행하다 2011년 전략기획 전무로 푸르덴셜생명에 돌아왔다. 이후 2015년까지 푸르덴셜의 전략담당 부사장으로 일하다 퇴직했고, 휴식기를 가진 뒤 2019년 2월 DGB생명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민 대표이사 취임 직전 DGB생명은 고전하고 있었다. 2018년에는 순익은커녕 28억원의 적자를 냈다. 당시 지주 내에서 적자를 낸 계열사는 생명이 유일했다.
원인으로 꼽힌 건 부진한 영업력이었다. DGB생명은 2015년부터 지속적으로 수입보험료가 감소하고 있었다. 수입보험료는 보험가입자가 최초로 납부한 초회보험료와 이후 지속해서 납부하는 계속보험료로 구성되는데, 당시 DGB생명은 신계약 성과가 미진해 초회보험료 증가가 계속보험료의 감소를 방어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대구·경북지역에서 지점과 설계사를 늘리고 대형GA와의 제휴를 맺는 등 영업력 확대를 추진했지만 신계약 증가 효과는 크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투입된 민 대표이사는 DGB생명의 체질개선을 추진했다. 영업조직을 축소하고 재무건전성을 높여 보다 효율적인 수익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는 취임 3개월만에 영업 지점을 통폐합했다. 전국에 흩어져있던 38개의 보험설계사 영업점을 없애고 서울, 대구, 부산, 경남, 호남 거점지역에 5개 지점만 남겨뒀다. 설계사도 절반 이상 감축했다. 2018년말 701명이었던 DGB생명의 전속설계사는 2019년말 288명으로 집계됐다. 점포운영비는 2018년말 26억원에서 2019년말 13억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교육비, 비례수당, 판촉비도 모두 절반 내외로 감축했다.
재무전략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민 대표이사는 2018년 적자를 기록했던 DGB생명을 2019년 다시 흑자전환시키고 자본비율도 개선했다. 그는 상품과 마케팅 분야에서 임원을 거쳤지만 영업과 계리에 대한 이해도 역시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푸르덴셜 재직 당시 자산운용팀장을 맡았던만큼 재무와 투자전략에도 밝은 것으로 알려졌다.
DGB생명은 보험사의 자산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기준(RBC)비율이 늘 업계 평균을 밑돌았다. 2018년말 기준 RBC비율은 168%로 업계 하위권일뿐더러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인 150%에도 근접했다.
올해 2분기말 기준 DGB생명은 RBC비율을 325%까지 끌어올렸다. 보유하고 있던 4조원의 만기보유증권 전액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하면서다. 이는 보험부채의 듀레이션에 맞게 보유자산 듀레이션을 늘리는 부채자산관리(ALM)가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RBC비율이 안정권으로 올라왔다는 건 DGB생명이 자본적정성 우려없이 자산운용과 보험 포트폴리오 구성을 보다 자유롭게 추진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RBC비율이 200%를 하회했던 DGB생명은 변액보험이나 대체투자 등 위험가중자산(RWA) 반영비율이 높은 사업들은 자유롭게 추진하기 어려웠다.
자본조달비용을 덜게 된 것도 성과다. DGB생명은 그동안 RBC비율 하락을 막기 위해 꾸준히 외부에서 자본을 조달해왔다. DGB생명은 2017년과 2018년 연이어 후순위채를 발행했는데, 2018년 5월 발행한 500억원의 10년물 후순위채의 경우 금리가 5%에 달했다.
DGB생명의 연간 자산운용수익률이 3% 내외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본조달시 역마진이 발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RBC비율이 당국 권고치를 크게 상회하면서 당분간 DGB생명은 자본확충의 필요성이 줄어들었다.
다만 순익과 자산건전성 개선이 일회성 요인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자산재분류는 한 번 실행하면 3년 간 원상복구가 불가능하다. 회사에 내재된 자본의 질이 실제로 상승했다기보다는 회계제도를 활용한 장부상 변동이다. 신용평가사들은 보험사가 채권 재분류를 통해 RBC비율을 큰 폭으로 끌어올린 경우 인위적 조정이라는 점을 등급평정에서 반영한다.
끌어올린 당기순이익에도 인력 감축과 자산 매각 등 일회성 요인이 반영됐다. DGB생명은 본사 부산사옥을 하나투자신탁에 300억원에 매각하고 올해 1분기 매각익을 55억원 반영했다. 2분기에는 채권매각을 통해 얻은 이익도 104억원에 달한다. DGB생명이 올해 상반기 거둔 당기순이익은 225억원으로 자산 매각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민 대표이사가 빠르게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경영전략을 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민 대표이사는 푸르덴셜생명에서 인수후통합(PMI) 작업을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푸르덴셜생명 신임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 과거 푸르덴셜생명에서 고위직을 지낸 인물들을 중심으로 후보군을 물색했다.
푸르덴셜생명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히는 건 능률이 높고 로얄티가 강한 엘리트 설계사 조직이다. 윤 회장은 내부 출신으로 설계사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내부의 반발 우려도 낮은 민 대표이사가 PMI와 조직 안정에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푸르덴셜 설계사들이 초기에는 KB금융 인수에 반발했지만 내심으로는 안정적이고 신뢰도가 높은 은행 계열 지주사에 편입되는 게 마이너스는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다만 대주주 변경에 따른 급격한 인사이동이나 조직문화 변화를 우려하고 있을텐데 푸르덴셜 출신이 사장으로 오면서 이런 우려도 일부 종식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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