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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업 리스크 점검]지주·외국·중소형계 양극화, 오너십에 갈렸다②지배구조가 성장에 직접적 영향, 뒷배 약해 힘겨운 은행 '과반수'

이장준 기자공개 2020-09-08 07:33:20

[편집자주]

'저축은행 사태' 이후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촘촘한 규제 속에서도 상당수 저축은행들이 고속 성장을 이루며 체질을 개선한 양상이다. 문제는 양극화다. 일부 대형사는 지방은행을 넘어설 만큼 수익성이 나아졌지만 지방 중소형사는 경쟁력을 잃었다. 일부에선 당국의 규제 완화를 통한 재편 필요성이 제기된다. 생사기로에 다시 서게 된 저축은행들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9월 01일 16: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축은행 업계는 오너십을 기준으로 크게 셋으로 나눌 수 있다. 외국·대부계열, 금융지주·그룹계열, 개인·중소기업계열 등이다. 지배구조는 성장 정책에도 영향을 미쳤다. 오늘날 저축은행의 양극화가 심화한 근본 배경도 여기에 있다는 평가다.

외국·대부계 저축은행은 탄탄한 자본을 바탕으로 고금리 신용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려왔다. 현재 톱티어로 자리 잡은 하우스들이 주로 여기 해당한다. 금융지주나 그룹계 저축은행은 브랜드에 힘입어 나름 입지를 다졌다. 반면 개인·중기계 저축은행은 자본 확충에 제약이 있고 지역 중심의 소규모 영업을 하다 보니 성장에 한계를 맞았다.

결국 어떤 오너십 구조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저축은행이 현재 처한 상황도 크게 갈린 셈이다.

◇외국·대부계, 공격적 마케팅 통한 시장 선점…규모의 경제 달성

외국계와 대부계 저축은행들은 전통적으로 외형을 키우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영위해왔다. 자본력이 뒷받침됐기에 공격적인 마케팅이 가능했다. 때문에 과거 고금리 신용대출을 많이 취급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내놓은 '저축은행 가계신용대출 금리 동향 및 향후 계획'에 따르면 OK저축은행의 고금리대출 잔액이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SBI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 등이 뒤를 이었다.

당시 OK·웰컴저축은행의 경우 가계신용대출 잔액 평균금리가 22%를 웃돌았다. 고금리 차주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전체의 86%를 넘었다. 다만 두 저축은행에 유독 고금리 차주가 많은 데는 사연이 있다.

앞서 2014년 아프로서비스그룹(OK금융그룹)과 웰컴금융그룹은 저축은행을 인수할 때 2024년까지 점진적으로 대부업을 청산하기로 약속했다. 2014년 저축은행 건전경영 및 이해상충 방지계획을 제출한 뒤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신용등급이 낮은 대부업 차주들이 저축은행으로 넘어오면서 고금리 대출이 늘어났다.

이 밖에 일본계인 JT친애·JT저축은행을 비롯해 호주 페퍼그룹 산하 페퍼저축은행 등도 대출 잔액 자체가 많아 업계에서 고금리 대출 잔액이 많은 편에 속한다.

*출처=금감원 '저축은행 가계신용대출 금리 동향 및 향후 계획' 보도자료

고금리 신용대출이 많은 하우스는 대체로 리테일이 전체 대출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큰 편이다. 이는 자연스레 '고비용-고수익' 구조로 이어졌다. 기업대출과 달리 리테일은 광고를 통해 고객을 유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케팅 지출을 늘리면서 신용대출에 대한 경쟁력을 키웠다.

영업구역 규제도 어느 정도 피해갈 수 있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외국·대부계 저축은행들은 저축은행 사태 이후 부실기업을 인수하면서 광역화된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지역 영업 규제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저축은행의 영업구역 내 의무대출 비율은 수도권과 지방이 각각 50%, 40%다. 당국은 저축은행이 지역 밀착형 서민금융기관으로 출범한 만큼 대출이나 보증 등 신용공여가 해당 영업구역 내에서 일정 수준 이상이 되도록 제한했다.

다만 외국·대부계 저축은행은 부실 저축은행 여럿을 인수하면서 영업권역이 넓어졌다. 가령 OK저축은행은 예주·예나래저축은행을 인수하며 서울·호남·충청을 영업구역으로 두고 있다.

덩치가 커지다 보니 최근 몇 년 새 과거엔 많이 취급하지 않았던 중금리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금리대출은 건당 수익성은 떨어지지만 일반 신용대출보다 부실 리스크가 적다. 취급 규모가 커질수록 안정적인 수익성을 보장한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업계를 선도하는 저축은행들이 많다. 업계 1위로 일본계 SBI저축은행의 총자산은 올 들어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했다. 상반기 1336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1년 전 1089억원보다 22.7% 증가한 수준이다.

대부계열 OK·웰컴저축은행도 몸집을 불리며 견조한 실적을 내고 있다. 두 회사의 총자산은 6월 말 기준 각각 7조6100억원, 3조5254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순이익은 각각 964억원, 598억원을 올렸다.


◇금융지주·그룹계, 높은 브랜드 가치 바탕 신뢰도 확보

금융지주나 그룹 계열 저축은행은 고금리 신용대출과는 거리가 멀다. 규모는 작지만 중금리대출 위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왔다. 정부의 서민금융 장려 등 정책을 충실히 이행하려는 금융지주사의 방향과 맞닿아있다.

중금리대출은 고금리대출과 달리 감독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규제'에서 제외된다. 총량규제는 가계대출 증가율이 전년 대비 일정 수준 이상 늘어나지 못 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명문화된 사안은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불문율로 여겨진다. 중금리대출은 여기 포함되지 않아 가계대출을 늘릴 수 있는 여력이 더 크다.

연계 영업에도 활발하다. 신한저축은행의 경우 2018년부터 그룹 차원에서 활성화한 중금리 플랫폼 '스마트대출마당'을 활용했다. 아울러 은행에서 대출 승인이 부결된 고객을 소개받는 '허그론'을 선보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그룹에 속한 저축은행들은 지주 후광을 받아 브랜드 가치가 높기에 고객의 신뢰도가 큰 편"이라며 "같은 비용을 들여 마케팅을 해도 효과가 더 좋다"고 말했다.

◇개인·중소계, 지방에 주로 분포…경쟁력 미약

문제는 외국·대부계열이나 금융지주·그룹에 속하지 않은 나머지 케이스다. 개인이나 중소기업이 주인인 저축은행들로, 총 79개 저축은행 가운데 50여개 하우스가 여기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자본 확충에 제약이 많아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 주로 지방에 위치한 데다 단일 영업구역인 경우도 많아 영업구역 내 의무대출 비율 등 규제에 따른 압박도 더 크다.

규모가 크지 않아 기업대출 1~2건에서 부실이 발생해도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가 두자릿수로 치솟기도 한다. 지역 경기 악화에 따른 타격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규모가 커져야 수익성을 보전하는 중금리대출도 취급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하면 중소형사가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오너가 지배하는 경우 승계 관련 이슈가 발생할 수도 있다. 저축은행 오너가 2세에 물려주려면 세법상 기본 상속세 50%에 경영권 할증과세까지 최대 65%까지 상속세를 부담해야 한다. 오너 2세가 상속세 부담 등을 이유로 경영권 이양을 포기해 올 상반기 시장에 매물로 나온 저축은행도 있었다.

그렇다고 매각을 하기도 쉽지 않다. 저축은행 간 인수·합병(M&A)이 금지된 만큼 원매자가 한정적인 데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타이트해 시장 진입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방의 중소기업이나 오너가 지배하는 저축은행들은 오랜 기간 사업을 해왔지만 시장 지배력은 확실히 떨어졌다"며 "M&A 규제나 상속 관련 법률을 완화해 경쟁력이 떨어진 저축은행의 활로를 찾아야 할 때"라고 전했다.

*자료=저축은행중앙회. 2020년 8월 말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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