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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업 리스크 점검]M&A 시장 '꿈틀', 당국에 꽉 막힌 재편 행보⑥약속한 인수 제한 등 규제체계 합리화 '무소식'…속타는 업계

이장준 기자공개 2020-09-10 07:41:40

[편집자주]

'저축은행 사태' 이후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촘촘한 규제 속에서도 상당수 저축은행들이 고속 성장을 이루며 체질을 개선한 양상이다. 문제는 양극화다. 일부 대형사는 지방은행을 넘어설 만큼 수익성이 나아졌지만 지방 중소형사는 경쟁력을 잃었다. 당국 규제 완화를 통한 재편 필요성이 제기된다. 생사기로에 다시 서게 된 저축은행들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9월 08일 14: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몇 년 새 저축은행 인수·합병(M&A)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저축은행들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어 M&A를 통한 해법 모색이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해 저축은행 간 M&A 등 규제 체계를 대폭 손보겠다고 올 들어 밝혔다. 하지만 기대했던 소식은 아직도 전해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란 질병사태 영향도 있지만 당국이 이를 뒷전으로 미룬 탓도 크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업계 숙원 M&A, 규제 합리화는 제자리걸음만

저축은행 업권에서는 영업구역 의무대출과 더불어 M&A 규제 완화가 숙원사업으로 꼽힌다. 과거 당국이 저축은행 간 M&A를 풀어줬다가 오히려 독이 된 경험이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파를 미치고 있다.

사연은 2005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외환위기 직후 10개 저축은행이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됐다. 당국은 이들 저축은행이 예금보험기금 투입 없이 경영 정상화가 되도록 감독규정을 개정했다.

부실 저축은행의 경영을 정상화하거나 1년 이내 합병하는 때에만 금감원장의 승인을 받아 M&A가 가능하도록 했다.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7% 이상인 저축은행에 한해 다른 저축은행 주식 취득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부산·솔로몬 등 '계열 저축은행'이 탄생했다.

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중소형사가 어려워지자 당국은 자율 M&A 인센티브를 도입하기도 했다.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하면 영업구역 외 지역에 지점을 설치할 수 있었다. 그러나 대형화된 저축은행들은 건전성은 외면하고 외형 확장에 치중한 정책을 펴다 저축은행 사태가 일어났다.

사실 M&A 자체가 문제는 아니었다. 당시 저축은행들의 대주주 관련 불법대출 등 불건전한 영업행태에서 부실이 기인했다. 하지만 이후 M&A 관련 규제는 팍팍해졌다. 2015년 금융위원회는 저축은행이 다른 영업구역에 있는 저축은행과의 합병 인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2017년에는 상호저축은행 대주주 변경·합병 등 인가기준을 발표했다. 동일 대주주가 3개 이상 저축은행을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행위는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사모펀드나 SPC(특수목적회사)가 대주주인 경우 책임경영을 위해 존속기간과 실질적 대주주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하게 됐다. 가령 사모펀드가 저축은행을 인수하려면 향후 10년간 경영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출처=금융위원회 '2020년 금융산업 혁신정책 추진계획'(2020.03.02)

하지만 올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금융위는 3월 상반기 중으로 저축은행 규제체계를 합리화하겠다고 밝혔다. 대형 저축은행은 규모에 부합하는 질적 성장을 유도하고, 지방 중소형사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구상이었다.

특히 지역금융의 위축을 방지하기 위한 보완책으로 저축은행 간 M&A 규제를 합리화하겠다고 했다. 당국은 영업구역이 다른 저축은행 간 합병 제한, 동일 대주주의 3개 이상 저축은행 소유 금지 등을 명시했다.

정작 약속한 상반기가 두 달여 지난 현재도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저축은행을 담당하는 금융위 중소금융과장 인사 발령이 났고, 코로나19로 인해 다른 과제가 산적해 우선순위가 뒤로 밀린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규제 완화가 기약 없이 연기되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당국도 저축은행의 양극화라는 현실을 인지해 M&A 규제를 풀어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여전히 저축은행을 신뢰하지 못하고 대형화를 걱정하는 듯 보인다"고 전했다.

◇일부 지방사 수익성 악화에 수년째 매각설만 지속

지방 저축은행의 경우 원매자가 있으면 매각에 나설 의향을 가진 곳이 상당수다. 많은 저축은행들이 영업 구역 의무대출 비율, 대출 총량규제 등에 부닥쳐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1세대 오너들이 상속증여세에 막혀 경영 승계 이슈에 부딪힌 점도 한몫을 하고 있다.

중소형사는 주관사를 끼지 않고 프라이빗하게 수의계약 방식으로 딜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떠도는 매각설만 무성한 이유다. 현재 매각 절차를 밟고 있거나 매각을 추진 중이라고 업계에 거론되는 저축은행은 많게는 8개사 정도다. 전체 저축은행(79개)의 10분의 1 수준이다.


영업구역별로 나누면 서울(민국·스카이), 인천/경기(JT), 대구/경북/강원(머스트삼일·대원·유니온·참), 부산/경남(DH) 등 다양하다. 모회사 사정에 따라 매물로 나온 JT저축은행(총자산 1조5345억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중소형사다. 총자산 5000억원을 넘는 경우가 드물다.

규모가 최근 사이 더 줄어든 경우도 많다. 민국저축은행의 총자산은 6월 말 기준 3494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100억원 가량 감소했다. 유니온저축은행과 참저축은행의 총자산은 2793억원, 6047억원을 기록했다. 1년 새 4%, 6.7%씩 줄어든 수준이다.

이들은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약화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민국저축은행과 스카이저축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각각 21억원을 기록했다. 1년 새 30% 가량 줄었다. 유니온저축은행과 참저축은행도 같은 기간 각각 41%, 35.9%씩 순이익이 줄었다. DH저축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10억원으로 1년 전 23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규모가 작다 보니 건전성 지표도 변동 폭이 크다. 대원저축은행은 1년 전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이 53.89%에 달했다. 전체 대출금 37억원 중 기업여신(19억원)에서 연체가 발생한 탓이다. 올 6월 말 기준으로는 NPL비율이 3.69%로 안정화됐다. 그만큼 지방 중소형사의 경영 안정성이 취약하다는 걸 보여준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수도권 저축은행들이 저축은행들을 부실화되기 전 인수할 수 있도록 열어줄 필요가 있다"며 "성장을 꾀하는 대형사와 경영난에 처한 중소형사를 종합적으로 도와주려면 M&A 규제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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