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ETF, 자의적 월물교체·편입월물변경 가능해진다 [Policy Radar]'원유 ETF'에 데인 S&P DJI, 약관변경…삼성·미래에셋운용, 법정공방 리스크 축소
허인혜 기자공개 2020-09-07 08:02:13
이 기사는 2020년 09월 04일 15: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이 운용하는 국내 선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월물 교체 시기와 편입 월물이 지수 산출기관의 결정에 따라 변동될 수 있도록 약관이 개정됐다.국제 지수산출기관 스탠다드앤드푸어스 다우존스 인다이스(S&P DJI)가 기초지수의 월물 교체 시기를 유동적으로 바꾸도록 약정을 변경하면서다. 선물 ETF의 선두주자 격인 삼성·미래에셋자산운용은 '원유ETF' 선례와 유사한 법정공방 리스크에서도 벗어났다.
◇S&P DJI, 월물변경 시기·편입월물 교체 가능성 고지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자산운용이 S&P DJI 기초기수를 활용하는 모든 선물 ETF의 약관을 변경하고 이달 초 공시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약관 내 집합투자기구 투자전략과 투자방침, 수익구조 항목에 새로운 내용을 추가했다. '지수사업자의 결정에 따라 기초지수의 월물 교체 시기 및(또는) 편입 월물이 변경될 경우'에도 기초지수를 따른다고 명시했다. 또 '지수사업자(S&P DJI)의 결정에 따라 월물 교체 시기 및(또는) 편입 월물이 일부 변경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약관이 변경된 펀드는 '삼성KODEXWTI원유선물인버스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원유-파생형]' 등 S&P의 선물 기초지수를 추종하는 모든 ETF 상품이다. 금 선물, 은 선물, 3대 농산물 선물, 콩 선물, 구리 선물이 포함됐다.
삼성운용은 기초지수 산출 기관인 S&P의 약관이 변경된 여파라고 설명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삼성자산운용의 주체적인 약관 변경이 아니라 S&P의 약정 변화에 따랐다"고 했다. 삼성자산운용의 선물 ETF 상품들은 '차기 월물'로 교체한다는 약관을 포함하고 있어 비교적 영향이 크다.
S&P DJI가 월물 변경과 관련해 약관을 개정한 원인으로 상반기 급등락한 국제 유가가 꼽힌다. 코로나19로 석유 소비산업인 항공업이 중단된 데다 주요 산유국 OPEC 국가간 의견차로 유가 선물 가격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S&P DJI는 당시 최근월물이던 6월물을 지수에 넣지 않고 차근월물인 7월물을 배치해 시장 충격을 줄이는 지수 특별변경을 단행했다. 국제 경제가 요동치며 최근월물만 고집해서는 기초지수가 지나치게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S&P DJI가 커머더티(commodity)류 상품 전반에 담긴 약관에 경고문구를 추가했다"며 "올초 일어난 유가 급변동 사항을 보고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미래에셋운용의 선물 ETF 상품들도 S&P DJI 지수를 활용해 같은 영향을 받는다고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답했다. 미래에셋운용은 금은, 농산물, 금속, 골드, 원유 등의 선물 ETF를 운용 중이다. KB자산운용이 출시한 국내 최초의 팔라듐 선물 투자 상품 'KBSTAR팔라듐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과 'KBSTAR팔라듐선물인버스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도 S&P DJI의 기초지수를 활용한다.
◇국내 운용사, 제2의 원유ETF 소송전 '짐' 덜었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제2의 원유ETF 소송전에 대한 짐을 덜게 됐다. 지수산출기관에 한했지만 보다 유동적으로 월물 교체 시기와 편입 월물을 변경할 수 있게 되면서다. 또 지수산출기관의 자의적 판단이 가능하도록 열어두면서 무조건 최근월물을 편입해 지나친 롤오버코스트를 지출하는 악순환도 방지하게 됐다.
삼성자산운용은 4월 원유 ETF 'KODEX WTI원유선물 ETF'의 6월분 WTI 선물 비중을 79.2%에서 32.9%로 줄이는 한편 7~9월물 WTI선물을 편입했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에게 근월물을 7~9월물로 확대한다는 고지를 사전에 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
삼성운용은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6월물 WTI의 가격이 폭락하며 ETF가 청산 위기에 놓여 피하기 어려운 선택이었다고 했다. 마이너스(-) 수익률에 대비한 선제적인 대응이었지만 투자자들의 입장과 달라 홍역을 치렀다. 투자자들은 근월물 투자 전략 자체가 바뀌었다며 법정공방까지 예고했다.
세계 최대 원유선물 ETF인 USO(United States Oil Fund)도 같은 이유로 피소 위기다. USO는 최근 전자공시시스템인 에드가(EDGAR)를 통해 우리나라의 의견서제출 요구와 같은 '웰스 노티스(Wells notice)'를 수령했다고 밝혔다.
삼성자산운용 사례와 마찬가지로 월물 교체 고지가 명확했는지가 논점이다. 앞으로 S&P 차원에서 월물 교체 시기를 위험도가 낮은 방향으로 변경해 준다면 같은 소송전이 불거질 가능성은 적다.
코로나19로 인한 원유가 급등락처럼 장세를 판가름하기 어려울 때는 자동 월물 교체보다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래에셋운용은 유동적인 월물 교체 시기·편입자산 변경이 수익률 하락을 방어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선례를 남겼다.
미래에셋TIGER는 기본적으로 최근월물과 차근월물 교체 방식을 쓰되 가격차이가 0.5%를 넘어가면 12월물로 대체한다는 항목으로 타격을 줄였다. 또 인버스형 포트폴리오 수정을 사전에 공지하고 변경해 급변하는 장세에도 수익률을 챙겼다.
4월 원유 ETF 논란이 불거지면서 약관을 더 유동적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운용은 TIGER 원유 ETF의 약관에 '일시적으로 편입 자산의 일부 혹은 전부를 차근월물이 아닌 원월물로 보유할 수 있다'는 설명을 추가했다. 단서 조항도 붙었다. '시장 변동성이 극도로 높아지는 등의 특수한 상황으로 인하여 이 투자신탁에 지대한 손실이 야기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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