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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운용 원유ETF '월물 변경', 투자자와 갈등고조 삼성운용 "원유선물 투자원칙 고수…상장폐지 막으려 선제적 대응"

허인혜 기자공개 2020-04-29 08:49:19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8일 16: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자산운용의 원유선물 상장지수펀드(ETF)가 편입 종목(기초자산) 변경을 두고 투자자와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삼성자산운용이 원유 월물을 변경했으나 결과적으로 손실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운용의 'KODEX WTI원유선물 ETF'의 편입 자산이 6월물에서 6~9월물로 분산되면서 투자자와 자산운용사 사이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핵심은 편입종목 변경에 대한 자율성 범위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다.

삼성운용은 22일 새벽 3시께 KODEX WTI원유선물 ETF가 보유하고 있던 6월분 WTI 선물 비중을 79.2%에서 32.9%로 낮췄다. 여기에는 7~9월물 WTI선물을 채워 비중을 조절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 중이던 6월분 WTI의 가격이 배럴당 10달러 이하를 바라보는 등 급락하면서 ETF 순자산 가치가 0에 수렴할 위기였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직후 6월물의 가격이 올랐고 6월물의 비중을 낮췄던 KODEX WTI원유선물 ETF는 가격 상승을 크게 반영하지 못했다.

삼성운용은 기초지수 추종 전략을 따르며 동일한 원유선물의 월물만 변경하는 편입 종목 교체는 운용사의 자율적인 판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투자 전략은 바뀌지 않았고 투자자산인 월물의 비중만 조정했다는 것이다. 반면 투자자들은 근월물 투자로 사실상 편입 종목이 변경, 기초지수와의 차이가 벌어졌고 결국 기초자산이 바뀐 결과라고 보고 있다.

약관에 따르면, 삼성운용 KODEX WTI원유선물 ETF는 기초지수인 'S&P GSCI Crude Oil Index Excess Return'을 추종하며 움직인다. 이때 해당 상품이 '원유 선물에 투자한다'는 대원칙 아래에서 운용된다고 해석한다면 편입 종목 변경은 자산운용사의 자율이다. '원유 선물, 그 중에서도 근월물을 매수해 투자한다'는 관점으로 본다면 편입 종목에서 근월물의 비중을 낮춰서는 안됐다.

삼성운용은 투자설명서와 규정상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KODEX WTI원유선물 ETF가 상장폐지 직전에 진입해 위험을 분산시키는 긴급조치를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삼성운용 ETF 관계자는 "6월물의 가격이 배럴당 6달러까지 하락한 뒤 한 차례 반등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6월물의 비중을 조절했다"고 답했다. 21일(현지시간) NYMEX에서는 장중 한 때 WTI 6월물이 6.50달러에 거래되기도 했다. 반등 시그널에도 자산 비중을 조율한 이유를 묻자 "반등 뒤에는 앞선 하락세보다 더 낙폭이 큰 하락이 찾아올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또 유가 흐름이 선제적으로 ETF에 반영돼 있는 상황으로 급등세가 100% ETF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으리라고 시장 관계자들은 말했다. 원유가격의 등락이 워낙 거세다보니 하루 걸러 하루 꼴로 삼성운용의 판단이 적중하기도, 그렇지 않기도 했다. 28일 원유가격이 또 다시 급락하면서 원유 ETF에도 충격파가 예고됐지만 6월물 비중을 낮춘 KODEX WTI원유선물 ETF의 여파는 상대적으로 적어졌다.


일각에서는 근월물의 비중을 낮추며 전략 자체가 아예 달라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KODEX WTI원유선물 ETF가 6월물 대신 7~9월물을 택하며 기초지수와의 추적오차가 과도하게 벌어졌다는 지적이다.

기초지수 추종을 기대한 투자자들에게는 편입 종목 교체로 기초자산 자체가 달라진 결과를 초래했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투자설명서에는 'S&P GSCI Crude Oil Index Excess Return은 WTI원유 선물의 만기 도래 시마다 차기 월물로 종목교체가 발생하게 되며, 이때 선물교체에 따른 손익(Rollover Effect)을 포함한 지수'라는 표현으로 '차기 월물'을 명시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원유가격이 마이너스로 가면 투자자도 '깡통 투자'를 한 셈이 되지만 해외에서는 운용사에 책임을 물린다"며 "6월물이 0원이 되면 원금이 사라지며 끝나는 것이지만 6월물이 마이너스 구간으로 진입하면 그만큼이 운용사에 부담된다. 자산운용사의 손실을 막으려고 단행한 조치로 해석된다"고 했다.

다만 삼성운용 ETF 관계자는 "원유 ETF는 증거금을 넣고 선물을 사는 방식인데 유가가 일정 선 이하로 떨어져 증거금이 소진되면 자동 매도가 된다"며 "1000만원을 넣고 1억원어치 선물을 투자할 수 있다면 선물 가치가 9000만원 떨어진 상황과 마찬가지"라고 해명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운용만 6월물의 비중을 조정한 게 아니라 해외 원유선물 ETF들도 근월물의 비중을 낮추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운용에 쏠린 비난은 과한 감이 있다"며 "국내에서 원유 ETF 상품이 2종에 불과하고 통상적으로 근월물을 구매해오던 상품은 삼성운용 한 종으로 관심이 집중된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삼성자산운용의 홍콩법인이 6월물을 시장에 던지면서 가격 폭락을 부추겼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국의 매체 블룸버그는 22일(현지시간) 'How ETFs, New Whales of the Oil Market, Are Roiling Prices' 기사에서 미국 최대 원유 ETF인 'United States Oil Fund'와 Samsung S&P GSCI Crude Oil ER Futures ETF가 6월물 11만건을 팔며 6월물 가격 하락에 일조했다고 봤다. 하지만 전체 물량 대비 삼성운용 홍콩법인의 거래 물량 비중이 크지 않았다. 삼성운용 홍콩법인의 당일 6월물 거래 물량은 2만건이다. 21일 6월물 WTI거래 물량은 200만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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