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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회사채 미매각, SPV 구원투수 역할 [Deal Story]수요예측 참여금액 50억…재무개선 작업에도 투심잡기 역부족

이지혜 기자공개 2020-09-15 09:09:31

이 기사는 2020년 09월 11일 11:5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이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을 기록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수요예측에서 무난히 수요를 확보했던 ㈜두산이지만 코로나19 타격을 비껴가지 못했다. 4월 이후 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된 투자심리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두산의 이번 공모채는 단순히 미매각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4월 이후 BBB0 공모채가 처음 시장에 등장한 것이자 두산그룹 계열사가 처음 발행한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가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점을 시장이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저신용등급 회사채가 시장에 등장하는 데 힘이 될 수 있다는 희망섞인 관측도 나온다.

◇500억 모집에 50억 주문 확보

㈜두산이 공모채를 발행하기 위해 10일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모집금액은 2년물 500억원이다. 투자심리는 싸늘했다. 50억원의 주문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금리는 5.4% 정도에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은 공모희망금리밴드로 4.9~5.4%를 제시했다. 이는 등급민평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민간채권평가회사 4사(한국자산평가㈜, 키스채권평가㈜, 나이스피앤아이㈜, ㈜에프앤자산평가)에 따르면 7일 기준 2년물 BBB0 회사채 등급민평 수익률 산술평균은 5.47%다.

두산중공업의 신용위험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던 ㈜두산이다. 그러나 투자심리를 완전히 사로잡기는 역부족이었다. 두산중공업은 4일 이사회를 열고 1조3000억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클럽모우CC를 매각한 데 이어 추가적 자본확충 계획을 밝힌 것이다.

박정원 회장 등 그룹 대주주 일가는 두산퓨얼셀 지분 23%도 두산중공업에 증여하기로 했다. 5744억원 규모다.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런 작업이 끝나고나면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가 의미있는 수준으로 개선될 것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BBB급 등 저신용등급 회사채를 향한 시장 분위기를 이겨내기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공모채 시장은 최근 A- 이하 회사채를 대상으로 미매각 사태가 줄을 잇고 있다. 대우건설은 물론 한진, AJ네트웍스, 이지스자산운용,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등이 7월 이후 미배정을 겪은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개중에는 단 한 건의 주문을 받지 못한 발행사도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의 경우, 추가 청약에서 모집을 완료했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의 유상증자가 발표된 이후로 투자자들의 분위기가 우호적으로 바뀌었다”며 “그럼에도 BBB0 등 저신용등급 회사채를 향한 투자 가이드라인이 한층 엄격해지는 등 투자심리가 완전히 풀리지 않아 미매각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PV 도움 ‘톡톡’…BBB 회사채 용기 얻나

㈜두산이 이번에 공모채를 발행할 수 있었던 데는 기업유동성지원기구의 도움이 뒷받침된 덕분이다. 기업유동성지원기구는 회사채 시장의 회복을 위해 7월 중순 출범한 기구다. BBB급 등 저신용등급 회사채의 경우 인수단에 참여해 미매각분을 우선 인수해주는 방향으로 지원한다.

㈜두산 공모채 인수단에는 기업유동성지원기구를 대리해 KDB산업은행이 이름을 올렸다. KDB산업은행의 존재감은 강력하다. 전체 발행물량 500억원 가운데 KDB산업은행이 350억원을 인수하고 나머지는 KB증권이 100억원, 유진투자증권이 50억원 인수하기로 했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입장에서 각자 본인들이 맡은 150억원만 세일즈하면 되니 부담이 크게 줄었다”며 “실제 주관사가 책임져야 하는 미매각분은 100억원뿐이니 부담이 큰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향후 두산그룹이나 BBB급 발행사들이 공모채 시장에 나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시선마저 나온다. 2분기 이후 공모채를 발행한 BBB0는 ㈜두산이 처음이다. 같은 기간 두산그룹에서 시장성 조달에 나선 것도 ㈜두산뿐이다. 공모채 시장의 단골로 꼽히는 두산인프라코어는 공모채 시장의 투심 위축으로 2월 이후 사모채만 거듭 발행하고 있다.

기업유동성지원기구가 기존 회사채 차환지원 프로그램보다 지원범위를 한층 넓힌 만큼 BBB급 발행사를 대상으로 증권사들이 영업에 한층 힘을 실을 수도 있다.

한편 이번 공모채는 18일 발행된다. 조달된 자금은 신한은행에서 빌린 대출을 갚는 데 쓰인다. 대출 만기는 21일 돌아오며 규모는 59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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