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아시아나항공 M&A]빅딜 경험 없던 HDC현산, 넘지 못한 '코로나19'통제 불가 전염병에 항공업 직격탄 직접 원인, 경험 부족에 따른 대응 미비

이명관 기자공개 2020-09-14 08:33:56

이 기사는 2020년 09월 11일 17: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끝내 무산됐다. 작년 12월 주식매매계약(SPA) 체결까지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이후 갑작스런 대외변수인 '코로나19'의 등장으로 상황이 급변했다. 항공업계는 직격탄을 맞았고, 경영사정이 악화했다. 현대산업개발은 통제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듯 재실사를 요구하며 시간벌기에 나섰다. 결국 매도자 측은 현대산업개발이 인수 의지가 없다고 보고 협상 종결을 공식화했다.

아시아나항공 M&A 무산은 자연재해나 다름없는 '코로나19'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데 이견이 없을 듯하다. 실제 코로나19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황의 크게 악화했다. 국제보건기구(WHO)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할 정도로 코로나19가 전세계를 강타한 1분기 아시아나항공은 유례없는 적자를 냈다. 영업손실은 2920억원, 순손실은 6832억원에 달했다. 부채비율도 전년말 1795%에서 상반기말 2300%로 뛰었다.

현대산업개발이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달라진 아시아나항공 사정을 문제로 거론하며 진술과 보증(R&W) 위반 사유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던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이후 지속해서 재실사를 요청하며 KDB산업은행과 금호산업과 서신을 통해 입장을 주고 받았다. 한동안 소득없는 소모전이 이어졌다. 그러다 KBD산업은행이 현대산업개발에 파격 제안을 하면서 전기를 마련하는 듯 했다.

하지만 현대산업개발은 이미 인수의사가 사라진 듯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수장인 정몽규 회장이 결단을 내리지 못한 까닭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항공업의 반등 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저점인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제자리만 찾는다면 기대할 수 있는 업사이드가 상당하다는게 공통된 시각이었다. 다만 팬데믹 사태가 지속되며 닫혀버린 하늘길이 다시 열리고 여행심리가 살아나는 데 최소 2~3년이 걸릴 거란 전망이 주를 이뤘고, 정 회장은 인수 포기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코로나19가 악재가 되면서 아시아나항공 빅딜이 성사되지 못한 측면이 있지만, 시장에선 현대산업개발의 경험 부족도 M&A 무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은 대형 M&A 경험이 없는 곳"이라며 "규모가 워낙 크고 업황 특성상 변수가 많았는데, 안될 경우를 대비한 시나리오도 짰어야 했는데 그런게 없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현대산업개발은 그동안 빅딜보다는 경영난으로 인해 기업가치가 떨어진 알짜 매물을 주로 M&A 대상으로 검토해왔다. 가격도 대부분 1000억원을 밑돌았다. 가장 최근에 인수한 대형 골프리조트인 오크밸리도 한솔개발이 수년째 적자를 면치 못하다가 나온 매물이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한솔개발의 오크밸리를 580억원에 인수했다. 정상기업 딜로는 부동산114가 있는데 마찬가지로 500억원대였다.

물론 현대산업개발의 부족한 경험을 채워줄 우군이 없던 것은 아니다. 빅딜에 강한 면모를 보여온 미래에셋그룹이 뒤에 있었다. 빅딜 경험이 많은 데다가 승자의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기대치가 있었다.

하지만 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는 불협화음을 냈다. 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를 준비하면서부터 주도권 싸움을 벌여온 것으로 전해진다. 미래에셋대우는 SI 같은 FI의 역할을 원했지만, 현대산업개발은 FI로 역할을 국한시켰다. 부족한 경험을 보완해줄 파트너와 공조가 제대로 안됐던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대우와의 관계가 틀어진 점은 현대산업개발의 협상력을 악화시킨 요인이 된 것 같다"며 "아무리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임을 감안하더라도 업계 상식에 벗어나는 수준의 요구를 하는 등 대응 전략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게 실사 기간이다. 앞서 현대산업개발은 재실사를 요청하며 12주의 실사 시간을 요청했다. IB업계 관계자는 "12주를 요청한 것은 사실상 인수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나 다름없다"며 "딜을 깨기위한 명분을 쌓기 위해 시간을 벌고 있다는 자신들의 패를 오픈한 것이나 다름없었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