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그룹 해운부문 세대교체]'안정화 궤도' SM상선, 용퇴 결심 굳힌 이유첫 분기 흑자 달성…김칠봉 부회장, 출범 초기 발로 뛰며 영업
유수진 기자공개 2020-09-21 08:24:07
이 기사는 2020년 09월 17일 16: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칠봉 삼라마이다스(SM)그룹 부회장이 용퇴를 결심한 배경 중 하나는 SM상선의 '실적 안정화'다. 출범 4년차에 접어들며 분기 흑자를 내는 등 시장에 어느정도 자리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7년 3월 첫 배를 띄운 SM상선은 김 부회장이 초대 대표이사(사장)를 맡아 직접 발로 뛰며 키워온 회사다.17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SM상선은 올 2분기 매출액 2010억원, 영업이익 201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이 10%에 달한다. 코로나19로 글로벌 물동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손익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60억원 증가하며 분기 기준 첫 흑자를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호실적의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컨테이너 운임 상승, 해운동맹 2M(머스크·MSC)과의 공동 서비스 개시 등이 꼽힌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주요 선사들이 공급 축소에 나서며 운임이 급등한 덕을 입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해상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종합지수(SCFI)는 올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16.3% 올랐다.
지난 4월 시작한 2M과의 제휴로 미주 노선이 다양화되고 원가 절감이 가능해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6500TEU급 대신 1만1500TEU급 컨테이너선을 투입하며 단위당 원가가 줄어들었다. 이들은 공동운항과 선박교환, 노선개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SM그룹 해운3사를 총괄하는 김 부회장은 이 같은 SM상선의 실적 개선을 고려해 물러날 때가 됐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해운부문을 이끌어 온 약 2년 동안 '막내'이자 삼각편대의 한 축인 SM상선의 적자는 늘 신경쓰이는 부분이었다.
SM상선은 SM그룹이 2016년 말 한진해운의 미주·아시아 노선 영업망(선박·항만시설·인력 등)을 인수해 출범한 컨테이너선사다. 2017년 3월 야심차게 첫 배를 띄우고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해운업황이 좋지 않은 탓에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이후 주력인 미주노선에 집중하고 중동·인도 등 비수익 노선을 정리하는 등 비용절감에 나서며 수익성을 개선해 왔다.
김 부회장은 초대 대표를 맡았을 당시 직접 국내외 화주들과 만나 거래를 설득하는 등 의욕적으로 물량 확보에 나섰었다. 한진해운 노선을 인수했지만 신생회사인 탓에 물건 맡기길 꺼리는 화주들이 많아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애정이 큰 만큼 누구보다 흑자 소식을 기다렸을 거란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현재 SM상선은 해운과 건설 등 두가지 사업부문을 갖추고 있다. 건설업을 영위하던 우방건설산업이 2017년 12월 해운사 SM상선을 흡수합병했기 때문이다. 당시 SM그룹은 SM상선의 재무구조 개선 등 해운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합병을 결정했다. 통합법인명으로 우방건설산업이 아닌 SM상선을 쓰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하지만 건설부문과 달리 해운부문은 아직까지 연간 기준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매출 비중은 해운이 훨씬 크지만 수익성이 좋지 않은 탓에 되레 건설부문의 흑자를 까먹고 있는 처지다. 작년엔 81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도 영업손실 322억원, 순손실 531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컨테이너 운임 급등세가 3분기에도 이어지면서 올해엔 실적이 나아질 거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3분기는 해운업계에서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시기기도 하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앞두고 물동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SM상선은 해운3사 중 상대적으로 김 부회장 용퇴의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작년 1월 김 부회장의 뒤를 이어 박기훈 사장이 대표이사에 올라 경영 전반을 이끌고 있다. 김 부회장의 사내이사직 사임으로 인한 이사회 구성원 변동 정도가 예상된다.
SM상선 관계자는 "김 부회장의 용퇴로 경영진에 직접적인 변화가 생기진 않는다"며 "공석이 되는 사내이사 자리에는 다른 분을 신규 선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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