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카카오 뛰어넘어라" 경영회의서 ICT·통신사 협력 다지기, '디지털 퍼스트' 강조…IB·WM 강화 주문
이장준 기자공개 2020-09-22 07:51:03
이 기사는 2020년 09월 21일 10: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를 능가하거나 그에 버금가는 수준이 될 수 있도록 디지털 역량을 키워라."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17일 열린 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보통신기술(ICT)과 금융권을 통틀어 디지털 부문의 최선두인 카카오를 넘어설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거나 이에 준하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가 되도록 주문했다.
지난해 우리은행 디지털금융그룹이 남산타워로 이전한 데 이어 우리FIS의 디지털 개발인력 250여 명도 내달 초 합류할 예정이다. 지주사 디지털 조직도 이전을 앞두고 있다. 은행 디지털금융그룹을 은행 내 은행(Bank in Bank, BIB) 조직으로 꾸려 예산, 인력 등 자율성을 부여했는데 이를 그룹 차원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5월부터 그룹 디지털혁신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맡은 손 회장이 이를 총괄한다. 그 일환으로 우리은행 본점 건너편 우리금융남산타워에 집무실과 회의실을 만들고, 매일 오후 출근키로 했다. 앞서 이대훈 전 농협은행장도 디지털전환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지난해 4월 양재동에 NH디지털혁신캠퍼스에 별도 집무실을 꾸리고 매주 한 번씩 출근한 바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손 회장이) 언택트(Untact) 시대가 다가온 만큼 디지털은 그룹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고 강조했다"며 "남산타워에 계열사 디지털 부문이 모이는 만큼 직접 업무를 챙기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전했다.
계열사 CEO와 그룹 임원진 사이에서도 공감대는 충분히 형성됐다. 빅테크의 금융권 진출 등에 대한 위기의식은 오래전부터 이어졌고 최근 들어서는 이미 ICT 기업들과 '갑을관계'가 뚜렷해졌다는 한탄도 나온다. 더구나 그동안 우리금융은 경쟁 금융그룹에 비해 디지털 부문이 약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빅테크, 통신사와 협력관계 공고화 측면에서는 금융지주사 중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였다. KT와의 신사업 동맹이 대표적이다. 금융과 통신을 연계한 공동 마케팅부터 디지털 신사업까지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내년 도입될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발맞춘 공동사업이 주가 될 전망이다. 우리은행, 우리카드와 KT그룹 자회사 BC카드가 지급지시전달업(마이페이먼트) 제도에 대응해 공동마케팅을 할 계획이다. 아울러 합작투자법인(Joint Venture, JV) 설립을 통한 종합지급결제업 진출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 와중에 우리은행 모바일 메신저 위비톡 서비스를 종료한 건 디지털 부문에서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약 5년간 서비스를 유지해왔으나 메신저로서 별다른 경쟁력을 갖지 못하자 과감히 메스를 들었다.
대신 우리은행은 10일 카카오페이와 '디지털 금융서비스 공동 개발 및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카카오페이의 '내 대출 한도' 서비스에 우리은행 비대면 대출상품을 제공한다. 이밖에 디지털 마케팅 공동 추진을 비롯해 협업 체계 강화를 예고했다.
이날 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서 손 회장은 디지털과 더불어 투자은행(IB)과 자산관리(WM) 부문 역량 강화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3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인해 우리은행은 사모펀드 신규 판매가 금지되는 업무 일부 정지 처분을 받았으나 이달부터 다시 취급이 가능해진 상황이다.
우리금융의 상반기 그룹 비이자이익은 4680억원으로 1년 전 6120억원보다 23.5% 줄었다. 주력 계열사인 우리은행의 상반기 비이자이익이 같은 기간 29.2% 감소한 3660억원을 기록한 탓이 컸다. DLF사태와 코로나19 여파로 WM과 IB 부문이 주춤했던 만큼 하반기에 이를 만회하겠다는 의지가 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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