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분할, 의결권자문사·기관투자자 반응은 배터리사업 가치 '재평가' vs 주주지배력 희석 '불가피' 팽팽히 맞서
이효범 기자/ 김진현 기자공개 2020-09-28 08:03:44
이 기사는 2020년 09월 25일 10: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화학이 배터리 사업을 물적분할키로 하면서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기관 투자자들의 반응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체적으로 불만을 내비치고 있는 개인 투자자와 달리 중장기 투자에 나서는 기관투자자들은 또 다른 해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달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기관투자가를 비롯해 의결권 자문사 등의 찬반에 따라 분사 이슈가 또 한번 고비를 맞을 수 있다.쟁점은 LG화학의 물적분할이 주주가치를 제고할지 혹은 훼손할지다. 단기적으로 보면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배터리 사업의 기업가치가 재평가 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향후 상장과정에서 기존 주주의 지배력 약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재 기준, 기업의 실질가치에는 변화가 없으나 미래 성장성에 대한 잠재가치를 새로운 주주와 나눠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 '주주-LG화학(배터리부문)'으로 형성됐던 지배구조는 물적분할 이후 '주주-LG화학-배터리부문'으로 바뀐다. 여기서 배터리부문을 상장하면 새로운 주주들이 진입한다. LG화학이 보유한 배터리부문 지분율이 희석된다. 결과적으로 LG화학의 주주들이 우회적으로 보유했던 배터리사업 지분율이 축소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의결권 자문사들도 이같은 논리에 대체적으로 수긍하고 있다.
A 의결권 자문사 관계자는 "배터리사업부문을 상장한다면 기존 LG화학 주주들이 성장과실을 나눠야 한다는 점에서 주주가치 훼손을 우려한다"며 "더욱이 이번 발표 이후 주가가 하락한 상태라 절대수익을 노리는 헤지펀드나 투자자문사 등은 이번 사안을 반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주주가치 훼손이 불가피하지만 적극적인 반대를 할 만한 심각한 사안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오히려 LG화학 분사가 그룹 경영권 승계와 연관성이 거의 없다는 점을 두고 찬성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크다는 반응이다.
B의결권 자문사 관계자는 "LG화학이 추진하는 분사는 LG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무관하다는 점에서 보면 크게 반대할만한 사안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이번 분사는 배터리사업을 더 키우기 위한 것으로 한국형 뉴딜을 추진하는 정부의 정책과도 맞물리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자문사와 달리 펀드를 통해 LG화학 주식을 실제 투자하고 있는 운용업계에서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이번 분사가 장기적으로 보면 LG화학 배터리사업 기업가치를 재평가시킬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A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글로벌 1위 배터리 사업자로서 그동안 화학부문과 합쳐져 있어 디스카운트 받았는데 분할 이후에는 온전하게 기업가치를 평가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세간의 우려와 달리 LG화학도 분할 이후 상장 과정에서 주주가치 훼손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때문에 최근의 주가 하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삼는 투자자들도 있다. B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배터리사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분할 이후 상장은 증권가에서 예견해왔던 수순"이라며 "특히 에너지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면 막대한 카팩스(CAPEX) 투자가 필요하며, 이에 따른 성장잠재력도 큰 사업"이라고 말했다.
다만 분사의 목적과 과정 등에 대해 투자자들과 사전 교감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투자자를 설득할 만한 내용이 주주총회 결의에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C운용사 관계자는 "이번 분사로 시장에서 잡음이 새 나오면 LG화학도 IR 등을 통해 시장과 소통에 나설 것으로 본다"라며 "내달 임시주총 전까지 투자자들의 지분율 희석 우려를 잠재우고, 분사 이후 LG화학이 어떤 청사진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주주들의 표심이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화학은 다음달 30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의결권자문사들은 임시주주총회결의에 대한 공지 시점을 전후로 의결권행사와 관련된 내용을 자문하는 연기금 및 자산운용사에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C의결권 자문사 관계자는 “보통 의결권 자문사들이 정기주주총회 2주전 결의 사항을 보고 의사결정 작업에 착수한다”라며 “현재 자문사들은 LG화학과 관련된 과거 분할합병 사례 등을 참고해 자료를 수집하는 단계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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