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XT]"상법 개정안, 경영권 위협수단 남용 가능성 감안해야"이승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기업의 경영권 방어행위 향한 시각 변화 주목
최석철 기자공개 2020-09-25 17:30:25
이 기사는 2020년 09월 25일 17: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에는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소수 주주들의 경영자에 대한 견제수단을 확보하는 내용이 대거 담겼다. 다만 대주주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수단으로 남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반대 논리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이승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사진)는 25일 더벨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한국 재벌지배구조의 미래'를 주제로 주최한 '2020 THE NEXT 컨퍼런스'에서 이 같이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21대 국회가 논의 중인 상법 개정안 가운데 이사회 구성 및 이사 책임과 관련된 내용을 발췌하고 각 사안에 대한 찬반 논리를 소개했다.
이 변호사는 이 자리에서 “정부 여당은 기존에도 재벌을 중심으로 성장한 한국경제의 현실을 감안해 여러 차례에 걸쳐 상법 개정안을 추진해왔다”며 “이는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소수 주주들이 경영자에 대해 실질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컸다”고 말했다.
법무부가 21대 국회에 제출한 상법 개정안에는 다중대표소송제, 감사위원 분리 선출 및 감사위원 선임 시 의결권 제한, 소수 주주권 행사요건 완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에게 선관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하도록 요청하거나 직접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들에게도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통로인 셈이다.
이 변호사는 “해외 사례와 비교해보면 정부 입법안은 상당히 폭넓게 다중대표소송을 허용하는 것”이라며 “반대론에서는 소수 주주에게 과도한 권리를 부여해 경영권 위협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고 말했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 및 선임시 의결권 제한은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와 그렇지 않은 이사를 분리 선출하도록 하고,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의 경우 선임 당시부터 주주 의결권을 최대 3%로 제한하는 제도다. 최대주주가 일방적으로 원하는 사람들로만 감사위원회를 꾸리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이 변호사는 “지분 다수결 원칙과 주주 평등 원칙에 반하며 최대주주의 주주권에 역차별이라는 반대 의견이 있다”며 “경영권 공격자가 지분을 쪼개 의결권을 행사하면 최대주주가 경영권을 방어하기가 까다롭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경영권 방어행위와 관련한 이사 책임을 놓고 최근 법원의 시각이 바뀌고 있다는 점에 이 변호사는 주목했다.
최근 대법원은 이사 책임과 관련해 계열사간 지원행위를 놓고 5가지 요건을 고려해야한다고 판단했다. 기존에는 법리에 따라 명백히 배임죄가 아닐 때에만 계열사 지원행위와 관련해 이사의 책임을 묻지 않았던 것에서 변화가 생겼다.
요건을 살펴보면 △계열회사들이 실체적 측면에서 기업집단 관계가 존재하는지 △계열회사들의 공동이익을 도모한 것인지 △지원 계열회사의 선정 및 지원 규모들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결정된 것인지 △지원행위가 정상적이고 합법적으로 이뤄졌는지 △지원행위에 따른 적절한 보상을 기대할 수 있는지 등이다.
최근 고등법원이 순환출자 구조인 기업집단의 모회사가 행한 경영권 방어 행위를 놓고 그룹 전체를 보호하려는 맥락에서 적절한지 봐야한다고 판단한 사례도 있다.
이 변호사는 “앞으로 기업집단 내 회사에 대한 경영권 방어 행위의 정당성 및 특수성을 판단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사례”라며 “다만 아직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그 결론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발표 전문>
요즘 정치권에서는 공정거래법, 상법, 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 등 ‘공정거래 3법’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공정경제라는 네이밍에서 알수 있듯이 현행 법제가 일부 불공정성을 제도적으로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손봐야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 공정거래 3법 앞에는 재벌개혁이라는 수식어도 붙는다. 이런 인식의 출발점은 재벌을 중심으로 성장한 한국경제라는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기업집단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더욱 강화하고 소수 주주들이 경영자에게 실효성 있는 견제수단을 확보하도록 하려는 의도다.
이런 맥락 외에도 다양한 측면이 있지만 지배구조의 투명성 측면에서는 이사회 구성 과정에서 대주주의 영향력을 낮추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소수 주주들이 이사 책임을 효율적으로 물을 수 있도록 견제수단을 부여한다는 측면도 있다.
이를 바탕으로 상법 개정안 가운데 이사회 구성 및 이사 책임과 관련해 어떤 내용들이 논의되고 있는지 소개하겠다. 이후 주목할 판례를 살펴보고 시사점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려한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상법 개정안은 올해 9월25일 기준으로 12건의 개정안이 발의됐다. 특히 박용진 의원과 김용판 의원, 김주용 의원의 대표발의안에 이사회 구성 및 이사 책임에 관한 직접적 개정사항이 담겼다.
이 중 박용진 의원이 제출한 개정안이 가장 급진적이고 진보적인 내용을 담았다. 집중투표 의무화, 이사 임기 단축 및 해임 요건 완화, 이사 해임권 명문화 등으로 이사 책임을 묻고 이사회 구성에 소수 주주의 입장이 반영되도록 하는 내용이다.
정부 역시 여러 차례 지배구조와 관련해 상법 개정안을 추진했다. 19대 국회에서는 상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지만 실제로 국회에 제출하지는 않았다. 20대 국회에서는 정부 여당이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대부분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현재 21대 국회에서 법무부가 6월 입법예고한 뒤 8월 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다양한 발의안이 있지만 언론 등에서는 주로 정부 입법안을 중심으로 얘기되고 있다. 입법 추진 동력이나 여야 합의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이 자리에서도 정부 제출안을 기준으로 말씀드리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본다.
먼저 다중대표소송을 소개하겠다. 이사가 회사에 대한 선관주의 의무를 다 못하면 회사는 이사에게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할 수 있다. 만약 회사가 이를 하지 않는다면 일정 지분을 가진 주주가 회사에게 소 제기를 요청하고, 회사가 이 역시 행하지 않으면 주주가 직접 이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권리가 대표소송이다.
개정안에서는 자회사 이사가 잘못했을 때 모회사 주주도 자회사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요청하고 직접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들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통로다. 모회사 지분 1% 이상을 보유한 주주, 상장사라면 지분 0.01%를 가진 주주면 다중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학설상 현재 법 체계에서도 다중대표소송이 가능한지를 놓고 논란이 있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대표소송은 해당 회사 주주로 한정된다.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이에 법무부가 입법을 통해 이를 허용하려는 것이다.
참고로 미국은 다중대표소송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모·자회사 관계라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자회사의 법인격이 부정될 수준이거나 독자적 활동을 인정하기 어려울 때만 허용된다. 일본도 다중대표소송을 도입했다. 다만 이 역시 100% 자회사에 한해 모회사 재무제표에서 자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을 때만 허용한다. 현재 정부 입법안은 상당히 폭넓은 것이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다중대표소송제도가 모·자회사간의 독립적 법인격을 근본적으로 깨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해외 입법례와 비교할 때 과도한 소수 주주권을 부여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경영권 위협수단으로 남용될 가능성이 있으며 감사권 등 현행법상 충분한 구제수단이 존재한다는 의견도 있다.
찬성론에서는 감사 등을 통해 제도적으로는 책임 추궁이 가능하더라도 현실에서는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고 본다. 모·자회사 관계가 아닌 30% 이상 지분을 가진 피출자회사 이사에 대한 대표소송도 허용해야된다거나, 소수 주주권을 넘어 1주만 가진 주주라도 소를 제기할 수 있는 단독주주권으로 확대되어야한다는 견해 등도 있다.
다음은 감사위원 분리 선출 및 선임시 의결권 제한 내용을 소개하겠다. 상장사 가운데 자산 2조원이 넘으면 감사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한다. 감사와는 달리 감사위원은 이사의 지위를 전제로 한다. 이에 따라 이사로서 선출되는 과정과 감사위원으로 선출되는 두 단계가 필요하다.
현행 제도는 일괄 선출 방식으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5명을 사외이사로 선임한 뒤 이 중 감사위원 3명을 선임하는 방식이다. 감사위원을 선임하는 과정에서만 주주의 의결권이 최대 3%까지 제한된다. 이미 사외이사를 선임한 뒤라 지배주주가 원하는 사람 중에 감사가 선임되기 때문에 감사의원 선임과정에서의 의결권 제한은 큰 불이익이 되지 않는다.
개정안은 이 지점을 문제라고 보고 있다. 최소 1명 이상은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로 선출하도록 하고 이사 선출 단계부터 의결권 3% 제한을 적용하도록 한다. 현재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는 도입된 내용으로 이를 일반 상법에도 적용하는 것이다.
이 경우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최대주주는 특수관계인 등의 지분을 합산해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 감사위원 최소 1인 분리 선출과 연계해서 보면 최대주주의 영향력이 상당히 제한되는 것이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지분 다수결 원칙 및 주주 평등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최대주주 주주권에 역차별일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경영권 공격자가 지분을 쪼개서 의결권 행사하더라도 최대주주가 경영권을 방어할 별다른 수단이 없을 수도 있다. 가족간 경영권 분쟁 시에는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견해도 있다.
찬성론은 한발 더 나아가 모든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하거나 최대주주인지를 떠나 일괄적으로 모든 주주의 의결권을 최대 3%로 제한하자는 의견을 내고 있다.
감사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전자투표시 의결정족수를 완화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담겼다. 현재 전자투표제는 의결 정족수는 출석 주주의 의결권 과반과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을 얻어야 감사위원회 위원을 선임할 수 있다.
개정안에서는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결의 요건을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 새도우보팅 제도 폐지 및 3% 의결권 제한 등으로 정족수를 확보하기 어려워지는 점을 완화해주는 것으로 이해된다.
소수 주주권 행사요건을 완화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담겼다. 현행 상법은 일반 규정에서 소수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율 요건을 3%로 제시했다. 상장사 특례에서는 지분율 요건을 0.1%로 낮추는 대신 6개월 전부터 꾸준히 보유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상법상 3%를 충족해도 보유기간이 6개월이 안되면 소수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느냐라는 논란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한진칼 사례가 있다. 1심에서는 두 규정이 모두 적용된다고 봤다. 2심에서는 특례규정만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개정안은 일반 규정이든 특례든 하나만 충족하면 소수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담아 이런 논란을 해결하려 했다.
이사 책임과 관련된 판례를 간단하게만 말씀드리면 과거 대법원 판례는 계열사 지원행위에 대해 엄격하게 바라봤다. 공동이익 추구라는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같은 법인격으로 움직였거나 기존 기업집단 내부의 지원이 대주주를 위한 수단으로 이뤄진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손해가 없었거나 배임 행위가 아닐 경우에만 무죄로 선고했다.
최근 판례에서는 계열사간 지원행위에 있어서는 5가지 특수한 요건을 고려해야한다고 적시했다. 계열사간 자본과 영업 등 실체적 측면에서는 기업집단 관계가 존재하는지, 공동이익 추구를 도모한 것인지, 지원회사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지원규모이며 절차가 정상적이고 합법적으로 이뤄졌는지, 정상적인 방법인지, 적절한 보상이 있었는지 등이다. 일반적으로 장래 무형의 대가까지도 적절한 보상으로 고려했다. 이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최근 하급심에서도 이사의 배임 혐의를 무죄로 판시한 사례가 있다.
이사 책임과 관련된 다른 판례는 현재 대법원에서 진행 중인 사건이다. 이 사건의 핵심은 순환출자 구조인 기업집단에서 한 고리가 외부로부터 위협을 받을 때 이를 방어하기 위한 모회사의 행위를 어떻게 볼 것 인지다. 고등법원에서는 이런 행위를 그룹 전체 지배력을 보호하려는 다충적 의미를 갖는 만큼 그런 맥락에서 적절한지를 판단해야한다고 봤다. 앞으로 기업의 경영권 방어 행위의 정당성 및 특수성에 참고할 수 있는 사례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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