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 무형자산 분석]IPO 앞둔 크래프톤의 믿는 구석, 배그 IP 확장⑦누적 매출 3조 넘었지만 정확한 평가 어려워…잠재력 여전
서하나 기자공개 2020-10-05 07:50:52
[편집자주]
무형자산은 물리적 실체는 없지만 식별 가능한 비화폐성 자산을 말한다. 게임산업에서 IP와 같은 무형자산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이를 평가하는 제대로 된 회계 기준이 없어 실제보다 과소계상한 가치만을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것이 현실이다. 학계에선 핵심무형자산 지표를 도입해 개인과 기관 투자자간 회계 정보 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더벨에서 게임사별 무형자산의 가치를 다각도로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9월 29일 15: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기업가치가 많게는 40조원까지 평가되는 크래프톤의 핵심 자산은 배틀그라운드 지식재산권(IP)이다. 하지만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배틀그라운드 IP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국내에서 아직까지 무형자산을 평가하는 정형화된 방식이 없고, IPO를 앞둔 기업의 IP인 만큼 더욱 조심스럽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대신 크래프톤은 e스포츠 사업을 추진하고 다양한 플랫폼 게임을 출시하며 배틀그라운드 IP를 확장하는데 온 힘을 쏟고 있다. 그만큼 IP의 잠재력을 믿고 있다는 뜻이다. 배틀그라운드의 누적 매출은 이미 약 3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크래프톤 키워낸 일등공신 '배틀그라운드'
일각에선 IPO 시 크래프톤의 기업가치가 무려 41조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한다. 앞서 상장한 카카오게임즈의 주가수익비율(PER) 35배를 적용하고, 크래프톤 1분기 순이익인 2940억원을 역산해 연간 매출을 1조1759억원이라고 가정했을 때다. 2018년 중국 텐센트가 5000억원의 지분 투자할 당시 기업가치인 약 5조원보다 8배가량 커졌다.
기업가치 40조의 크래프톤을 만든 핵심 자산은 바로 자회사 펍지가 개발해 글로벌 히트를 기록한 배틀그라운드다.
배틀그라운드는 최후의 1인 또는 1팀만 살아남는 1인칭 슈팅(FPS) 배틀로얄 장르 서바이벌 전투 게임으로, 2017년 3월 스팀에 얼리엑세스 버전으로 출시돼 돌풍을 일으켰다. 3일 만에 매출 123억원(1100만 달러)을 벌었고, 최단 시간 1000만개 판매, 동시접속자 수 200만명 첫 돌파, 가장 많은 동시접속자 수(261만명) 등 기네스북 세계 기록 7개 부문을 갈아치웠다. PC 및 콘솔 글로벌 판매량 7000만장을 돌파했고, 글로벌 모바일 다운로드 수는 6억건을 넘겼다. 출시 이후 글로벌 누적 매출은 약 3조2000억원으로 파악된다.
배틀그라운드의 흥행 덕에 2016년 265억원이던 크래프톤 매출은 2018년 1조1200억원으로 약 42배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은 1조875억원으로 다소 주춤했으나 올해는 상반기 매출로만 8872억원을 거뒀다. 단순 산출하면 올해 연매출 규모가 1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영업이익의 성장세는 더욱 가팔랐다. 2016년 36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18년 3003억원으로 약 83배 뛰었다. 이 기간 마이너스(-) 249억원이던 순이익도 2510억원으로 급증했다.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내부 연구개발(R&D) 목적의 비용을 전액 비용 처리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정작 기업 내부나 외부에서 배틀그라운드 IP에 대한 정확한 가치를 평가했거나 이를 시도한 곳조차 찾기가 어렵다. 펍지는 지난해 말 기준 약 22억원의 무형자산만을 계상했다. 물론 여기엔 소프트웨어 17억원, 산업재산권 5억원 등이 포함됐고, 별도의 배틀그라운드 IP 평가 등은 없었다. 크래프톤 역시 지난해 말 기준 소프트웨어 20억원, 산업재산권 3988만원 등 총 20억원의 무형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는 무형자산에 대한 평가방식이 아직 정형화되지 않았고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 당연한 결과로 해석된다. 무엇보다 배틀그라운드 IP 평가는 IPO를 눈앞에 둔 크래프톤 기업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이다.
◇배그 IP 잠재력, 이제 시작인 이유
IP 확장은 새로운 현금을 창출하는 가장 확실한 통로이자 IP 자체의 가치를 키우는 검증된 전략이다. 크래프톤 역시 배틀그라운드란 강력한 IP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다각도로 힘쓰고 있다.
크래프톤이 가장 힘을 쏟는 분야는 e스포츠다. 2017년 배틀그라운드의 글로벌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한데 이어 2018년엔 지역별 리그를 출범했다. 올 초 글로벌 e스포츠 계획을 발표했으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온라인 대회인 펍지 콘티넨털 시리즈(PUBG Continental Series, 이하 PCS)를 도입했다. 6월 말부터 약 2주간 진행된 PCS1 아시아에선 한국, 일본, 중국 등 총 16개팀이 참가해 상금 20만달러를 두고 빅매치를 벌였다.
이제 막 걸음마 단계인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대회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LoL) e스포츠 대회 '롤드컵'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해 11월 열린 롤드컵 9회 결승전은 동시 시청자가 4400만명에 이르렀다.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e스포츠 시장 규모가 지난해 약 1조163억원(8억6900만 달러)에서 2022년 약 3조4655억원(29억6300만 달러)로 연평균 35%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2018년 3월 출시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버전(PUBG Mobile)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중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는 지역은 다름 아닌 중국이다.
사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중국 버전인 '화평정영'은 크래프톤이 아닌 대주주(상반기 말 기준 지분율 약 13.2%) 텐센트가 개발과 유통을 맡은 게임이다. 애초 텐센트는 2018년 2월 크래프톤과 함께 배틀그라운드의 모바일 버전 자극전장, 전군출격 등을 내놨지만 중국 정부의 판호를 얻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4월 텐센트 단독으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버전을 출시해 판호를 얻었고, 이 게임이 중국에서 크게 흥행하기 시작했다.
증권가에선 크래프톤이 화평정영 흥행을 기반으로 뚜렷한 수익성 개선을 이뤄내고 있다고 분석한다. 크래프톤은 상반기 매출 8872억원, 영업이익 5137억원 등을 거뒀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95%, 396% 늘었다. 이는 배틀그라운드 PC 버전의 인기가 주춤한 상황에서 크래프톤과 텐센트가 화평정영 매출을 약 2대8 비중으로 나눴기에 가능했다는 가설을 내세웠다. 또 배틀그라운드의 PC 버전과 달리 모바일 버전 매출이 순수 로열티 수익으로 잡히면서 특히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증권가는 파악하고 있다.
다만 이에 대해 크래프톤 측은 화평정영과 배틀그라운드는 별개의 게임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시장분석기관 DMC미디어가 발간한 2020 디지털 차트: 모바일게임 리포트는 지난해 글로벌 모바일게임 시장 매출 규모는 약 82조원이었고, 2021년엔 10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중 중국 시장 규모는 24조원으로 전체의 약 4분의 1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화평정영이 제2의 던전앤파이터가 될 수도 있단 관측을 내놓는다. 던전앤파이터는 넥슨의 자회사 네오플이 개발한 PC 게임으로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며 몇년간 넥슨의 실적을 견인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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